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
심리학적으로 감수성. 우리의 5관(五官)이 외계로부터 자극을 받고 그에 반응하는 정도나 강도(强度).
칸트의 지식론(인식론)에서는 외부로부터의 모든 감각적 자극을 받아들여, 지금 여기서라든가 아까 거기서라는 식으로 시간적·공간적으로 정리하는 능력. 감성은 이렇게 정리한 것을 생각하는 힘인 '오성(悟性)'에 소재로서 제공한다고 한다.
칸트의 도덕론에서의 감성은 욕구 또는 본능을 가리키며, 그것은 이성에 의해 억제될 수 있다고 한다는데...
감성은 이런 딱딱한 뜻도 있지만.
감성은 느낄 수 있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감성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능력.
감성은 자신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느낄 수 있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감성하면 생각하는 사람.
감성마을의 촌장 이.외.수.
그의 감성은 과연 어떨까?
세상에 많고 많은 사전이 있지만 없는 사전이 딱 하나 있다.
감성사전.
감정도 아닌 감성이다.
이외수, 독특한 그 만의 감성을 엿보다.
정확히 언제인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의 책들을 서점에서 마주쳤을 때.. 그때의 느낌이 선하다.
독특함. 정말 이 사람은 대체 뭘 하는 인간인지 욕이 버럭 나왔던 순간.
그의 감수성과 문체, 글의 내용보다도 파격적인 그의 외모 그리고 정말 어디 멀리 우주에서 왔을법한 그의 삶의 방식...
그래서 그의 책들을 많이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호기심 반, 의문 반으로 읽었던 책들.
물론 작가들의 삶이 다 고달프다. 하지만 여타의 작가들보다 더 고생을 많이해서 그런지
그의 글 속에 연륜과 독특한 발상이 많이 묻어난다.
특히 그의 감성사전은 그 만의 생각으로 여러가지 사물들의 정의를 내린다.
책장을 한장한장 넘길수록 그가 내린 단어의 정의는 기가 막힐 정도로 정곡을 찌르고...
몇 몇 정의들은 너무나 웃겨 책을 덮고 웃기 바쁠 정도다.
그가 내리는 정의와 사전적 정의를 비교해본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주인공이란?
사건이 있고 그 사건으로 이야기가 구성되는 한 편의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언제나 그 사건의 중심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등장인물을 말한다. 하지만 이외수 그의 감성으로 정의를 내린다면 작중인물 중에서 가장 목숨이 끈질긴 존재일 뿐이다.
정신병에 걸린 사람을 정신병자라 생각하지만, 제 정신만으로 살아가는 인격자가 정신병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 큰 문제 자살. 대한민국은 자살공화국이란 오명이 있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는데, 그는 자살을 이리 정의 내린다.
자살이란 자신의 목숨이 자기 소유물임을 만천하에 행동으로 명확히 증명해 보이는 일. 피조물로서의 경거망동. 생명체로서의 절대비극. 그러나 가장 강렬한 삶에의 갈망이라고.
만약 불행을 통해 자기를 반성하고 노력을 배가시킬 수만 있다면 누구든 불행이 그만한 크기의 행운을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예비관문이었음을 알게 된다는 뜻을 가진 이 단어는?
바로 병살타.
필요없다고 생각되어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총칭하는 단어 쓰레기.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가공물들의 말로. 또는 지구가 바라보는 인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행복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는 말 불행.
그의 감성적 정의로써의 불행은 행복이라는 이름의 나무 밑에 드리워져 있는 그 나무만한 크기의 그늘이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그 그늘까지를 나무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란 이유까지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그가 내린 여자란 단어의 정의.
남자들에게 가장 난해한 학술자료.
하지만 나에게 있어 남자는 가장 난해한 학술자료인데 말이지.
웃음을 유발하는 그만의 개그코드도 엿볼 수 있는데.
그가 말하는 동문서답이란?
동쪽으로 가면 문래동이냐고 물으니 서쪽으로 가면 답십리라 대답하는 식의 문답.
또한 아내는 20대에는 아내, 30대에는 마누라. 40대에는 여편네, 50대에는 할망구라 부르는, 가정의 수호천사를 말한다고 하는데...
역시 이외수 답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감성을 중요시 한다.
"감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센스도 떨어진다.
밥 한끼를 사더라도 배고플 때 사야 눈물겹고 술 한잔을 사더라도 외로울 때 사야 눈물겹지 않겠는가.
명함 한 장을 건네더라도 적재적소에서 건네는 센스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 고 말을 했다.
우리가 일상적인 생활에서 너무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사물과 단어 2백여 개를 이외수 특유의 시각과 감성, 재치 있는 비유와 은유로 풀이한
감성사전.
"사전"이라는 딱딱한 제목과 달리, 사물과 언어의 실체를 작가가 갖고 있는 특이한 감성으로로 풀어논 이 책을,
그의 감성을, 단순히 활자로 정의내리기는 상당히 어려운 듯 하다.
짜증나고 딱딱한 사전의 정의보다는 그의 감성으로 풀어논 정의들이 훨씬 맘에 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정의를 찾고자 사전을 펼칠 때 오는 괴리감이 없어지고 단어가 한층 마음으로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을 덮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지만
문득 든 생각은.. 앞으로 사전 찾을 일이 있으면, 감성사전도 같이 봐야겠다는 생각?
네이버나 다음이든 구글이든... 사전검색할 때 그의 감성으로 풀어낸 이 의미들도 검색이 되면 좋으련만...
왠지 나의 큰(?) 소망같다는 생각이 든다. ^^;
|
'마음 탐구생활 > 나 이거 읽었어-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외수, 그의 흐린 세상을 건너는 방법이란?-흐린세상 건너기 (0) | 2009.12.10 |
---|---|
한 편의 서정시 같은 4가지 빛깔의 사랑들-9월의 4분의 일 (0) | 2009.11.13 |
고양이들에게서 배우는 삶의 철학-일곱마리 고양이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 (0) | 2009.10.24 |
10살 사키의 순수함과 고운 마음을 느끼다-달의 사막을 사박사박 (0) | 2009.10.12 |
삶은 곧 춤. 나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하루키 (0) | 2009.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