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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secret)은 비밀스러워야한다 - 영화 시크릿

꼬양 2009. 12. 14. 11:06

비밀(secret)은 비밀스러워야한다. - 영화 "시크릿"을 보고...

 

 

비밀(秘密). secret.

정보를 일정한 그룹의 사람들 사이에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되도록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알며, 다른 사람들에게는 숨기어 공개되지 않는 것.

"밝혀지지 않은 속내"를 뜻하기도 하는 이 것.

 

부부사이의 비밀이란 어떤 것일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아서 그런지 부부사이의 비밀이라면, 불륜밖에 떠올릴 수 밖에 없다. 물론 이것또한 매체의 영향이 컸으리라.

둘 사이의 비밀일 것 같지만, 서로 속내를 감추고 혼자만 아는 비밀이 되어버리는.

무언가를 숨기고 출발하는 그들의 비밀이란.

 

차승원, 송윤아, 이 부부의 비밀이란?

 

 <줄거리>

형사의 아내, 그녀가 남긴 살인의 흔적
모든 증거가 그녀를 지목한다!

 
악명 높은 조직의 2인자가 칼에 수 차례 찔린 채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출동한 성열(차승원)은 범인이 남긴 듯한 유리잔의 립스틱 자국과 떨어진 단추, 귀걸이 한쪽을 찾아내고 충격에 빠진다. 범인의 흔적들이 오늘 아침 외출 준비를 하던 아내(송윤아)의 입술 색깔, 아내의 옷에 달려있던 단추, 아내의 귀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라이벌이자 파트너인 최형사의 눈을 피해 본능적으로 증거물을 모두 없애는 성열. 그는 사건 당일 찾아온 여자를 봤다고 증언하는 결정적 목격자마저 협박해 빼돌린다.

 

“우리 내기나 한 번 할까? 누가 빨리 잡는지!”
 죽은 피해자의 신원이 확인된 강력반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피해자의 친형이 바로 칠성회의 악랄한 보스 재칼(류승룡)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재칼은 경찰을 비웃으며 직접 범인 사냥에 나설 것을 선언하고, 수사를 할수록 높아지는 아내의 살인 가능성으로 인해 혼란에 빠진 성열은 재칼의 가담으로 인해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된다. 하지만 아내는 사건 당일 알리바이에 대해 끝내 입을 열지 않고, 급기야 성열은 또 한 명의 용의자인 전과 3범의 석준(김인권)을 범인으로 몰아 체포하기에 이른다.
과연 진실은 무엇인가? 누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가?

 

 

시크릿, 비밀은 과연 비밀답게 풀어나가고 있는가?

영화를 보면서 계속 한 생각이다. 비밀을 정말 비밀처럼 감추고 이 영화는 풀어나가고 있는가. 비밀이 비밀스럽지 않다면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스릴러의 본고장 미국에 당시 최고가로 수출된 "세븐 데이즈"의 시나리오 때문인건가.

아니면 윤재구 감독에 대해 너무 많이 기대를 했던 것일까?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시크릿>의 시나리오 역시 윤감독 특유의 정교한 플롯과 예상치 못한 반전이 빛을 발하는 스릴러일 것이라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

 
‘형사가 살인 사건 현장에서 아내의 흔적을 발견한다’는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하는 것은 좋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설정만 좋았다고 나는 평가를 하고 싶다. 스릴러물이라면, 적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그리고 주인공과 관객이 하나가 될 수 있게 감정을 몰입할 수 있게 해야하는데 그 부분도 살짝 모자란 느낌이다.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된다고 말하고 싶으나, 스포일러는 되기 싫어 생략할 뿐!)

다만, 비오는 날, 차승원이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그리고 진심을 담은 술주정(?)을 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애절한 마음이 전해오는 느낌을 받았을 뿐이다.

 

 

윤재구 감독의 ‘세이빙(saving) 4부작’ 중 2부작 - 시크릿

"시크릿"은 윤재구 감독이 구상한 총 네 편의 시리즈 중 "세븐 데이즈"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그가 "세이빙(saving) 4부작"이라 이름 붙인 네 편의 연작은 누군가를 ‘구해야’하는  상황이라는 공통점에서 출발하지만 각기 다른 내용과 장르를 가진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세븐 데이즈"가 유괴된 아이를 구하기 위해 살인마를 변호해야 하는 변호사의 이야기였다면, "시크릿"에서는 살인용의자 아내를 구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는 형사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 설정의 연속선상에서 3편은 친구를 구하는 호러가 결합된 스릴러, 4편은 지구를 구해야 하는 SF 성격의 스릴러가 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 지구를 구해야하는 스릴러라. 역시 윤재구 감독의 독특한 발상. 그만이 할 수 있는 발상. 다만, 제대로 스릴러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뿐. 

