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가는 길이라고 하죠.
프랑스 남부 생장피에드포르에서 스페인 북부 갈리시아 지방의 산티아고데콤포스텔라에 이르는 800km 구간으로 예수의 제자 야곱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걸었다는
'카미노 데 산티아고'...한 달 넘게 걸어야하는 험난한 여정이지만, 아름다운 자연이 함께하기에 여행객이 끊이지 않다고 하죠.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길이 있습니다. 물론 한달넘게 걸리거나 고행이 있거나 그렇진 않습니다.
산티아고 길에 비하면 아주 짧죠.
전라도에서 조성한 "아름다운 순례길"은 천주교, 불교, 원불교, 개신교 4개의 교단이 모여 만들었습니다. 전북 완주의 천호성지∼익산 나바위성당∼익산 미륵사 터∼완주 초남이성지∼전주 한옥마을∼완주 송광사에 이르는 약 180km 구간입니다. 하루 평균 25km씩 걸으면 6박 7일이 걸린다고 하죠.
이 6박 7일 구간을 다 걸은 게 아니구요. 이 순례길의 한 부분에 있는 원불교 익산성지를 걸어보았습니다.
맘같아서는 6박 7일을 다 걷고 싶었지만 일단 한곳만 가봅니다.
하지만 날씨마저 따라주질 않더군요. 오전에 내린 비로 인해 원불교 익산성지는 비에 촉촉히 젖어있었습니다.
익산의 원불교 성지는 2005년 6월 18일 등록문화재 제179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현재 원불교 소유구요.
1924년에 익산총부를 건설하면서 최초로 본원실을 지었다고 하죠. 이후 대집회를 위해 현대식 건물로 지은 대각전을 비롯해 공회당, 정신원, 구정원, 금강원, 본원실, 종법실 등 8동의 건물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 소태산 대종사 성탑과 성비, 정산 종사 성탑, 영모전 등이 있고 소태산 대종사의 유품과 소태산 기념관이 있습니다.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가 공식적인 교화를 열었던 곳으로 종교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죠.
건물은 일본풍을 띠고 있습니다.
아직 물기가 촉촉히 남은 땅. 빠알간 단풍잎이 비에 젖어있습니다.
비가 갠 하늘은 아직 우중충하고...
노란색 잎은... 바람따라 하늘하늘 거립니다.
종교가 없지만, 원불교 성지여서 그런걸까요?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20년대 가을날로 여행을 온 듯한 느낌입니다. 마당에는 노란 은행잎이 소복히 쌓여있고,
은행잎 밟는 소리가 사박사박 나기도 하죠.
나무문이 참으로 인상깊습니다. 양옆의 소나무가 대문 역할을 하는걸까요?
천천히 걷다보면 여러 나무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잘 가꿔진 정원을 보는 듯한 기분도 듭니다.
원불교 익산성지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을 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리고 건물의 아름다움에, 건물의 가진 가치에 대해 생각도 해봅니다.
집 벽 한켠에 놓여있는 싸리비. 단풍잎을 쓸어내는 용도로 쓰이겠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눈을 쓸어내겠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갑니다.
탄성을 자아냈던 단풍나무입니다. 어찌나 붉은지, 이렇게 붉은 단풍나무는 처음이었죠.
정말 불타는 듯한 느낌의 나무였습니다.
원불교에 대해 어느 정도 알 수 있기도 하죠. 그전에 어느 정도 정보를 알고 가시면 더 좋겠죠?
종교가 있든 없든, 이곳의 정취에 점점 빠져들게 되는데요.
이곳을 둘러보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면 약간의 시간은 걸릴 듯 합니다.
깊어가는 가을. 겨울도 서서히 다가오나 봅니다.
나뭇잎이 나무에게 이별을 고하는 모습을 보니 말입니다.
한국판 산티아고 길. 이‘아름다운 순례길’ 구상은 올해 초 시작됐다고 합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세상살이의 고통과 스트레스를 치유해 보자고 생각해서 시작한 것이라 하는데요.
더 나아가 종교 간의 화합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단 생각도 듭니다.
한국판 산티아고 길인 아름다운 순례길 지도입니다. 순례의 길은 전체 구간 가운데 80% 이상이 찻길을 피해 산길, 논두렁길, 천변길 등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참, 산티아고 길에는 저렴한 숙소인 알베르게가 있죠. 마찬가지로 숙박이 가능한 순례자의 집을 지정하거나 새로 건립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천주교 피정의 집, 원불교 수련원, 사찰 등에서도 묵을 수 있기에 숙박은 걱정 안하셔도 되구요. 교단별로 템플스테이 같은 기도와 묵상, 수련프로그램도 제공한다고 하니 참여해 볼법하다고 느낍니다.
여기서 가장 걱정되는 건 종교색이죠. 하지만 신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거부감 없이 참여하도록 종교색을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게 교단과 각 지자체의 기본 생각이기에 염려 안하셔도 되구요^^
길은 참 많습니다.
지리산 둘레길을 비롯, 제주도 올레길, 그리고 여기 아름다운 순례길까지.
길.
인생이든 여정이든 모두 우리 앞에 놓인 길이죠.
우리는 그 길을 걸어가야 하는거겠죠.
지겹다고 되돌아갈 수 없고 즐겁다고 마냥 느리게 갈 수만은 없는 게
우리 인생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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