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우리네 인간들이 보기에는 넓은 세상의 주변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물 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고양이 스스로는 넓은 세상의 중심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만의 작은 세상의 중심에서 살아가고 있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고양이를 길들이기가 인간에게는 무엇보다도 힘든 일이 되었을지도...
현재라는 좁은 발판 위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인간들에게는 참으로 어려운 일이여서 자꾸만 발을 헛딛고 과거와 미래의 생각속으로 떨어지기 일쑤지만 고양이는 단순하며 침착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실제로 많은 고양이와 개 한마리와 시골 농장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는 조 쿠터트, 나는 고양이의 울음 소리를 다 똑같은 “야옹”이라 듣지만, 50가지 정도 다른 의미를 담은 각기 다른 소리를 낼 수 있는 고양이의 언어를 이해할 정도로 고양이를 너무나 잘 아는 그녀. 일곱마리 고양이 한마리 한마리 각자의 생활태도와 성격을 세밀히 관찰하면서 그것을 인간의 삶의 모습에 비춰보며 결코 가볍게 놓쳐버릴 수 없는 삶의 지혜들을 책에 풀어낸다.
사랑의 본질을 깨우쳐준 비티, 편견으로 얼룩진 삶을 감수해야만 했던 파피, 끝없이 삶의 행복을 추구했던 체스터, 과감하게 스스로를 변화시켰던 삭시, 매력적인 트롯, 고요한 명상가 스위트 윌리엄, 독립심 강한 케이트까지 일곱 마리의 고양이의 삶에서 인간들의 삶의 지혜를 발견해내는데...
수다스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 비티
비티는 어느날 산책하는 그녀에게 덤불속에서 뛰쳐나와 안긴 고양이다. 비티의 다정한 성격과 친근한 태도, 호기심 때문에 그녀는 그만 비티를 동물보호소에 갖다 맡기겠다는 계획도 포기하게 된다. 비티는 그녀의 관심을 끌고 끊임없이 대화를 하려고 했다. 그녀가 질문하면 “야옹옹” 이런 식으로 대답을 했던 비티. 겉모습만 보면 얼룩무늬 털을 가졌고 수수하고 추레했지만 비티는 놀랍게도 다른 매력을 갖고 있었다. 그런 비티의 모습에서 사람도 마찬가지란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다른 매력이 크면 겉모습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고 잘 보이지도 않는 다는 것이다. 물론 연인들 사이의 콩깍지를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과는 달리 외모지상주의 이 사회에서 성형수술만 고집하는 남녀들에게 다른 매력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란 충고를 날려주는 듯 하다.
또한 수다스러운 비티, 이 고양이 삶이 즐거운 이유는 아마도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끝없이 관심을 갖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쾌활한 성격은 해피엔딩을 부르기 마련이라는 교훈도 얻을 수 있다. 스스로가 행복하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행복을 퍼뜨리게 되고, 즐거움도 커지게 되는거니까.
수수하고 추레한 겉모습을 가졌지만 다른 매력을 한껏 발산하며 세상을 즐겁게 살아가는 비티에게서 배운 점은 거리낌 없이 사랑하기, 무비판적으로 사랑하기, 열린 마음으로 기쁘게 그리고 따스하게 사랑하기.
출발이 불분명한 인생의 고양이들-삭시와 파피
그녀에게 오기 전 주인인 두 남자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버림받은 파피. 파피에게는 온 세상이 애초에 잘못 끼워 맞춰진 퍼즐 조각처럼 우울한 곳일 뿐이었다. 그녀가 아무리 잘해줘도, 그 어떤 사랑을 줘도, 세상은 우울한 곳이란 그런 믿음을 굳게 지키며 늘 어두운 구석만 찾아 숨었다. 그런 행동을 하는 파피를 보면서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새삼 실감한다. 내가 노력을 아무리 쏟아붓는다해도 내 태도가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해도 상대방은 밑바닥부터 변화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상대의 세계관이, 생각이 바뀌어야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파피에게서 배우게 된다.
결국 파피는 그녀가 베푼 좋은 환경에서도 적응을 못하고 자신의 믿음대로 다시 황량한 들판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그리고, 삭시. 삭시는 정말 도둑고양이 같은 생김새를 가진, 이글거리는 노란 눈과 귀가 엉망으로 뭉개진, 말그대로 못생긴 고양이였다. 그러나 삭시는 집요하게 그녀에게 접근했다. 삭시의 끈기는 엄청났고,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바람대로 집안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다. 파피처럼 삭시의 인생 역시 버림과 괴롭힘을 받으며, 출발이 불행했다. 하지만 둘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파피와 달리 삭시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결코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파피처럼 상황에 짓눌러 일그러져 버린 것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운명을 예의 주시하며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믿었다. 새로운 삶을 배우는 일은 끈기와 노력을 요구하는 성가신 작업이다. 하지만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참고 견디며 새로운 삶의 방식을 실천한다면 상처는 오히려 재산이 되고 괴로웠던 일은 가치있는 미덕이 되지 않을까?
