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사랑과 죽음의 함수. 정답은? -내사랑 내곁에

꼬양 2009. 10. 4. 17:21

 추석 영화가. 유달리 올해는 멜로물들만 극장가를 장식하고 있죠. 코미디 영화의 실종. 최루성 멜로영화들의 강세.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최루성 멜로물들도 아닌 듯한 기분이 들어 좀 찝찝한 기분도 듭니다.

 

이왕 멜로를 표방했다면 말입니다, 관객을 울릴거면 확실하게. 감동을 줄 거면 완벽하게.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개봉 초기부터 기대를 모았던 내사랑 내곁에. 배우들의 연기, 특히 20kg 이상을 감량한 김명민의 메소드 연기로 화제를 모았던, 그리고 “너는 내운명”의 박진표 감독의 작품이라 기대를 더 했었죠. 기대가 너무나 커서 실망도 너무나 컸던가 봅니다.

 

 

 

 

 

 

 

 

 

어떤 이는 제 리뷰를 보면서 욕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본 소감만은 솔직히 적어보려합니다.

글을 읽기 싫으시면 여기에서 바로 창을 닫아도 좋습니다. 어쨌든. 영화를 본 소감을 적기 시작합니다.

 

영화줄거리 다 아시죠? 하지만 그래도 정리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간단 줄거리>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종우(김명민). 유일한 혈육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던 날, 종우는 어린 시절 한 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운명처럼 재회하고 사랑에 빠집니다. 1년 뒤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신혼보금자리는 바로 병원. 종우는 숟가락 하나 손에 쥐는 것도 힘겨운 처지지만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 지수가 있어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누구보다 투병의지가 강합니다. 그가 입원하고 있는 6인실 병동에는 전신마비나 식물인간 상태의 중환자들이 모여있습니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병동 식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위로 받으며 지내는 사이 회복세를 보이는 환자도 수술의 희망을 찾게 된 환자도 하나 둘 생겨납니다. 하지만 종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만 가고, 병을 쿨하게 받아들이고 투병의지를 불태우던 종우도 하루하루 변해가는 자신의 몸을 보며 자신 역시 변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언어장애가 시작되는데......

 

배우들의 연기력. 냉정하게 말한다면?

먼저, 김명민이 연기한 종우. 원래 캐스팅은 권상우랬죠? 권상우가 했어도.. 아마 그 역시 체중감량 연기를 펼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전 권상우 팬이 아닙니다. 오히려 권상우씨 안티에 가깝습니다.) 종우가 처음에는 밝다가 나중에는 어두운 모습으로 변해가죠. 심정의 변화가 병세의 악화와 같이 간다고 보면 되는데... 처음 종우의 밝은 연기가 좀 어색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만 그랬을지도 모르죠. 나중에 언어장애가 시작되면서 눈빛으로만 연기를 하는데, 그땐 눈빛에 무언가를 담으려했다는 건 알 수 있으나 그래도 약간 모자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 모자란 듯한 느낌에 대해 저 역시도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우 김명민에 대해 너무 기대를 했기에, 김명민이라면 이보다 더 훌륭한 연기를 했으리라는 기대를 했기에 실망이 컸을지도요. 아니면.. 그가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 옮겨오다보니 적응을 못했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스크린이 아닌 TV 브라운관인건지... 참, 그리고 병상에 누워있는 김명민의 광대뼈와 갈비뼈 외에는 허벅지며 팔뚝이며 다른 부위들은 그다지 루게릭환자처럼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진짜 루게릭 환자처럼 근육이 꼬여 발가락이 구부러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는 걸로 알고있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하지원의 연기. 영화 속에서 빨간 코트를 입고, 빨간 줄 목걸이를 한 하지원은 의상, 악세사리를 통해 그녀의 성격을 파악 가능하게 합니다. “사랑은 불태워버리는거야”라며 활발한 연기를 보여준 그녀. 극 중반으로 치달을수록 그녀의 발랄한 연기는 사라지고, 눈물만이 남지요. 불치병이 걸린 줄 알면서도 그 곁을 변함없이 지켜낸 지고지순한 사랑연기. 하지원의 연기는 무난했던 걸로 저는 생각합니다.

 

 

 

 

 

 

 

 

 

조연들의 연기. 이들이 없었으면 큰일!

임하룡, 남능미, 신신애, 강신일, 송영창, 김광규 등 연기파 중견배우들을 볼 수 있었던 내사랑 내곁에. 이들이 없었다면 영화가 제대로 살지도 않았을 듯 싶습니다.

주연배우 커플 못지 않게 절절한 부부애를 연기했던 남능미와, 애끓는 모성과 부성을 각각 선보였던 신신애와 강신일.

