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강원도

생일, 내 마음속에 담은 하조대

꼬양 2010. 3. 3. 09:00

바다. 제주도 푸른 바다를 늘 보고 자랐던 나에게 있어서 바다는 그리움의 대상이다.

생일날, 내가 가장 하고픈 게 무얼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시퍼런 바다가 보고 싶었다.

바다라고 하면 가까운 인천바다가 있지만, 뿌옇고 노오란 황해바다는 나와는 친해질 수 없는 투명한 벽이 있는 듯하고...

고심끝에 선택한 것은 바로 동해.

 

지난 2월, 생일을 맞아 나에게 준 선물로 떠난 곳, 내 마음속에 담은 곳, 바로 하조대이다. 생일은 지났지만, 버스를 타면서 느낀 점은 다이어리에 고스란히 적었다. 버스안에서도 부지런히 끄적끄적.

 

낯선곳으로의 여행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전혀 가보지 않은 곳으로의 발걸음. 어떤 일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하면서, 과연 그곳은 내가 기대했던 그 모습 그대로일까라는 생각과 두근거림, 설렘을 안고 나서다.

 

고속터미널에서 양양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도착한 양양버스터미널. 올망졸망 버스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하얀색, 노란색, 버스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다.

 

 

터미널 안의 모습. 조촐한 터미널. 터미널 간판조차 없다. 양양버스터미널에서 내려 걸으면 시내버스 터미널(?) 맞나? 아무튼. 그게 나온다. 간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곳. 오히려 그런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이곳을 못찾았으면 과연 어쨌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편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을끼? 문득 엽서 한통을 갖고 올걸 하는 후회를 갖기도 했다. 하조대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친구에게 엽서를 띄워보내볼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늘 우표를 들고 다니는 나인데, 이날따라 우표를 넣은 지갑을 갖고 오질 않았다. 전날, 밤늦게까지 일했더니 머리도 많이 피곤했었나보다.

 

양양시외버스터미널 승차권. 2월 7일. 생일 뒷날에 갔었던 하조대. 생일날 일을 했기에 어딜 가지도 못했고.

다음날 나에게 준 선물이 바로 바다였던 것. 비록 제주바다는 아니지만 시퍼런 강원도 바다라도 내 마음에는 위안이 되리라 생각했기에.

 

 

 

시외버스 터미널 입구. 정말 간판이 없다.

버스 시간표를 보면서.. 이곳을 경유하는 버스도 참 많구나란 생각을 해본다. 저멀리 울산과 부산까지... 그러나... 운행회수가 참..-_-; 하루 한편이 어디겠어. 그런데.. 부산은 심야군. 양양에 사는 사람은 부산에는 밤에 가란 말?

 

 

버스를 타고 하조대 버스 정류장에서 내렸다. 나를 반긴 건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생선들. 일광욕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아니, 광합성이라고 해야하나? 나도 햇살이 필요했다. 나를 따스하게 반겨줄 햇볕이. 스물일곱, 내 인생에도 봄바람이,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고.

 

 

 

하조대를 향해 걸어갔다. 날씨가 많이 춥기는 했다. 분명 일기예보상으로는 양양의 낮기온이 10도였음에도 불구하고 도처에는 얼음이 꽁꽁 얼어있었다. 무색한 영상의 기온. 문득 떠오른 제주도. 제주도 역시 낮기온은 영상이나 바람이 워낙 차가워서 체감기온이 영하인때가 많다. 양양도 이렇구나라는 생각에 제주도가 더욱 그리워졌다.

 

 

꼬불꼬불 길을 걸어 도착한 하조대. 정자가 나를 먼저 반겼다. 일요일날,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다. 관광객, 연인 할 것 없이 모두 바다를 보고 있었다. 바다를 그리워한 사람은 나뿐이 아니었다.

바다는 모두가 그리워하는 대상이었던 것이다.

 

 

탁 트인 바다. 시원한 바람. 그리고 소나무, 하얀 물결, 저 멀리 흰 구름까지.

모든 게 나를 반기는 것만 같았다. 생일축하한단 말을 바다가 해주는 것만 같고...

바람의 속삭임, 바다의 노래소리, 나만을 위한 곳이 아닐까란 착각까지.

 

 

 

하조대는 조선개국 공신 하륜과 조준이 잠시 머물렀던 곳이다. 각각의 성을 따서 하조대라고 불렀던 곳인데...

동해바다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제주도 바다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느낌.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바다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했고.,.

 

 

잠시 자리를 옮겨서 등대로 이동했다. 등대로 가는 도중에 발견한 작은 찻집. 강아지, 아니 멍멍이가 무지 귀여웠다.

테이블 위에 널부러진 멍멍이. 사진에는 너무 작게 나왔지만.

등대로 이동하면서 찍은 바위의 모습.

 

 

 

등대가 있는 곳까지 와서 바다를 찍다. 바다란... 정말 묘하게 찍는 위치만 바뀌어도 다른 느낌이다.

분명 같은 바다인데... 같은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등대. 어두운 밤바다를 환히 비춰주는...

내 인생의 등대는? 내가 비춰야겠지. 캄캄해도, 앞이 보이질 않아도... 내가 헤처나가야 할 길이란 것을.

실패하고 좌절할 지언정, 포기하지 말고 다시 일어나야 할 것을...

생일날, 다시 다짐을 해본다.

사람들과의 인연을 다 끊고 가라앉으려 했었다. 모든게 두려워서 포기하고만 싶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가슴이 아프지만, 과거는 과거인 것. 시련도 시련일뿐. 늘 시련만 계속 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다시 일어날 것임을 스스로를 달래본다.

 

 

 

동해의 뛰어난 절경을 감상하고, 차가운 겨울 바람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꼬불꼬불 길을 다시 돌아가면서 들린 하조대 해수욕장.

겨울 해수욕장은 한산하다못해 스산하다. 하지만 모래사장의 발자국들은 결코 하조대 해수욕장이 혼자가 아니었음을 증명해준다.

그 발자국 속에 남은 내 발자국 역시 그 중 한사람임을 말해주고.

 

 

철썩철썩 치는 파도, 밀려들어왔다가 다시 빠져나가고... 파도 소리만 듣다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도 모르겠다.

버스 시간때문에 재촉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양양은 처음인지라, 그리고 버스 시간도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제일 힘들었던 게 버스 정류장을 모르겠다는 것. 버스 노선도 그렇고. 강원도 양양. 정말 나에게 있어서 난코스였다.

안내방송도 없었던 양양의 공영버스, 그리고 요금조차 명시되어 있지 않아 얼마를 내야할지도 난감했던 버스.

 

모래사장에 찍은 내 그림자. 희미한 그림자. 하지만 용기만큼은 희미해지지 말자.

 

 

버스 시간대는 이렇게 된다는데... 버스 시간 텀이 너무 길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

 

 

결국 우유를 하나 사서 마시면서 슈퍼 아저씨에게 버스 노선을 물었다. 입은 둬서 무엇하리.

어쨌든, 다른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가 20분에 한대씩 있다네?

와우~ +_+ 

 

하조대의 감동을 뒤로 하고, 다시 다른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짭쪼롬한 바다의 향기까지 고스란히 간직한 채.

 

2010년 생일.

내 마음속에 하조대를 담았다.  

제주도 바다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동해바다의 절경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