자신감과 몸단장으로 인해 매력고양이로 태어난 트롯
트롯은 못생긴데다 인간도 아닌 고양이가 사랑을 받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주인에게 늘 비굴하게 굴어 귀여운 모습이라곤 하나도 없던 고양이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트롯은 점점 매력있는 고양이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적어도 하루에 한 번씩 길고 홀쭉한 몸뚱이를 싹싹 씻었고 한두 시간마다 또 손을 봤고, 식사나 간식을 먹은 후에도 또 점검에 점검을 거듭했다. 살금살금 눈치를 보며 걸어 다니던 옛날과 달리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는 경쾌하고도 확고한 걸음으로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결국은 겉모습은 중요하지 않다고 늘 주장해왔던 그녀의 생각을 트롯은 바뀌게 해버렸다. 자긍심과 몸단장의 위력을 인정하게 만 것이다. 흔히 옷을 입는 것, 또는 겉모습 전반은 곧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말들을 하곤한다. 겉모습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스스로 자긍심을 표현한다는 뜻이다. 트롯은 스스로 초라하지 않고 매력적이라는 느낌을 가지면 더 똑바로 서고 더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었다.
추구의 과정 자체에 행복이 있음을 아는 고양이 체스터
다른 고양이들과 달리 체스터는 사냥을 즐겼다. 하지만 체스터는 다른 고양이들과는 달랐다. 사냥감의 목숨을 빼앗거나 잡아먹는 것보다 사냥감을 붙잡을 때의 긴장된 순간을 더 즐겼다. 자기가 잡은 동물을 의기양양하게 보여 주고 나면 잡았던 송어를 다시 물속에 놓아주는 낚시꾼처럼 체스터는 사냥감을 풀어주면서 즐거움을 얻었다. 그런 체스터의 모습을 통해 행복을 추구할 때 최고의 성공을 거두는 방법은 바로 추구의 과정 그 자체 행복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세상 그대로 수용하는 느긋한 성격의 스위트 윌리엄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느긋한 성격의 고양이 스위트 윌리엄. 이 고양이에게는 세상과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재주가 있었다. 스님같다고나 할까? 고양이지만 마치 사람처럼 가끔 사색에 잠겨 앉아 있다. 고양이가 사색을?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할 한가지. 우리들도 짬을 내어 자기 자신과 마주앉아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는 것. 스스로의 생각속을 들여다봐야 하는데 과거의 무섭고 불쾌한 기억들이 되살아날까봐 겁이나서, 또는 너무 바쁘단 핑계로 자신의 속과 대화를 하고 있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시간은 흐르고 흘러 어느덧 인생의 막바지에 다다르게 될지도 모르는데... 그때가면 진정 살고 싶었던 삶을 살지 못했다고 후회하게 되지 않을까? 저자 조 쿠더트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을 보았고, 고양이의 삶을 통해 인생을 보고 있다.
배려를 아는 고양이 케이트
케이트는 병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 많이 늙기도 했다. 하지만 케이트를 통해 항상 독립적인 사고와 개체로서의 자아를 의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상대로 하여금 끊임없는 매력을 느끼게 하며 그 사랑 또한 얼마나 당당해지는지를 느낄 수가 있다. 자신을 버린다는 건 자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배운다는 것이며 배려라는 것은 스스로에게 당당해질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앞서 외모에 대해 말했지만 외모나 나이는 사랑에 전혀 상관이 없다는 걸 케이트는 말해준다. 신뢰와 동반자로서의 애정이 있다면 끝까지 아끼게 된다는 것이다. 케이트와 저자의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케이트가 늙고 병들었지만 그녀는 케이트에 대한 사랑은 그대로고, 여전히 케이트가 젊었을 때 그때의 매력 그대로를 느끼고 보살펴준다.
저자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은 마치 권력 분배의 연습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자아가 확고한 고양이에게 자신의 의지를 강요할 수가 없기에 개별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각자의 독립성을 지킬 권리를 확보해야한다고 한다. 고양이와 사람의 관계는 결혼관계를 생각하는 틀이 될 수도 있고, 친구 간에도 적용할 수도 있겠다. 독립적인 두 인간이 공존하면서 서로에 대한 기쁨이 되고, 위안이 되고,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는... 결코 어느 한쪽이 권력을 행사하거나 사랑을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 일곱 마리의 고양이 이야기는 독립적인 듯 하면서도 마치 어딘지 알지 못하는 목적지를 향해 지도를 따라 여행하듯 길이 연결되다가 결국엔 하나의 커다란 가르침과 만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사랑하되 그에 따른 절제와 멈춤을 배우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싶다. 섬세하고 깊이있게 동물과 교감하며 그들로 부터 인생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 고양이들에게서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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