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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용서조차 못하는 두 남자의 슬픈 이야기 , 영화"용서는 없다"

꼬양 2010. 1. 22. 09:11

"죽는 거보다 더 어려운 게 뭔지 알아요? 용서하는 거예요, 용서하는 데는 너무 오랜 고통의 시간이 걸리거든요."

영화 속에서 살인자 류승범이 설경구에게 한 말이다.

 

용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개념이 아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용서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많다.

어떤 사람들은 용서를 베풀어야 하는 대상을 생각하면 용서가 거의 불가능하며 심지어 바람직하지도 않게 여겨진다고 말한다. 자신이 당한 부당한 일에 관계있는 사람을 용서하고 싶지도 않고, 용서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서로를 절대 용서할 수 없는 두 남자의 이야기.

용서는 없다. 그들에게 용서란?

 

 <줄거리>

과학수사대 최고의 실력파 부검의 강민호 교수(설경구). 유일한 가족인 딸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정리하던 그는 마지막 사건을 의뢰 받는다. 바로 금강에서 발견된 토막살해사건. 여섯 조각난 아름다운 여성의 시체, 한쪽 팔마저 사라진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뛰어난 추리력과 행동력을 지닌 열혈 여형사 민서영(한혜진)의 추리로 용의자는 이성호(류승범)로 압축된다.

 이성호는 친환경생태농업을 전파하며 검소하게 살아가고 있는 환경운동가로 지역 주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이다. 형사들에 의해 순순히 경찰서로 끌려온 이성호는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하기 위한 퍼포먼스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당당하게 진술한다. 이성호의 자백으로 수사는 급물살을 타는 듯 싶지만, 번번이 예상을 빗나가는 증거들로 수사팀은 사건 해결에 애를 먹는다.

 민서영과 강력반 형사들이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강민호의 딸이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딸의 실종에 이성호가 관계되어 있음을 알게 된 강민호는 그를 찾아가고, 이성호는 자신이 시체에 남긴 단서와 비밀을 알아낸다면 딸을 살려줄 수 있다며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시체에 남겨진 단서를 추적해야 하는 부검의와 연쇄 살인을 예고하는 비밀을 간직한 살인마의 피할 수 없는 대결이 시작된다.

 


기존 영화의 모습들이 보였던 영화

2010년 스릴러물의 스타트를 끊은 용서는 없다. 이 영화처럼 평점이 극과 극인 영화도 드물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평점이 1점 또는 10점, 극과 극을 달린 이유가 여럿이 있지만 그 중 하나가 기존 영화들 속의 캐릭터와 흐름이 보였기 때문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그 사실은 눈치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줄거리 상에서 따져본다면, 딸이 납치되고, 그 딸을 찾으려는 아버지 그리고 그 딸을 납치한 채로 석방을 요구하는 범인의 모습은 "세븐 데이즈"와 무척이나 닮았다. 변호사 엄마가 부검의 아버지로, 그 곁에서 도움을 주는 남자 형사는 여자 형사로 바뀌었다는 점. 물론 범인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고 말고는 차이가 있긴하다.

그리고 "올드보이"와도 닮은 점도 이 영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복수를 위해 비슷한 고통을 안겨주려는 악인이 등장하는 것까지. 설경구는 최민식 역할을, 류승범은 유지태 역할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듯한 느낌도 살짝 든다. 하지만 올드보이는 올드보이, 용서는 없다는 용서는 없다 그 영화 자체로 받아들여야 한다. 나름의 차이는 있기 때문이다.


 

류승범, 이 배우에 주목하게 되다.

우리나라의 스릴러 영화에 등장했던 살인마로는 '살인의 추억'에서의 박해일과 '추격자'의 하정우가 대표 캐릭터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을 배우가 류승범이 아닐까 싶다.

영화 내내 나는 류승범에 주목했다. 뛰고 달리고 악쓰고 소리치며 몸으로 때우는 설경구,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을 막아주는 한혜진과 비교되게 살인자 악인의 섬뜩함을 말 한마디, 눈빛 하나로 보여줬던 배우였다.

 

"사람이 왜 약해지는 줄 알아요? 잃을 게 있어서 그러는 거래요", 살인을 하고서도 여전한 비열함, 뻔뻔함과 그 속에 감춘 섬뜩함을 동시에 보여준 그의 연기. 후반에서 두 남자의 연결고리, 과거사가 밝혀지면서부터 인간적인 고뇌까지 보여주는데 그때부터 류승범의 내면 연기는 한 단계 높아진다.

이런 가운데... "비번날 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지랄이여?"를 뇌까리는 시골 형사 윤종강을 맡아 구수한 연기를 보여준 성지루의 연기가 빛난다.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는 이야기 속에 성지루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영화는 정말 한없이 피비린내, 시체 냄새가 났을지도 모르겠다. 욕쟁이 형사 역할의 성지루는 자칫 한없이 어두워질 수 있는 영화를 적절히 환기를 시켜주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매력적인 영화

스릴러처럼 객관적으로 보는 영화도 없다. 사건에 동화되지 않고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보기 때문이다. 제3자의 입장에서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고통에 시달리기도 한다. 시체를 부검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정말 불편해지지만(한혜진이 토하러 달려가는 게 아니라 실제 내가 달려갈 뻔 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리고 영화가 처음부터 준비했을 반전 자체도 매혹적이다. 나의 경우에는 반전과 소도구들 대부분 예측을 했기에 반전이 살짝 반감되었지만(실제 반전을 예측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시시하다거나 그런것은 아님), 색채 대비나 빛의 적절한 사용 등 여러 면에서는 매력적인 영화라 평하고 싶다.

적절한 무게감을 가지고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하며 영화는 관객들을 미궁의 사건으로 자연스럽게 이끌고 나간다. 반전을 의식하면서 영화는 관객들에게 조금씩 그 해결 열쇠를 제공하고, 관객들은 충분히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사건을 지켜보게 된다. 하지만, 긴장과 무게가 너무 적절해서, 강약이 부족하다는 것은 이 영화의 단점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일부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해두고 싶다.

 

 

 

 

 

 

 

 

용서? 용서!

용서란 네가 나를 괴롭혔으니 나도 너를 괴롭히겠다는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스카 와일드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적을 항상 용서하라. 그것만큼 그들을 신경 쓰게 만드는 것도 없다."
또한 조지 허버트는 "다른 사람을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건널 다리를 무너뜨리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우리는 용서를 하며 살곤 한다. 실패를 하기 위해 용서를 하는 것도 아니다.

평온하게 죽기 위해 용서를 하는 것도 아니다. 살아가기 위해 용서를 하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 용서를 해야하지만, 그 용서조차 하지 못한 두 남자의 슬픈 이야기.

영화 "용서는 없다", 정말 용서란 그들에게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