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작가는 많다. 그리고 소설가도 많다. 하지만 그 많은 작가 중에서도 정말 존경하는 소설가 한 분이 있다.
소설을 단순 상상이 아닌 시대적 진실과 참모습을 객관적으로 복원하고 되살리면서 글을 썼던 분.
바로 조정래 작가.
그의 소설의 감동을 따라 찾아간 곳 벌교.
그곳에서 그의 흔적을 찾았다.
벌교하면 유명한 것이 꼬막. 하지만 꼬막보다도 난 조정래 이름을 먼저 떠올리곤 한다.
다시 읽고 싶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그의 소설. 그리고 그 소설의 흔적을 찾아가보는 게 내 희망사항이기도 했다.
언제였던가... 보도국 선배가 내 휴대폰으로 보내준 사진. 바로 태백산맥 문학관 사진이었다.
휴대폰 사진이 아닌 정말 내 카메라 렌즈에 담은 태백산맥 문학관의 모습.
소설을 떠올리면서... 그 감동이란.
그리고 든 생각. 아깝다! 그 선배한테 자랑했어야 했는데!!!! 선배는 제주도에 있기에~
"태백산맥"은 원고지 1만 6천 5백장의 방대한 분량 속에서 60명이 넘는 주인공들이 등장해 각자 자신의 목소리를 선명하게 남기고 있다. 80년대 분단문학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반공이데올로기에 의해 일방적으로 왜곡되어왔던 해방직후의 역사적 진실을 현미경 들이대듯 샅샅이 파헤치고 있으면서도 작품 전체에서 균형감각을 잃지 않는 미덕을 지니고 있는데...
문학관 전시실에는 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소설을 위한 준비와 집필. 소설 "태백산맥"의 탈고, "태백산맥" 출간 이후, 작가의 삶과 문학 소설 태백산맥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알 수 있고, 1만 6천여 매 분량의 태백산맥 육필원고를 비롯한 158건 718점의 증여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부대시설로는 누구나 책을 볼 수 있는 “북 카페”와 작가가 직접 머무르면서 집필활동을 하게 될 “작가의 방”이 있다는 점이 다른 문학관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다.
태백산맥 명장면을 모형으로 한번 봐주는 센스~
제1부
읍내를 에워싼 불길.
벌교는 토지를 둘러싼 지주와 소작농 사이에 엄청난 갈등의 골이 깊었던 곳이다. 이러한 갈등은 염상진을 중심으로 한 좌익 세력과 토착지주를 중심으로 한 우익세력의 대립의 상징인 봉화가 타오르는 장면.
"어, 저것이 뭐여? 도깨비불도 아니고..."
"아니! 저짝에도..."
"아닌디, 저짝에도 있는디..."
2부. 민중의 불꽃.
니만 사람이냐.
지주 정현동이 토지개혁의 허점을 파고들어 멀쩡한 논에 바닷물을 끌어들임으로써 염전을 만들겠다고 하다가 이에 분개한 소작인의 낫에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
"아, 딸 목심이 수백이든 수천이든 니가 알바가 아니여. 성가시게 하들말고 썩 비켜나가라니께!"
"야이 씨부랄놈아. 너만 사람이냐아!"
3부. 분단과 전쟁.
우리 아부지가 하대치요.
스승과 제자. 혈연관계가 이데올로기로 인해 갈라지는 현실에서 얼마전까지 선생님이었던 선우진이 자신의 제자를 고문하는 장면...
"내가 묻는 말은 한번씩뿐이다. 절대 두 번 묻지 않는다. (중략...) 똑똑히 알아둘 것은 이젠 내가 너희들의 선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긴 적당히 넘어가는 교실이 아니고 경찰서 지하실이다. 그리고 난 특무대고, 넌 빨갱이다"
제4부. 전쟁과 분단.
휴전선으로 변한 삼팔선.
빨치산 세력의 몰락으로 수류탄에 자폭한 염상진. 그의 목이 벌교 읍내에 내걸린다. 이를 지키려는 경찰과 남은 시신이나마 수습하려는 그의 가족이 실랑이를 벌인다. 이는 와준, 염상진의 동생이자 번대 진영에 서 있던 염상구의 출연으로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
"살아서 빨갱이지, 죽어서도 빨갱이냐"
그의 글씨 그대로, 그때의 흔적 그대로 남아있는 원고.
과연 작가란...
작가란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사람.
다시 한번 작가로서의 마음을 다져본다. 비록 다른 장르지만, 그래도.. 작가는 작가이기에...
아직... 작가라 말할 정도도 아닌, 미숙하지만, 그래도...
그 마음은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두번째 유서를 쓰면서까지 꿋꿋하게 완성해나갔던 소설.
치열했고, 격량이 심했던, 왜곡과 굴절 역시 만만치 않았던 그 시절속에서 꿋꿋하게 소설 작업을 한 그의 노력, 의지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1만 6천 5백장 분량으로 6년간 연재된 태백산맥은 좌익운동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파헤치며 우리 민족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모순을 비판적 시각으로 다뤄 젊은 세대의 공감과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태백산맥은 완간 되자마자 문학담당기자와 문학평론가들에 의해 ‘1980년대 최고의 작품’, ‘1980년대 최대의 문제작’으로 꼽힐 정도였으니...
태백산맥의 붉은색 책 표지는 어느덧 빛이 바래 노인의 얼굴에 주름살이 늘어가듯 주름이 지고...
비록 다른 세대를 살았으나 소설을 통해 그 시절의 아픔,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것 같았다.
태백산맥 문학관을 나서면서 소설가 김훈이 한 말을 떠올려 본다.
"태백산맥은 거대함을 사랑하기보다는, 그 구체성을 사랑한다. 구체성이라는 것은 , 삶과 역사에 대한 직접성. 이데올로기는 삶에 대한 직접성을 확보함으로써만 역사 앞에서 순결할 수 있다. 이데올로기는 관념이 아니라 생명의 분비물이다. 생명의 분비물일때만, 이데올로기는 역사를 가동시킨다, 우리는 태백산맥에서 그렇게 역사를 가동시키는 이데올로기의 힘을 읽는다. "
난...
태백산맥 자체를 사랑한다.
그 속에 녹아든 작가의 열정, 끈기, 의지, 그리고 삶과 역사의 꿈틀거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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