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평균대를 아슬아슬 균형을 잡으며 걸었던 기억이 난다.
그 좁은 평균대를 나름 평형을 유지하며 양팔을 벌리고 걸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는데...
흔히, 우리는 실생활에서 "평형"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고등학교 때 화학2를 배우면서 배운 동적평형, 그리고 신체 밸런스가 안 맞는다거나 할 때의 밸런스, 평형 등. 근데 대체 이 평형이란 말이 뭘까?
쉽게 말하면 수평. 상태에 따라서 화학동적평형, 역학적으로 평형 상태 등 여러 가지 평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딱딱한, 읽기만 해도 어려운, 졸린 개념의 평형이 아니라 실제 우리 몸을 이루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를, 더 나아가서 우주를 이루는 기본 개념의 평형인 동적평형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일본에서 과학서(書) 신드롬을 일으킨 후쿠오카 신이치의 그의 동적평형이론. 나를 놀라게 하다.
당신은, '당신이 먹은 것',
나를 충격에 빠뜨린 소화의 재해석
"you are what you ate" 이 속담을 아는가? 무엇을 먹었느냐, 식환경이 우리 생물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의미하는 말이다. 물론, 문학적 비유가 타당한 말이다. 하지만, 문학적이 아닌 과학적으로 생각해본다면? 고대인의 무덤 속에서 나온 뼈 등을 통해 무엇을 먹고 살았는지 유추하기도 하는데, 실제 우리 몸을 조사해보면 우리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말 그대로 나는 내가 먹은 것, 그게 되는 것이다. 이것도 충격이지만...
소화를 시킨다는 것, 이 의미도 나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솔직히, 과학서, 경제서 등 딱딱한 책은 잘 읽지 않는 편이다. 음식도 가려 먹고, 책도 가려 읽는 난 편식쟁이인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난 소화를 단순한 음식물의 섭취, 영양분의 섭취로 생각해왔다. 대부분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화란 그것도 아니다. 생명체는 일단 자기 입속으로 들어온 것을 곱게 분해함으로써 그 안에 있던 개체의 정보를 분해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소화의 재해석이다. 결코 음식물이 잘 내려가라고 음식을 잘게 부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해체하는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토피, 염증 등 거부반응의 경우는 소화를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우리 자신의 정보와 충돌해서 일어나는 문제들이라 저자는 말하고 있다.
중국집 증후군과 MSG, 그리고 맛소금?!
요즘 라면을 보면 알 수 있는, 라면을 좋아하는 어린이도 아는 MSG.
나는 라면을 참 좋아한다. 안 좋아할 사람은 없겠지만.. 언제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하다. 슈퍼에서 라면을 사고 있었는데, 내 옆에서 라면을 고르고 있던 동네 꼬마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꼬마야, msg가 뭔지 알어?"
한치의 고민도 없던 꼬마 자신있게 말하길.
"맛소금요! 먹으면 몸에 나쁘대요"
끙.. -_-; 생각해보면 웃음이 피식피식 나지만... 뭐가 되었든 어쨌든 몸에 나쁜거긴 하다.
어쨌든, MSG, 화학조미료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소다를 말하는데. 이 조미료는 일본에서 개발되었고, 이걸 넣으면 음식이 맛있어진다는 소문이 전 세계 중국집 주방장 사이에 퍼졌는지 어느 나라 중국요리든 다 맛이 있어졌다고 한다. 물론, 저자의 생각이다. 그래서 외국여행중에 현지 음식이 식상하면 중국집을 찾는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저자는 여행팁을 말하는 게 아니라, 화학조미료에 왜 우리 입맛이 길들여졌는지를 그의 이론으로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이 msg를 맛있다고 느끼는 것은 진화의 과정에서 획득한 단백질이 함유된 식품을 찾는 능력때문이라고 하는데.
뭐, 그의 말에 따르면 콜라겐을 아무리 섭취한다해서 피부가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니며 msg를 먹는다고 해서 머리가 좋아지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은 딱딱하고 어려운 과학 이야기를 실생활의 예를 통해서 쉽게 풀어주고 있다. 나처럼 과학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말이다.
종종 우스개소리로 먹기 위해 산다고도 하고, 실제 살기 위해 먹기도 말을 하는데. 어쨌든 우리는 음식을 섭취하고 우리의 몸은 형태를 유지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우리 몸은 하나라고 느끼지만 실제 유기적은 복합체이다. 신체의 모든 조직과 세포의 내부는 빠른 속도로 분해되며 음식의 형태로 섭취된 분자로 대체되기에. 그렇게 따지면 우리들의 몸은 수개월 전의 자신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생각만 해도 놀랍지 않은가?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놀라운 것들로 가득하다. 살이 찌는 메커니즘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람은 왜 착오를 하는지, 엽록체도 별개의 생물이었다는 것 등등.
그리고... 이 책의 클라이막스는 아마 책이 거의 끝나갈 때 쯤이 아닌가 싶다. 동물에게 사고와 의식이 없다고 생각했었으나... 그가 들려준 고래와 코끼리의 대화에서는 가슴이 뭉클해지고 마찬가지로 그들에게도 의식이 있다고 믿고 싶어졌다.
우리에게는 들리지 않는 소리로 가득찬 자연. 그리고 그 속에서 대화하는 동물을....
생명, 환경, 자연...
여기에 살아 숨쉬는 모든 현상의 핵심을 풀 수 있는 키워드며 우리가 살아가는, 우주를 이루는 기본개념.
바로 동적평형.
어렵게만 느껴졌던 과학 현상들이 어느덧 내 옆에 친근하게 다가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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