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아빠를 떠올리며 눈물짓게 한 영화 - 바람:wish

꼬양 2009. 12. 21. 08:09

 한 단어가 있다.

코끝을 찡하게 시큰거리게 하는 가슴을 멍하게 울리는 울리게 하는 단어.

바로 가족.

 

가족의 소중함을 깨달은 때가 언제일까?

이때까지 가족은 늘 곁에 있어서 소중함을 잊고 살았던 듯 싶다. 늘 숨을 쉬고 있어서 공기의 소중함을 모르듯, 가족의 소중함도 그렇게 모르고 간과하고 지나쳐 오고 있었을지도.

하지만 "집 나가면 고생"이란 말을 1년전부터 느껴서, 지금은 그 말이 피부에 절절하게 사무쳐 이젠 마음속 문신이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고.

그렇듯 가족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나.

그런 나에게, 애자 이후로 눈물을 흘리게 한, 아빠를 떠올리게 했던 영화 한편 바로 바람 : wish. 

 

 

<줄거리>

엄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형과 누나와는 다르게 간지나는 학창시절을 보내고 싶었던 짱구는 집안에서 유일하게 명문고에 진학하지 못해 골치덩이가 된다. 광춘상고는 교사들의 폭력과 학생들간 세력 다툼으로 부산일대에서 알아주는 악명 높은 학교. 광춘상고의 조회시간은 학교의 명성을 증명이라도 하듯 쓸만한 후배 물색으로 시작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알아갈 무렵, 학교폭력 가담을 이유로 짱구 일행은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다. 짱구는 가까스로 정학만은 면하지만 다시 돌아온 학교에서 교내 불법 서클 ‘몬스터’의 유혹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렇게 몬스터의 후광을 업고 예쁜 여자 친구도 얻게 된 짱구, 쪽 팔리지 않고 싶었던 열여덟.

짱구는 바람대로 폼 나는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을까?

 

폼나고 싶었던 18살의 짱구를 통해

대한민국 남자들의 속마음을 살짝 엿보다.

열여덟. 난 이 때를 늘 같은 일상으로 기억한다. 학교, 집, 독서실 이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문제 한번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컸던 나.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그리고 대학진학을 위한 공부. 아침7시부터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늘 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 일탈이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던 그 때. 되돌아 갈 수 없던 시기다.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의 바람(wish)은? 그때로 돌아간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을까?

 

영화속에서 나와 전혀 다른, 성격, 취미 모든 게 다른 열 여덟살의 짱구를 만나다.

폼생폼사. 언제였던지? 너무 까마득하다. 젝스키스가 불렀던 노래. 헌병대에서는 이 노래를 부른다고 했던가.

폼에 살고 폼에 죽는, 폼나고만 싶었던 학창시절의 짱구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열여덟 인생에게도 약육강식의 세계는 존재했고 그 속에서 남자가 되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일단 잘나가는 형들이 짱구, 자신을 부르면 겁부터 난다. 하지만 친구들이 보고 있다. 절대 무너질 수 없기에 짱구는 쎈척을 한다!

열여덟 남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폼에 살고 폼에 죽는 주인공 짱구는 우등생보다는 우두머리, 얼짱보다는 쌈짱이 되고 싶었다. 주먹도 좀 되고, 깡도 좀 되고 이 정도면 어디 가서 빠지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가지 치명적 단점.

짱구는 겁이 많았다. 센 척 하지만 속으론 겁을 내는 남자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을 수 있었다.

남자라서 참아야 하고 남자라서 폼나야 한다?

그것은 절대 아니었다. 짱구의 캐릭터와 독백 형식의 연출을 통해 그게 아님을 확실히 깨달았다. 말썽을 피우고 학교에서는 당당하게 걸어 나왔지만 유치장 신세를 지는 게 너무도 겁이나 면회온 어머니를 보고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짱구의 행동은 어쩌면 강해보이려고 하는 남자들의 속마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속 청소년기 심장박동소리로 표현되는 국악.