하나의 공통된 테마를 가지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 낼 뿐 아니라, 한 작품이 끝나고 다음 작품을 구상하는 대신 네 편의 이야기를 동시에 머리 속에서 그려나간다는 점 역시 ‘독보적인 스토리텔러’ 윤재구만의 독특한 작업 스타일이다. 하지만 윤재구 감독은 내용이 전혀 다른 자신의 4부작에 한 가지 공통점을 새겨 넣었다. 주인공의 이름이 바로 그것.

 

나는 기억한다."세븐 데이즈"의 남자 주인공의 이름이었던 "성열"과 여주인공이 "지연"이었음을.

마찬가지로 이 둘의 이름은 "시크릿"에서도 각각 차승원과 송윤아의 이름으로 등장한다.

 

 

 영화 속의 매력으로 작용한 배우들의 열연

 류승룡, 김인권, 박원상, 오정세, 정인기... 이 배우들의 이름을 들었을때부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서는 기대를 가졌다.

탁월한 연기력은 기본이며 자신만의 개성과 강렬한카리스마로  분명 영화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것은 영화 시작전부터 예상은 했었다. 역시나. 이 배우들은 영화에 긴장감과 재미를 불어넣었다. 죽은 조동철의 형이자 악랄한 조직보스 ‘재칼’ 역을 맡은 류승룡은 직접 범인의 뒤를 쫓으며 차승원과 송윤아 부부를 궁지로 몰아 넣는다. 분노에 휩싸여 포효하는 재칼의 엄청난 에너지와 카리스마는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 넣는데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지난 여름, "해운대"를 통해 웃음과 눈물을 줬던, 뛰어난 연기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은 김인권이 등장한다는 것 역시 좋았다.

특히 김인권은 살인사건의 첫 번째 용의자로 "해운대"와는 정반대 캐릭터를 맡아 카멜레온 같은 변신을 한다. 영화와 연극에서 오랜 경력을 쌓아온 베테랑 배우 박원상은 차승원의 동료이자 라이벌인 최형사 역을 맡아 사사건건 차승원의 뒤를 캐며 반전의 기회를 노리는 눈에 가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영화팬들에게는 낯익은 얼굴인 오정세는 유일한 목격자를, 정인기는 "추격자"에 이어 차승원이 의지하는 형사 반장 역을 맡아 개성 넘치는 연기를 선보였다.

이렇듯 한 편의 영화에서 만나보기 힘든 카리스마 넘치는 출연진의 거침없는 열연은 영화 시크릿의 매력이 되었다.

 

 

 

'형사는 살인 용의자로 몰린 아내를 구하기 위해 증거를 은폐하고, 조직폭력배 두목은 범인을 잡으러 나선다'는 뒤바뀐 상황 설정이 흥미롭고, 증거를 은폐하려는 형사와 속내를 숨긴 채 그의 목을 조여오는 인물들간의 대결이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이 영화 시크릿.

 

전문가가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평가를 하자면...

시크릿. 이 영화의 완성도는 크게 나무랄 데가 없지만 주인공이 위기를 모면하는 과정에서의 치밀함이 다소 떨어진다는 점이 상당히 아쉽다는 생각을 한다. 계속 전작에 비교를 해서 좀 그렇지만, 세븐데이즈에 비해 스릴과 긴장감은 떨어진다고 할까나. 또한 후반 사건의 전모를 과도할 정도로 너무나도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적어도 관객은 바보가 아니라는 점은 알았으면 한다. 드라마의 경우에는 쉽게 풀이하고, 다가가야하겠지만, 스크린에 집중, 몰입하고 보는 영화의 경우에는 그렇게까지 친절하게 다가서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특히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멈추면서까지 성열의 아내 지연이 사건 당일에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전은 그다지 놀랍지 않을뿐더러 설득력도 떨어진다.

(이때 너무 짜증이 나서 순간 비명을 지른 꼬양-_-;)

 

윤재구 감독의 다음 작품이 나올 공산이 크기에 다시 한 번 기대를 해본다.

세이빙 3부작. 이 영화만큼은 기대없이 볼 생각을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법을 여실히 느낀 영화. 시크릿.

 

 

 

 

비밀은 비밀스러워야 한다. 그래야 비밀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