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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무나 하나? 사랑에 관한 일상다반사 이야기 - 영화 500일의 썸머

꼬양 2010. 2. 1. 16:30

"사랑은 아무나 하나"라는 노래가 있었죠. 요즘은 사랑도 아무나 합디다.

성인 남녀라면, 아니 고등학생, 중학생도 사랑을 하더군요. 

이렇듯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랑을 하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이별을 합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냐지만 실제 아무나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에 헤어지는 것도, 차이는 것도 일상다반사 중 하나로 치부돼고 있죠. 헤어지고 난 후 세상이 무너지고, 나 혼자만 외톨이가 되는 듯해도 알고 보면 누구나 다 그런 시간쯤은 견뎌왔습니다. 나 하나만의 우주적 사건인 줄 알았지만 결국, 누구나 겪는 일이었음을 알아가는 연애, 일상다반사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영화 ‘500일의 썸머’입니다.

 

 

<줄거리>

우리 모두는 썸머와 사귄 적이 있다

자신의 인생을 바꿔줄 운명적인 사랑이 나타날 것이라 믿는 순수청년 ‘톰’, 어느날 사장의 새로운 비서로 나타난 썸머를 처음 보는 순간 강렬한 스파크를 일으키며 자신의 반쪽임을 직감합니다. 이후 대책없이 썸머에게 빠져드는 톰. 그녀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랑도 남자친구도 눈꼽만큼도 믿지 않고 구속받기 싫어하는 썸머로 인해, 그냥 친구 사이로 지내기로 하지만 둘의 사이는 점점 그 이상의 관계로 발전하게 되지요. 그녀를 천생연분이라 확신하는 톰. 이제 둘 관계의 변화를 위한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는데..

 

 

시간의 순서가 아니라 기억의 중요도 순으로 진행되는 영화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서 진행이 시간의 순서대로, 만남, 호감, 사랑 이런식으로 진행된다면 뻔한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되겠죠. 이 영화는 추억을 시간 순이 아니라 기억의 중요도 순으로 재편집해 놓습니다. 영화는 톰과 썸머가 만나는 500일 동안을 488일째에서 1일째로, 다시 290일째에서 11일째로 오가며 순서 없이 보여주는데, 산만하기보다는 궁금증과 재미를 더해줍니다. 썸머와 처음 사랑을 나눈 다음 날에는 세상을 얻은 듯한 기분으로 회사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가 이유도 모른 채 실연을 당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모습으로 바로 이어지는 식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한, 독특한 편집도 눈에 띄더군요. 뮤지컬과 인터뷰 형식은 물론 화면을 반으로 나누어 톰의 기대와 현실을 한꺼번에 보여주거나 톰의 절망적인 기분을 만화로 그려내는 장면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썸머와 헤어진 날, 톰이 살고 있는 도시는 정말 잿빛으로 보인다거나~ (보신 분만 알겠군요-_-;)

그리고 이 "500일의 썸머" 영화는 두 작가의 경험담에 감독의 경험담과 조셉의 경험담이 더해진 이야기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데, 그 당시엔 누구든 정말 처참한 실연이었다고 생각하겠죠. 이 영화가 마음에 드는 건 무엇보다 남녀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이죠.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표현했는데 너무 심오하게 웃기더군요.

 

 

연인과 친구,

그 경계는 무엇인가?

톰에게 있어 썸머라는 여자는 풀리지 않는 엄청난 문제입니다. 카피라이터인 톰에게 카드의 문구를 떠올리는 것보다도 어려운 문제가 바로 썸머죠. 다른 사람들을 위해 로맨틱한 카드 글귀를 쓰는 게 직업이지만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에겐 쪽지 하나 건네지 못하는 어수룩남 톰, 그리고 썸머에게 전전긍긍하는 남자이기도 하죠.

썸머는 그가 원하는 만큼 사랑을 돌려주지 않고 그가 사랑하는 만큼 반응하지 않습니다. 이보다 답답한 게 있을까요? 그에게 썸머는 난공불락이며 물음표 투성이입니다. 그런 톰의 마음을 마구마구 뒤흔들어 놓은 썸머는 톰과 키스도 하고 손잡고 쇼핑도 하고 섹스도 하지만 진지한 관계는 싫다며 친구 사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친구와 연인, 그 경계는 무엇일까요? 같은 여자지만서도 썸머에게는 정말 물음표가 뜨더군요. 하지만 영화를 보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뀝니다. 썸머는 깜찍하고 매력적인 나쁜여자라는 것!

로맨틱 코미디의 힘은 다른 무엇보다 매력적인 남녀 주인공의 힘. 생각해보면 데이셔넬(썸머)은 깜찍하고 매력적인 '나쁜 여자'에 잘 어울리고 고든-레빗(톰) 역시 어수룩한 순정남에 딱이군요.

영화를 보고 나온지 오래되었지만서도 친구와 연인 그 경계는 아직도 모호합니다. -_-; 언젠간 답이 나오겠죠. 정답이 있으면 저에게 좀 말해주세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듯

사랑도 그렇게 잊혀지고. 

톰은 항상 사랑은 영화에서 본 것이나 팝송에서 들은 것과 같다고 생각하죠. 사랑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이 없기 때문에 자신과 썸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릅니다. 다만, 공원에 마주 앉아 낯 뜨거운 말들을 소리 지르고, 야한 영화에서 보았던 난해한 체위를 따라했던 경험들은 톰에게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지요. 썸머는 톰과의 거리를 좁혀주지 않지만, 그럴수록 톰에게 더욱 특별해집니다. 결국 그녀는 톰에게서 떠나가고 톰은 그녀를 특별한 추억 속에 남겨놓는데요. 그녀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기억의 힘입니다.

하지만 아픈 사랑 끝에는 다른 사랑의 계절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고. 사랑은 단 하나뿐일 것만 같은 생각과 달리 하나의 사랑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듯이 “썸머”가 가면 다른 사랑이 옵니다. 다만, 다음 “여름”의 계절을 맞는 나의 사랑에 대한 태도가 달라질 뿐이죠.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연애담. 

연애의 단맛과 쓴맛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모두 아는, 바로 그것.

누군가를 오래 짝사랑하고, “왜 쟤는 되는데 나는 안 돼?”라며 가슴 답답했던 적이 있는 사람에게 영화는 답을 줄지도 모르겠군요.

 

 

 

 이 영화가 주는 교훈을 한 문장으로 말할 수 있겠군요. (교훈? 어헛...;; 로맨틱 코미디인데.. -_-;;;;)

 

시간은 흐르고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고, 운명은 정해진 게 아니라 두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 !

 

 

이상, 산으로 가고 있는 꼬양의 영화리뷰였습니다.

긴 리뷰 읽어주셔서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