그리고 진짜 18살들의 출현

이 영화는 부산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부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정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부산에서 직접 촬영하는 것이 당연했다. 또한 부산 토박이들이 모인 만큼 제대로 된 부산 사투리 역시 영화의 백미이다. 올해 해운대를 비롯 애자까지, 유난히 많은 영화에서 부산 사투리가 나왔지만 주연부터 조,단역 배우까지 모두 부산출신들로 이루어진 부산 영화<바람:Wish>의 사투리야 말로 눈여겨 볼 점 중 하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진짜 학생들. 이 감독은 피 끓는 열여덟 청춘들을
 그대로 그리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연기경력이 전무한 학생들로만 오디션을 진행했다고 한다. 주인공 짱구를 제외하고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신인들로 캐스팅 했다. 연기 경력 전무한 신인들의 대거 기용은 큰 모험이었지만 정형화 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는 신인 배우들의 살아있는 연기는 영화의 생동감을 불어 넣는다고 할까나.
또한, 음악에서도 감독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우리 영화에는 우리 음악을 써야 한다는 굳은 믿음은
우리 전통악기를 현대적

으로 재해석한 음악을 선보이기에 이른다.

10대들의 박동하는 심장소리를 우리의 전통악기로 표현하는데, 처음에는 정말 익숙하지 않아서 음악이 자주 겉돈다는 느낌을 받으나, 영화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10대 심장소리를 표현하는 국악소리는 어느 순간 영화와 하나가 되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익숙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늘 묵묵히 곁에 있어준 당신, 당신의 이름은 가족.

그리고 아버지.

살면서 철이 드는 계기는 무얼까? 인생에서의 한 획을 그을 사건이 일어나면서부터?

영화속에서는 소년에서 남자로의 성장을 통해, 그들의 무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감과 더불어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라고 말한다. 막내인 주인공 짱구는 아버지와 형의 빈자리를 통해 어머니와 누나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을 깨닫게 되고, 놀던 문제아에서 비로소 자기 자리로 돌아오고 철이 든다.

문제를 일으키고 유치장에 갇힌 아들에게 우유를 넣어주는 아빠, 남들 앞에선 참았던 눈물을 엄마 앞에서만큼은 터트릴 수 있었던 아들, 무섭게 군기만 잡는 줄 알았지만 동생의 성장통을 알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형.

 

영화는 우리에겐 이런 가족이 있음을 상기 시킨다.

영화 "애자"를 보면서는 엄마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 영화, "바람:wish"를 통해서는 가족을 떠올렸다.

엄마, 동생 뿐만 아니라, 아빠까지.

가족이란 울타리만 기억하고, 잠시 ‘아버지의 사랑’에 대해서는 잊고 살지 않았나란 생각을 해본다.

짱구에겐 무섭고 엄하기만 했던 아버지가 병으로 쇠약해져 가고, 자신보다 한없이 작아 보임을 느끼며 그는 또 한 번 성장한다.

솔직히 돌이켜보면, 열여덟, 그 시절에는 아버지의 모습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학교"라는 사회에서의 관계 맺기에 대한 고민, 그리고 대학진학이라는 큰 일에 밀려, 그저 그 자리에 항상 우두커니 존재하기만 할 것 같았던 아버지가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어린 짱구를 업고, 통닭이 든 노란색 봉투를 들고 집으로 향하는 그 높은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웃으시던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퇴근 길에 나의 손에 노트와 책을 쥐어주시던 아빠의 모습. 그리고 나무 아래 앉아서 같이 책을 읽던 모습, 바다를 바라보며 서로 아무말 없이 파도의 노래소리를 듣던 아빠와 나의 모습까지, 내 눈앞에서는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그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앞으로 펼쳐질 험난하고 높은 인생길 같은 계단을 올려다보며 그제야 생각나던 아버지의 모습.

우리는 아니 나는, 그렇게 늦은 후회로, 미안함으로, 안타까움으로 아버지를 기억하는 것 같아 슬펐다.

한때는 같은 선을 그리며 같이 달려갔으나 어느 순간부터는 점점 멀어져 이젠 평행을 달려버린 상황.

이젠 아버지는 애잔한 그리움으로, 슬픔으로, 미안함으로.

 

 

바람 : wish.

아빠를 떠올리며 눈물 짓게 한 영화.

나에게 소원을 갖게 만든 영화라고 난 정의내리고 싶다.

 

 

 

이상, daum 무비로거 꼬양의 "바람: wish"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