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자들을 괴롭히는 단어. 그리고 요즘 10대를 괴롭히는 44만원 세대라는 말까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든 현실.
그런 현실속 반전이라면?
88만원을 버는 세대가 880만원을 버는 것?
그나저나. 88만원 세대. 왜 이런 기분나쁜 꼬리표가 붙는 걸까? 나 역시 그런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최근에 막 내린 밴쿠버 올림픽을 통해 생기발랄함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G세대와는 달리 1980년대 초반 출생자들은 거무튀튀한, 아주 극도로 우울한 이름표를 달았다. 88만원 세대라는 타이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서 간 대학교에서는 스펙때문에 대출을 받고, 그리고 그렇게 받은 졸업장은 졸업장이 아닌 빚문서일 뿐이고.
우울한 88만원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는 말은 대체 무엇일까?
88만원 버는 것도 힘든 세대들에게 880만원을 꿈꾸라니? 어느 누가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는가라고 물으면서 읽었던 책이다. "몸이 땀에 흠뻑 젖을 만큼 최선을 다해 뛰는 이의 미래는 반드시 눈부신 희망의 빛으로 반짝거릴 것이다"라는 문구를 보면서 과연 내 미래도 빛날 수 있을 것인지 살짝 기대도 가져보기도 했다.
이 책은 88세대와 비슷한, 어려운 환경을 경험했던 작가의 경험을 소설의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대한민국 상위 5%의 직장인이 아니고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현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박신화의 주인공들을 통해 그 해결책을 전달하고 있는데.
책은 책이다. 책이기에 가상의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한 주인공을 통해 대박신화의 주인공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점은 신선하다. 대박신화의 예로 빅 사이즈 옷을 파는 쇼핑몰로 성공한 주인공, 길거리 소시지 장사를 결심해서 월 880만원의 매출을 이룬 사람, 공원 벤치에서 와인바 장사를 시작해 지금은 프랜차이즈까지 꿈꾸는 사람까지 현재 88만원세대와 비슷한 처지에서 시작해 대박을 이룬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다루고 있다. 머나먼 꿈 이야기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스펙을 높여라 등등의 우리를 기죽게 하는 얘기와는 차원이 다른 시각으로 20대에게 접근하고 풀어나가고 있어서 공감이 되는 편이다.
지금도, 책 속 보다도 더 열악한 현실의 우리 88세대는 출구를 찾으려 버둥대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에는 속에서나마 한줄기 희망의 빛을 발견하곤 했다. 책속에서는 출구를 찾아가는 두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가 나오지만 현실에서 그 출구를 찾은 사람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
각자가 스스로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이겨내는 용기만이 필요할 뿐이라고 한다. 그 용기를 토대로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길을 좇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면 반드시 희망과 만날 것이라고 한다. 과연 만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이런 꼬리표, 이름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걸까? 늘 질문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취업을 위해 들어간 대학에서 빚을 졌다. 빚을 갚기 위해 비정규직이란 꼬리표를 감수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정규직 취업 기회는 점점 멀어지고.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 위를 돌고 있는 듯하는 우리 세대.
이것은 우리들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인지 사회가 흔들리는 것인지,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만들었던 책.
뫼비우스의 띠같은, 88만원의 꼬리표를 벗어던질 날이 올까?
그 꼬리표를 벗어던진, 책 속 주인공들처럼 우리들의 인생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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