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처음 가 본 강원도. 강원도의 추위란, 뼈속까지 파고드는 시림이란 걸 알았습니다.
그 시린 추위 속에서 따스하게 전해진 하나가 있었죠.
아무리 눈이 내려도,
바람이 매섭게 불어도,
얼음이 얼더라도
그 것 하나 만큼은 추위에 떨게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 무엇은 바로, 고사리손으로 적은 평화에 대한 염원,
한국 어린이들과 에티오피아 어린이들의 바람을 적은 엽서입니다.
평화는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되어 왔으며,
오늘날 평화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요?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고 동서 진영의 냉전체제가 붕괴되기 전까지 평화는 전쟁의 반대 개념이었죠.
전쟁이 없는 상태가 곧 평화였습니다. 그러나 핵무기를 핵심으로 한 냉전체제의 종식 이후 전쟁은 그 개념을 달리하게 됩니다.
은밀한 대리전과 한 국가 또는 좁은 지역 내의 인종?민족?종교 분쟁이 대규모 교전을 대체합니다.
게다가 오늘날의 평화는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상태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물이나 석유 같은 자연 자원의 불균형, 환경 파괴나 인권 침해, 민주주의의 부재, 인종과 성 차별, 빈곤과 기아 같은 문제들이 평화를 위협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리집 안마당에서 벌이지는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게 되었죠.
평화는 우리가 숨쉬는 공기와 같아서,
한 개인이 무심코 내뱉는 나쁜 숨결이 쌓이고 쌓이면 지구 전체의 평화를 깨뜨리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그러니, 우리가 전쟁 없는 세상을 꿈꾸는 게 당연하다면, 자라나는 세대들이 평화를 배워야 하는 까닭 또한 당연합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이렇게 평화에 대한 소망을 적은 글을 보니, 기특하기도 하고,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속에서 느껴지더군요.
에티오피아 어린이의 그림입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그림 하나로 어린이들의 소망을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에티오피아는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내전이 많은 국가입니다.
국토 대부분이 농작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내전으로 인하여 농사를 지을 수가 없기에 살기 어려운 국가로 전락하고 말죠.
되풀이 되는 내전은 수십년간 계속 되었죠.
90여개 부족 공동체가 생활하고 있기때문에 언제 또 다시 종족 간 분쟁, 내전이 발생할 지 불안불안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평화에 대한 소망은 더욱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날이 오긴하겠죠? 정말 "경축"이란 현수막이 걸릴 수 있을까요.
제가 너무나도 자랐나봅니다. 그나마 어렸을 때는 통일이 될거라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은...
그렇죠^^ 우린 한민족입니다. 땅이 반토막 났지만, 그래도 우리 민족이 반토막 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때. 어른이지만 참 부끄러웠습니다.
난 어떤 노력을 하는지, 도통 하는 것 같지도 않아서 말이죠.
어린이 말대로 어둠의 향연은 이제 끝낼 때도 되었는데,
피의 향연도 이제 그만할 때도 되었는데,
서로 총부리를 거둬도 될 때라 생각되는데 말이죠.
엽서를 이런식으로 전시를 했습니다. 이제 평화의 댐을 둘러봅니다. 평화의 종도 한번 보구요.
이게 바로 세계평화의 종! 평화를 기원하며 종을 한번 쳐 보구요.
악수도 해봅니다. 누구의 손일까요? 이 손에 대해서도 나중에 자세히 포스팅을 하겠습니다^^
평화에 기여한 분, 노벨 평화상 수상자 중 한 분의 손입니다^^
웅장한 모습을 뽐내는 평화의 댐. 그 규모는 뭐라 형용할 수 없더군요.
어떤 나라는 종교와 사상 때문에
어떤 나라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어떤 나라는 석유를 얻기 위해
어떤 나라는 물을 얻기 위해
어떤 나라는 땅을 지키기 위해
어떤 나라는 땅을 넓히기 위해
어떤 나라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어떤 나라는 상대 국가를 잘 모르고 오해해서 혹은 어떤 진실을 감추기 위해
전쟁을 합니다.
전쟁의 이유는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하지만 그 다양함속에서도 어린이들의 소원은 하나입니다.
그 간절함을 렌즈속에 담고 발길을 돌려봅니다.
그리고 생각나는 하나의 말.
“서로 맞붙어 살아가는 인간들에게 존재하는 평화는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 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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