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기분 up~ 재미 up~ 은은한 감동도 up! -애니메이션 "UP"을 보다

꼬양 2009. 9. 9. 14:40

세상에 너무 찌들어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땐 동화를 보곤 합니다. 요즘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많이 나왔더라구요^^

하지만 그 동화로도 마음이 치유가 안될 때는 애니메이션을 보곤 하죠. 최근에 픽사의 애니메이션 "업"을 봤습니다.

 

 

엄청난 캐릭터들이 등장하더군요. 말하는 개떼(음식도 만들고 서빙도 합니다.)들을 비롯하여 키가 4m나 되는 날지 못하는 새(러셀이 캐빈이라 이름을 지어줬죠)까지...

그리고 풍선을 달고 나는 집을 더불어~ 

 

참! 픽사의 엄청난(?) 시도들이 곳곳에 보이더군요. 블랙에서는 진한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면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은은한 감동을 받았다고 할까요.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감동요...

 

 

△ 업 포스터

 포스터를 처음 접했을 때.. "잉? 진짜 집??" 이런 생각을 처음 했구요... 그 후에 든 생각은... "나도 어릴 때 저런 생각했었는데...."

풍선을 달고 하늘을 나는 집은 바로 세상에서의 탈출을 의미 하고 있습니다.

 

먼저 줄거리를 간단히 알려드리지요.

칼과 엘리 부부에게는 탐험가 먼츠가 갔던 남미의 폭포로 떠나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시간은 흐르고 엘리는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칼은 엘리와 살던 집에서 혼자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데요. 어느 날 칼은 집에 수만 개의 풍선을 달고 남미의 폭포, ‘그 곳’으로 떠납니다. 하지만 그 집에는 ‘경로 배지’를 위해 칼에게 친절을 베풀고 싶은 러셀이 우연히 딸려오게 되지요. 지구상에 둘도 없을 이 어색한 커플이 함께 하는 대모험. 그들은 과연 남미의 잃어버린 세계에서 사라져 버린 꿈과 희망,행복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요?


 

 

△동글동글한 얼굴이 특징인 러셀 

 

이 해맑은 모습의 어린이. 동글동글한 얼굴이 아주 매력적인 러셀... 너무 사랑스럽죠?

열정적이고 고집 센 8살의 초등학생인데 야생 탐사대 대원이예요^^ 엄청난 배지들이 보이시죠?

최신 GPS, 텐트 등 야영 장비가 가득 든 배낭을 매고 칼의 비행선인 풍선을 매단 집에 탑승한 러셀에게는

한 가지 큰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도시를 벗어난 적이 한번도 없다는 거죠. ^^ (너.. 야생탐사대원 맞냐...-_-;)

 

△무뚝뚝하고 동물을 무지 싫어하는 할아버지 칼 

 

까칠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할아버지. 어린이 만화에 어디서나 등장할 법한 전통적 심술보 노인입니다.

얼굴에 각이 예사롭지 않죠? 얼굴 형태로 성격을 짐작케 합니다.

 

이처럼 각진 인생을 살고 있는 칼에게 동글동글한 러셀이 끼어들면서 많은 일이 일어나지요^^ 

“사각형은 과거, 원은 미래를 상징한다. 칼도 젊었을 때는 동그랗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얼굴은 벽돌처럼 사각으로 변하고, 더불어 성격도 완고해진다. 반면 다이내믹한 러셀은 계란처럼 생겼다.” (프로덕션 디자이너 리키 니어바)

 △ 4m 장신과 남다른 다리 길이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을 자랑하나, 전혀 날지 못하는 새, 케빈 

 

 

이 애니매이션 "업"은 독특한 오프닝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많은 애니메이션을 봐 왔지만 이런 건 처음이었죠.  1930년대, 극장에서 탐험가 먼츠의 활약상을 보던 어린시절의 칼이 발랄 소녀 엘리를 만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둘의 70년이 단편 영화처럼 흘러갑니다. 아무런 대사 없이 왈츠풍의 음악만 들릴뿐이죠. 아름답고 슬픈 누군가의 인생은 너무나 감동적이고 인상적입니다. 이 5분의 오프닝의 매력에 푸욱 빠져버린 꼬양입니다.

 

 

△칼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따르는 말하는 개, 더그.

 

 

활발한 성격의 부인 엘리가 세상을 떠난 뒤 칼의 주변은 점차 컬러가 사라집니다. 거의 흑백에 가깝죠.

하지만 러셀이 칼의 집 문을 두드리고 칼이 그 문을 여는 순간 컬러는 한순간에 확 살아납니다.

이게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느끼는 묘미입니다. 칼이 여행을 하며 러셀, 더그(말하는 잡종 개), 케빈(키가 큰 새) 등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컬러가 조금씩 추가되면서 화면이 살아나게 되지요. 점점 변하는 칼의 모습을 볼 수 있구요.

 

오프닝도 오프닝, 색감도 색감이지만 일단 인물 설정이 남다르다고 봅니다. 보통의 애니메이션에서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진 않습니다.  그동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라 하면 대부분이 동물이었죠. 지금 아이스에이지로 그렇잖아요? 가끔 가다 장난감이나 어린이? 토이스토리나 월E등을 생각하면 잘 알 수 있죠. 하지만 "업"은 정말 독특하게 어르신이 메인 캐릭터입니다.

저 역시 이 애니메이션을 보기 전, 주인공이 설마 노인일까란 생각을 했었는데요... 여든을 앞둔 어르신이 주인공이란 거 맞습니다^^

또한, 어린이나 노인이나 어딘가로 모험을 떠난다는, 일탈을 시도한다는 자체가 힘든 나이입니다. 하지만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과감히 시도합니다. 어린이와 노인이 함께 모험을 떠난다는, 세상과의 일탈을 시도하는.

 

 

 △엄청 큰 스나이퍼(새)를 봤다고 자랑하는 러셀과 들은체 만체 하는 칼.

그리고 그들이 끌고가는 건... 바로 집!

 

 

수많은 오색찬란한 풍선을 매달고 바람을 타고 조용히 움직이는 집은 칼에게 있어 부인인 엘리 그 자체입니다.

칼에게 이 여행은 일상을 잠시 뒤로 한 채 엘리와 이루어야 할 오랜 숙원이자 임무죠.

영화는 칼의 비행을 통해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원하면 누구든 꿈을 이룰 수 있다고요.

 

여행이 끝난 후에 칼은 뭘 하고 있을까요? 여행만큼 변한 칼의 새로운 인생이 시작됩니다.

마지막 엔딩장면을 보고 미소를 지었지요.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또 먹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보신분은 아실거예요.ㅋ 블랙도 아니고 원...;;;)

 

 

"업"은 정말 비현실적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비현실적이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죠.

이런 걸 보면서라도 잠시나마 자신이 어른인 걸 잊어보고, 자신이 꿈꿔 왔던 세계를 상상하는 그 때로 돌아가보고 싶어져서요.

풍선으로 집을 띄우고, 여행을 하고, 꿈을 이루고. 그것도 백발의 나이에....

어쩌면 이건 이 작품에 참여한 이들의 아련한 소망일지도 모릅니다. 아니, 저의 소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을 전반적으로 보여주고, 어릴 적 자신의 꿈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하는.

마음 깊은 곳까지 울림을 주는... 은은한 감동의 애니메이션 "up" 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