남능미씨는 식물인간 상태의 남편이 깨어나기만을 9년째 한결같이 기다리는 노부인 “옥연”을 연기했죠. 관록이 묻어나는 자연스런 연기로 혈육보다 더 진한 부부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신애는 하루아침에 전신마비가 된 어린 딸 앞에서 가슴으로 통곡하는 어머니 역을 맡았죠. 그런데 비중은 좀 작더라구요.

극중 하지원의 아버지 역으로 특별 출연한 강신일 역시, 장례지도사란 어려운 직업을 택하고,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는 남자와 결혼하는 등 힘든 길만 가는 딸 때문에 속상해하면서도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부성애를 연기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임하룡의 연기가 압권이었죠.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를 지극정성 돌보는 “근숙”역으로 출연했는데 그는 병원에서 오락부장으로 통합니다. 아내의 이상형이 쌍꺼풀이 있는 남자라며 언제 깨어날 지 모르는 아내를 위해 항상 쌍꺼풀 테이프를 붙이고 다니구요. 웃음을 주는 유쾌한 역을 맡았어요.

 

 

 

이 영화의 또 하나의 관심거리였던, 바로 임성민 전 아나운서의 연기변신. 삭발을 하면서까지 연기를 불살랐지만, 정작 그녀의 연기는 속옷차림의 침대연기가 전부였기에 아쉽더군요.

그리고 브아걸의 가인. 감독이 직접 연기 지도를 했다고 했는데요. 화장 안한 모습이라서 못 알아볼 뻔했습니다.

 

 

 

 

 

 

 

 

 

 

 

사랑과 죽음의 함수. 영화는 어떻게 풀어냈나?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 상실에서 오는 슬픔은 뻔하고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상실과 죽음의 메시지를 관객들이 공감케 하려면 스토리가 이를 받쳐줘야 하는데요. 박 감독의 선택은 “헌신”입니다. 그의 전작인 “너는 내 운명”이 그러했듯이,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슬프라고 만들었기에 슬픈 장면이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감독의 연출 의도를 알고 영화를 보지 않는다면 감독이 걸어놓은 미끼에 한없이 낚여 한없이 슬플 수도 있겠습니다.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루게릭병에 걸린 종우(김명민)가 결국 죽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옵니다.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와 그의 곁을 지키는 장례지도사 여자라는 인물소개가 곧 영화 스토리니까요. 새로울 것도 없고, 다 아는 뻔한 얘기를 직설적으로 풀어나갑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장례지도사 지수와 루게릭병 환자 종우가 만나면서 곧바로 사랑이 시작되는데요. 죽음에 맞선 사랑이라기에는 왜 그래야했는지, 이들이 정말 끝까지 사랑을 할 수 있는지 스토리 전개에서는 설득력,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종우를 끝까지 보살펴야 하는 의무를 과연 지수가 처음부터 갖고 있었을까요? 만남의 설득력이 부족한 이 영화는 루게릭병에 걸린 남자를 보살피는 지수의 이야기가 구구절절 관객들에게 다가갑니다.

 

병마를 겪는 이들의 애절한 삶을 관찰력을 갖고, 더불어 애정을 갖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은 하지만 그 슬픔의 강도가 점점 깊어질수록 영화는 외부자의 시선으로는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합니다. 뻔한, 반복되는 대사가 오고가고, 삶과 이별에 대한 심도있는 통찰이 엿보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영화 내내 계속 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이 삶이 되고 삶이 사랑이 되는 상황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이 사랑일까요, 보내는 것이 사랑일까요?

 

자신의 몸이 죽어가는 모습을 또렷한 정신으로 바라보는 종우의 고통을 비롯, 죽음을 너무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왔던 지수가 사랑과 맞닿아 있는 죽음 앞에서 무릎 꿇는... 삶과 죽음, 사랑의 함수의 정답은 무얼까요?

죽음도 가를 수 없는 절대적 사랑. 그 사랑은 어쩌면 자족적이거나 그저 덤덤한 생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감독의 의도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이 영화를 보면서 며칠전에 봤던 “마이 시스터즈 키퍼”를 떠올렸습니다. 죽음을 앞에 두고 가족간의 사랑을 통해 삶을 말하려 했던 영화였는데, 어찌나 오버랩이 되던지요.

 

죽음과 사랑의 함수. 영화에서는 덤덤한 생활, 자족적, 절대적 사랑 이런식으로 답을 표현하나 저는 정답을 그냥 삶 자체로 생각하렵니다. 삶 자체가 고통이죠. 하지만 그런 삶 속에서 죽음도 삶의 일부입니다. 사랑도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죠.

 

이제 마무리를 해보려구요. 참으로 긴 리뷰네요. 긴 리뷰만큼 아쉬움도 길었던 영화였습니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상당히 주관적이니 제 글을 전부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이 영화를 아주 감동있게 본 분들도 있으니까요. 그럼 이만 총총.

 

참, 노래는 참 좋았습니다. 내사랑 내곁에 노래를 비롯, '다시 태어나도'-가수 김돈규와 에스더가 함께 불렀던-노래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