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화려한 영상, 뛰어난 연기력, 하지만 C.G는 지.못.미-불꽃처럼 나비처럼

꼬양 2009. 9. 25. 16:24

명성황후하면 생각나는 말. “나는 조선의 국모다”.

이 명성황후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은 많이 만들어져왔습니다. 드라마를 비롯, 뮤지컬까지요. 이제까지의 작품들은 황후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왔습니다. 그녀가 궁에 발을 디뎌 대원군의 며느리에서 일본인들에게 시해를 당하기까지의 삶을 조명해왔습니다.


국모가 아닌 여자로서의 삶을 조명해본다면 어떨까요? 그녀에게도 사랑은 있겠죠? 조선 말기의 역사적 상황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가미한 영화, 야설록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어제, 바로 관람을 했습니다.

 

줄거리는 다들 아시겠지만...

그래도 요약정리해서 보는 센스!

<간단 줄거리>

세상에 존재를 알리지 않은 채 자객으로 살아가던 무명(조승우)은 어느 날,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바로, 피비린내에 찌든 자신과 너무나 다른 여인, 자영(수애)을 만나게 된 것. 하지만 그녀는 곧 왕후가 될 몸으로, 며칠 후 고종과 자영의 혼례가 치러집니다. 무명은 왕이 아닌 하늘 아래 누구도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자영을 죽음까지 지켜주겠다고 다짐하고, 입궁 시험에 통과해 그녀의 호위무사가 되어 주변을 맴도는데요...

한편, 차가운 궁궐 생활과 시아버지와의 정치적 견해 차이로 하루도 안심할 수 없는 나날들을 보내던 자영은 무명의 칼이 자신을 지켜주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따뜻함을 느낍니다. 하지만, 일본의 외압과 그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한 자영의 외교가 충돌하면서 그녀를 향한 무명의 사랑 또한 광풍의 역사 속으로 휩쓸리게 되는데...

 

참! 제 글이 스포일러 경향이 좀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보셨다면 여기까지만 읽으시고, 다 보셨다면.... 별 상관없으시다면 스크롤을 내려주세용~

 

 

우리나라 자연의 미를 스크린으로 옮겨놓다.

이 영화 속에는 우리나라 자연의 미를 다 볼 수 있습니다. 제작기간이 3년이 걸렸더랬죠. 제작진은 전국 각지를 돌아다닌 끝에 해남, 보성, 문경새재, 신두리, 창녕, 부안 등 국내의 숨겨져 있던 보석 같은 장소들을 발굴했다고 합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거칠게 자라 온 무명의 집이 있는 공간이자 무명과 자영이 처음 만나는 장소인 창녕의 우포늪. 또한 두 사람이 함께 찾아가는 바다, 신두리 해안 사구는 영화 속에서 봐 왔던 어떤 바다보다도, 아름다웠다고 생각됩니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곳이 정말 우리나라 맞는지 물음표를 떠올리게 하는 그곳들. 특히 천연 기념물, 생태 보호지역인 두 곳으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은 것은 물론 그 곳에 집을 짓고, 배를 타고 촬영을 진행한 것은 이 영화가 처음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100여 년 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자연을 영화 속에서 만나게 되어 참으로 좋더군요.


 

△ 대원군(천호진). 명성황후의 시아버지죠~  

 

 

△ 초콜릿을 맛보는 명성황후. 세트가 참으로 신선한 느낌이죠.

 

배우들의 연기력은?

먼저, 수애는 국모의 기품과 두려움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여린 여인의 모습을 오가며 폭넓은 감정 연기를 소화해냅니다. 정말 황후를 나비처럼 우아하게 기품있게 연기했던 수애.

지금 군복무를 하고 있는 조승우. 그는 작품마다 다채로운 연기 변신을 시도했었죠. 말아톤, 타짜, 고고 70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 속에서 그 캐릭터로의 완벽한 변신과 매끄러운 연기는 다들 아실겁니다. 거친 매력과 순수한 면모를 동시에 지닌 캐릭터로, 자신과 너무나 다른 여인 자영을 만난 후, 그녀를 가질 수 없다면 평생을 지켜주겠다고 다짐하며 그림자처럼 그녀를 보필하는 모습을 보여준. 액션 연기도 그렇고, 표정, 감정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조승우. 수애와 조승우의 연기는 정말 박수 짝짝짝!

 

 

 △ 대원군의 호의무사 뇌전과의 결투.

 

과유불급, CG. 꼭 그래야했을까?

영화를 보다보면요, 광화문 앞 풍경을 살린 부분이 나옵니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으로 살린 부분은 여지껏 사극영화에서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었는데요. 광화문을 그러한 크기로 재현한 걸 두고 주위에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고 말하기도 했지만.. 저도 그런 생각했습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란 생각... 근데 감독에게 있어서는 그 시절의 공간감과 미장센,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 바로 선상 검술 이 장면!

 

광화문 앞 풍경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선상검술은 정말 지.못.미! (지켜주지 못해 미안~)

선상 검술은 국내 영화보다 중화권 무협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죠? “영웅”, “풍운” 등 리얼 액션보다 화려한 영상을 추구하는 감독들이 선호하는 기법으로 알고 있는데요... 순간, 판타지 무협소설 보는 줄 알았습니다. 멜로물에서 갑자기 판타지 액션으로 전환하는 기능을 가졌던 이 장면! 컴퓨터 게임도 아니고 이것 참... 그리고 액션장면마다 등장하는 물고기 푱~, 나비 팔랑팔랑!

이것도 영....

그리고 또 하나. 대원군의 대군을 상대로 혼자 맞서는 일당백 전투 장면...도 어디서 많이 보셨죠? 홍콩무협영화에서 많이 나오잖아요~ 수많은 창과 칼에도 끄떡없이 버티는 무명의 모습... 감정이입되기가 좀 힘들었어요. 하지만 대원군을 향한 외침과 이글거리는 눈빛은 과연 조승우라고 할 만 했지요.

 

 

어쨌든... 불꽃처럼 나비처럼 이 영화는 눈물이 나게끔 하는 멜로에 액션까지. 그리고 우리가 제대로 접해보지 못했던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모습까지 담겨있기에 볼거리가 풍성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하지만 영화가 욕심을 부렸다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습니다. 멜로와 액션 신이 잘 어울리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둘의 사랑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다못해 주르르 흘렀지만... 하지만 그 따로 노는 흐름에 의해 제 눈물도 멈췄다 말았다... 



조선 말, 과도기의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한 세트와 미술을 비롯, 화려한 영상과 배우들의 연기력까지 보여준 영화.

하지만 끝내 선을 지키지 못했던 CG.

가을날, 명성황후가 아닌 한 여인 민자영의 사랑을 보고자 한다면 봐도 괜찮을 법한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참, 만약 보신다면. 기대를 버리고 보십시오. 그리고 보고나서는 CG 영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겁니다.

CG 영상이 자꾸 머리를 맴도는 휴우증에 시달리는 꼬양-_-;)


그리고 엔딩에서의 이선희의 노래가 참으로 인상깊었던, “불꽃처럼 나비처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