거리에는 수많은 사람들, 경적을 울리면서 지나가는, 개미들 행렬처럼 끝이 어딘지 모를만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있는 자동차들까지. 답답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하늘에는 하늘과 키재기 하듯 높이 솟아있는 아파트와 빌딩들이 있고.
회색빛의 답답하고 퍽퍽한 도시 생활을 탈출하고자하는 마음은 늘 갖는다.
하지만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에서는 집 한채, 작은 방 하나 갖기도 힘들다.
누구나 작은 소원 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우리 가족이 편히 머물 수 있는, 자연이 내다보이는 그런 곳에서 집 한 채 짓고 살았으면 하는 소망.
물론, 나 역시 그런 소망을 갖고 있다. 모두가 갖고 있는 소망을 안고 일찌감치 강원도 곰배령으로 간 억척아줌마 이하영씨의 17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책.
여기는 곰배령, 꽃비가 내립니다.
읽는 순간, 내 마음에도 꽃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곰배령 숲을 닮아가는 그녀
시골하면 떠오르는 느낌, 아마 내가 고향 제주도를 떠올리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뚝배기에 담긴 막장과 같은 질박함과 마당에 소복이 쌓인 눈처럼 포근함처럼.
강원도로 여행을 많이 가지는 못했지만 그곳의 자연만큼은 최고였다는 걸 기억한다. 나를 압도하는 험한 산세와 푸른 나무들, 그리고 날카로운 추위까지 난 그렇게 강원도를 기억한다. 이하영씨가 사는 곰배령 역시 태백산맥의 험한 산세, 푸른 나무, 날카로운 추위를 가진 곳이다.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그 천혜의 자연이 펼쳐놓은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을 품은 땅, 바로 곰배령.
한 해의 절반, 기나긴 겨울의 틈을 비집고 나와 화려한 빛을 터트리는 형형색색의 들꽃 무리가, 길지 않은 여름 한철을 다른 어떤 곳의 여름보다도 화려하게 수놓는 언덕이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를 드러내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자연은 사시사철 변화를 자랑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길 싫어한다. 본인의 안에는 또다른 자신이 숨어있지만 그 자신은 정작 밖으로 나오지 못해 답답해하고 있다. 자신의 일이면 늘 자신이 해결해야 되는 줄 알았고, 이때까지 그래왔다. 그녀 역시 그렇다. 내 마음은 내 자신이 추스려야 되는 지 알았고. 사람이 귀한 산골에 살다보니 아프면 아프는 대로 앓았고, 마음이 아프면 산에 가서 혼자 울던 그녀였다. 삶 자체가 외로운 것이니 스스로의 투덜거림조차 자신에게는 용납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들면 홀로 설줄 알아야 한다고 무섭게 자신을 채근하고...
하지만 곰배령 숲에 17년을 깃들여살다보니 그녀 역시 숲을 닮아갈 수 밖에 없었다. 숲을 이루는 다양한 생명의 소리를 보고, 듣고, 느끼며 자신의 다양성도 알아가고... 그렇게 그녀는 곰배령 숲을 닮아가면서 자신의 내면을 치유하기 시작한다.
세 쌍둥이를 산골짜기에서 키워낸 백설공주 억척아줌마
스스로를 곰배령의 백설공주라 칭했던 이하영씨. 그렇다. 백설공주였다. 다만 연약한 백설공주가 아닌 억척스런 백설공주. 여자가 별로 없는 산골에 그녀는 멍멍이 다리 한쪽을 들고, 보신탕을 끓이기도 하고, 억척스럽게 장작을 패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 하나도 벅차하는 요즘 세상에 세쌍둥이까지 키워냈다. 낳지 말자고 부부끼리는 그렇게 은연중 합의를 하고 있고, 덕분에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 바닥을 치고 있는 판국인데... 이 분은 세쌍둥이를 낳아서 그 산골짜기에서 아이들을 잘 키워냈다. 책을 읽노라면 아이들은 각각 개성을 갖고 있고, 구김없이 밝게 자랐음을 알 수 있었다. 자연을 함께 느끼고 배우면서 소중함도 알아가고.. 학원 한 곳이라도 더 보내기 위해 이사하고, 고등학교 좋은 곳으로 입학시키기 위해 이사하는 우리네 현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 그래서 이하영씨가 정말 더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한여름 곰배령 야생화가 피어나듯, 설피밭 세 쌍둥이네의 하루하루,
노는 듯 일하는 듯 사랑하며 사는 네 식구의 발랄하고 오롯한 삶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자연을 그리워하는, 그녀의 삶을 부럽다고 느끼기도 하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아니, 그녀의 삶이 아니라 그녀 주변에 펼쳐진 곰배령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에 두근거렸다.
야생화 군락 곰배령.
언젠간 그 곳을 찾아갈 날이 오겠지. 그리고 내 마음에도 꽃비가 내릴 날이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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