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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관계 - 애자

꼬양 2009. 9. 12. 02:29

엄마와 딸의 관계를 정의내리면 뭘까요? 엄마에게 딸이란 존재는 무엇?

친구같은, 자매같은...?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영화 "애자"에서 나오는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딸요? 요샌 웬수를 그리 부릅니꺼?"

 

그렇습니다. 웬수같은, 늘 사고만 치는 사고뭉치(앗! 찔린다...)가 바로 딸인거죠. 

 

 

△ 한겨울, 고기를 잡아 바로 회를 떠 먹는 모녀. 소주한잔까지 곁들여~  

 

이 장면에서 입맛을 다셨죠. 둘의 다정한 모습, 서로 먹여주는 모습에서 엄마와 딸 사이는 정말 친구같단 생각을 합니다. 저와 엄마도 그래요.ㅋㅋㅋ

 

일단, 줄거리를 살펴보시겠습니다.

 

<간단 줄거리>

 

엄마와 딸은 서로에게 단단히 화가 나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부산의 똘스토이'로 이름을 날렸던 딸 애자(최강희 분)는 자신의 재능을 키워주지 않는 엄마 영희(김영애)가 마냥 섭섭하기만 합니다. 찌질한 오빠 민석에게는 없는 살림을 털어 유학을 보내고, 땅을 팔아서 공장까지 차려주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무신경하기만 하기 때문이죠. 스물아홉 살인 애자는 변변한 직업도 없이 소설가의 꿈만 먹고 살고 있는 상황. 고향인 부산에 안 내려가는 것도 그런 엄마가 섭섭해서.

이젠 엄마의 입장. 엄마 영희는 항상 삐딱한 애자가 못마땅합니다. 고등학교 때는 툭하면 가출에 선생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부수질 않나, 취직도 안 하고 결혼할 생각도 없이 허송세월하는 모습에 속이 뒤집히다 못해 까맣게 탑니다. 몇 년 만에 다시 딸을 만난 곳은 경찰서 유치장.

억지로 부산으로 끌려온 애자는 금세 엄마와 한바탕 싸우고 다시 서울로 도주하죠. 그렇게 평생 싸우면서 살 것 같던 두 사람에게 변화의 계기가 찾아오는 건 영희의 암이 재발하면서부터입니다.

 

 

 △ 애자 포스터

정말 친 모녀 같단 생각이 들던 포스터.

 

 △ 고등학교 시절 사고뭉치 박애자.

 

이름이 참 아이러니하죠? "박애자", 음... "박애 -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사랑함" 이런 뜻이 있죠.

이름에서 느꼈듯... 이 영화의 주제가 주제이니 만큼, 가족간의 사랑을 회복할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 이건 지극히 저의 개인적인 생각인겁니다.

보통의 등장인물은 성격 등을 암시하고 있기에 이 영화 역시 이러지 않았나 싶어서란 생각에서요^^; (아니면 말고~-_-;)

그리고 "자"가 들어간 이름에서 참 친근감이 들죠.ㅎ 왠지모를 순박함. 하지만 애자는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거~

 

배우들의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

이 영화는 곧 죽음을 앞둔 아픈 엄마와 딸의 이별을 그리고 있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는, 그냥 뻔히 알 수 있는 줄거리인거죠. 결말이 훤히 보이는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선 출연 배우들의 연기력이 어느 정도 받쳐주느냐가 관건이 됩니다. 엄마인 "영희"로 나오는 김영애 씨는 중년 여배우로 탁월한 연기력을 자랑하고 있으니, 그녀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그렇다면 관객의 시선은? 바로 최강희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또 이번 "애자" 영화는 그녀에겐 이번 영화가 생애 처음 영화입니다. 애자의 모습이 최강희 자신한테는 하나도 없는 부분이라 그게 많이 어려웠다고 최강희는 말을 했었죠.  

애자 캐릭터는 속정은 있지만 거칠고 싸가지 없고, 엄마한테 어리광도 많이 피웁니다. 그녀가 어리광을 피우는 이유는 자신도 사랑을 달라고, 관심 좀 보여달라고 시위하는 건데요.

