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마음 속에만 사는 그들의 사랑 , 파주(把住)-영화 파주

꼬양 2009. 11. 18. 10:49

파주, 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보고나서는...

잊혀지지 않는 미쟝센을 비롯하여, 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쓸 것인가도 많은 생각을 했죠.

생각만 며칠을 한 후... 결국 한참 후에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네요. 생각은 많이 했지만.. 글로는 많이 나오질 않네요.^^;

영화가 참 어렵다보니 쓰는 것도 어렵습니다.

 

줄거리도 짧군요-_-; 일단 가볍게 쓰윽 읽어주세요.

 

<초간단줄거리>

 

안개 자욱한 도로 위로 택시가 다가온다. 몇 년 전 언니(심이영), 형부 중식(이선균)과 함께 살았던 파주를 떠난 은모(서우)가 돌아오는 길이다. 언니는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중식은 언니가 남긴 거액의 보험금을 은모에게 넘긴 상태다. 7년전, 신학생 중식은 수배를 피해 형이 있는 파주에서 공부방 교사로 일하고 있었고 은모는 그의 학생이었다. 중식은 은모의 언니와 사랑 없는 결혼을 했다. 은모는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 중식을 미워하면서도 의지한다. 은모의 모호한 감정은 예기치 않은 불행을 몰고 온다.

 

 

 

 

 


 

안개처럼 모호한 이야기

안개가 자욱한 도로 위를 달리는 택시. 첫 씬에서 파주는 안개 속을 걸을 것이란 예감을 했어요. 관객을 방황하게 할 것이란 예감이 이리 맞아 떨어지다니. 이런건 결코 좋은 게 아닌데 말입니다.

2003년의 현재를 시작과 끝으로 잡고 7년 전, 6년 전 3년 전의 과거를 오가는 서술 구조가 그렇습니다. 중반까지 주인공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실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관객들은 주인공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도 그들의 마음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박찬욱 감독 특유의 모호한 스토리텔링 방식은 이렇게 전반부 혼동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 관객들은 혼란스러워하죠. 영화 내내 주인공처럼 방황하지 않으려면 관객 스스로 방향을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조각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각각의 캐릭터들은 그들간의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색다른 심리적 깊이를 만들어 내는데요. 중식의 행동들의 동기는 마지막에 명백해지지만 은모는 끝까지 수수께끼 같은 인물로 남아 더욱 매혹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영화가 바로 파주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지만 이뤄질 수 없는 관계.

형부와 처제.

파주는 9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죠.
이제는 남의 여자가 된 첫사랑과 얽힌 운명, 사랑을 키우기도 전에 사고로 아내를 잃는 아픔, 거기에 말하지 못하고 남모르게 쌓여온 처제에 대한 사랑에 아파하는 남자. 그것이 운명적인 삶의 한 자락임을 깨달은 뒤 찾아오는 아픔은 대체 얼마나 깊고 큰 것일까요. 안개 속을 헤집어 가듯 이선균은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런 아픔과 운명적 삶에 웁니다.

 

그리고 이 파주 영화의 평점은 극과 극을 달리죠. 저도 평점에 대해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어려워서 좋은 영화냐, 아니면 어려워서 나쁜 영화냐? 영화의 좋고 나쁨은 점수로 따질 수 없다고 봅니다. 개개인이 받아들이는 정도에 따라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아예 평점을 매기지 않았습니다.

평점을 사람들이 낮게 준 이유?

그 이윤.. 아마 그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처제와 형부의 불륜을 다룬 것처럼 포장한 영화의 포스터와 예고편이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포스터에 낚인 분들은 형부와 처제의 야한 불륜물을 기대하셨을테고. 엄청 실망을 해서 평점을 낮게 줬을 것은 분명하니까요. 그리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이 영화의 미쟝센에 반해 평점을 크게 줬을 거예요.

 

형부와 처제의 불륜. 이 영화에는 그런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이 영화의 장르는 안개속을 걸어가듯 상당히 모호한 스토리 텔링을 추구하기에 멜로보다는 거의 미스터리에 가깝습니다. 드러나 있는 것보다 숨은 게 더 많을 수 밖에 없단거죠. 그리고 이선균과 서우, 형부와 처제, 이 둘의 사랑이  연결되기엔 그들을 가로 막고 있는 비밀과 오해의 벽이 너무나도 높다는 겁니다. 그들은 모두 심각한 죄의식을 갖고 있죠. 비밀과 오해, 죄의식 이 모든 것이 해소된다고 해도 연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주인공들입니다.

 

 

 

 

 


이선균과 서우의 섬세한 감정연기,

그리고 인상 깊은 조연들

아마 배우들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받아 들고 참으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속으로만 드러나는 주인공들의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죠.  서우와 이선균은 안정된 연기로 관객들에게 그대로 그 감정을 전합니다.

이선균의 데뷔 후 첫 베드신(아마 이 때문에 많은 여성 관객들이 갔을거예요~)까지 찍으면서 처제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며 내면적으로 갈등하는 남자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한 연기를 펼쳤죠.

그리고 서우 역시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연기로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에 빠져들게 합니다. 특히 서우의 경우 발랄한 여중생의 모습에서 성숙한 20대 여인의 모습까지 한 영화에서 상반되면서도 점차 감정적으로 성숙해 가는 주인공 은모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연기해내고 있다는 면에서 그녀의 연기력에 감탄을 합니다. 그녀는 이 영화를 통해 앞으로 연예인 '서우'이 아닌 배우 '서우'로 살아갈것임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조연들 또한 매우 인상적입니다.

초반부 중식과 은모를 형부와 처제의 관계로 만들어준 은모의 언니 역할의 심이영이나, 중식의 첫사랑 역할로 중식의 인생에서 꽤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김보경, 대사 한마디 없지만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은 이경영, 중식의 아는 형이자 영화 속에서 본명 그대로인 대연으로 나오는 이대연, 그리고 그 동안 “탐나는도다”, “올드미스다이어리” 등 일련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코믹한 상황연기를 자주해온 우현씨의 진지한 연기 등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안정적인 연기로 영화 전체에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특히 은모의 친구 미애 역할을 맡은 배우 김예지를 주목해봅니다. 검색사이트 검색에조차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그녀는 영화 속에서 방황하는 은모의 옆에서 그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지켜주는 유일한 친구 역할을 진지하게 연기하고 있죠.


 


 

형부와 처제 사이인 은모와 중식은 서로의 감정을 단 한번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표현하지 않지만, 그들이 내면적으로 보여주는 감정의 표현은 그 어떤 영화보다 강렬하게 관객들에게 다가오지 않나 싶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 듯합니다. 그건 또 다른 이에게 아픔이기도 하죠.
사랑하려는 사람들과 그 사랑을 막는 조건을 그린 영화 파주.

 

영화를 본 지도 며칠이 지났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안개 속을 걷는 느낌입니다.

 

파주(坡州 ). 안개가 많은 도시.

 

그리고 또 하나의 파주.

파주(把住). 잡을 파, 살 주.

마음속에 잘 간직하는 것. 

그들의 사랑은 마음 속에만 살아야 하는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