최강희는 이런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습니다. 또한, 고등학교 교복이 절대 어색하지 않았던 최강희! 체육복에 교복치마. 저도 저랬더랬죠-_-;

 

△ 깜짝 출현! 김C. 관객들에게 웃음꽃을 안겨주다! 

애자의 맞선남 김C. 詩 배틀(?)을 벌이죠.  최강희의 답시가 인상적이었죠. 답시가 뭐였냐구요? 보시면 압니다.ㅎㅎ

말씀 안드릴게요^^; 궁금하시면 살짝 댓글을 남겨주세요.ㅋ

 

 

마치 우리가족 이야기를 말하는 듯한 영화

영화 '애자'는 전반부에서는 일단 티격태격하는 영희와 애자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고등학교 때는 툭하면 가출에 선생님 자동차 사이드미러를 발로 차 부수질 않나, 무단결석에. 왜 오빠만 잘해주냐고 대들고 투정부리고 생떼를 쓰는. (뭐, 저도 그랬습니다. 왜 동생만 잘 대해주냐고 속좁게 투정부렸던).... 그런 애자와 영희 모녀가 티격태격할수록 그 속에는 웃음이 묻어나지요. 정말 웬수처럼, 미운 정만 있는 것처럼 둘은 싸웁니다. 특히, 고등학생 애자가 가출한 곳이 집근처 독서실이었단 거. (저도 가출해봤자 집근처 바닷가였단 거... 가출 3시간만에 집으로 컴백.ㅋ)

 

어쨌든.. 영화는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쇠약해지는 영희의 곁을 애자가 지키면서 두 사람이 서로 이해하고 관계를 회복해가는 과정이 보여집니다. 이때 울지 않고 배길 사람은 없게 되죠. 관객들의 눈물을 사정없이 자극하는 말과 영상들이 쏟아지죠. 

영화의 핵심은 관객들이 얼마나 공감하느냐입니다. 정기훈 감독은 4년간 400쌍의 모녀를 직접 인터뷰하며 사실적인 에피소드와 감정 흐름을 담아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억지 설정 없이 마치 우리 가족의 이야기처럼 흘러갔던거죠. "애자"에서 슬픈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하지만 오버스런 감정 같은 경우에는 없다고 보여집니다.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는 남자, 여자 가릴 것 없이 눈시울이 붉어지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고요.

 

 

 

영화 엔딩에 대해서도 쓰고 싶지만, 아직 안 보신분들이 더 많을 것 같아 엔딩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보다 미묘하고, 가깝다면 가까울수도 있는 묘한 관계입니다.

세상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다 표현하지 않아도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알고 있죠.

여자와 여자이기때문에 작은일에도 서로 상처받고 챙겨주지 않으면 선이 생겨버리는 관계입니다.

그래서 더 어렵다면 어려울지도 모르죠.

가깝다면 제일 가까운 두 관계에 대하여 딸의 마음과 어머니의 마음을 따로따로

의미전달을 해주기란 쉽지 않은데 영화는 잘 풀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다만, 장소 점프가 너무 심해서 상당히 어지러웠습니다. 중간 브릿지 # 없이 애자가 갑자기 서울에서 부산집으로 슝 나타나고 다시 어느새 서울. 이렇게 부산과 서울을 슝슝 왔다갔다하니 멀미가 나더군요. 저만 그런건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그 점프컷으로 인해 전 심히 어지러웠습니다.ㅠㅠ

 

참, 이 "애자"로 데뷔한 정 감독은 "영화를 보고 난 뒤 엄마한테 전화 한 통 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요..

아닌 게 아니라... 바로 영화 끝나고 나서 엄마에게 전화를 했던 꼬양이었습니다. 엄마가 왜 이리도 보고싶던지요... 눈물이 글썽글썽... 엄마에게 "사랑해"란 말도 부끄러워서 한 적도 없었죠. 아. 못난 딸. ㅠㅠ 다음에 내려가거든 꼭 말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리뷰를 마치며....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엄마와 딸...

어떤 말로도... 어떤 글로도...  설명할 수 없는...

세상에서 너무도 슬프고.. 아름답고.. 행복한 관계...

 

 

무엇보다도 딸로 태어나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