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 출판된 지 아주 오래된 책입니다. 그리고 10년이 지나도, 이 책은 청소년 책으로 분류하여 판매중이지요. 이 책이 청소년으로 분류되어 판매되고 있는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단지. 청소년책으로 분류할 경우 많이 팔릴 것 같단 단순한 생각에서 입니다. 엄마인 수지 모르겐스턴과 딸인 알리야 모르겐스턴, 이 모녀의 릴레이 일기인데요, 같은 사건도 다른 관점에서 보는 게 참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죠.
프랑스 고3 알리야와 대한민국 고3, 우린 너무도 비슷해!
무엇보다도 딸 둘을 가진 엄마의 입장이 우리 엄마의 입장과도 같아서, 그 두 딸 중 첫째라는 이유에서 더 공감이 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딸 둘을 키우는 엄마, 그리고 조용조용한 성격의 아빠.
사춘기 소녀, 알리야는 18살, 성년과 미성년의 경계에 서 있지요.
고등학교 때, 아니 중학교때라도 똑같았을 겁니다. 아침이면 귀에 익은 소음들이 펼쳐지죠. 등교 준비할 때 더 자려고 버티는나, 깨우려고 기를 쓰는 엄마와의 전쟁. 하지만 늘 승자는 엄마.
부랴부랴 챙기고 투덜투덜 거리면서 집을 나섰는데... 생각해보니 지갑을 두고 와서 다시 돌아가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가면 엄마는 한숨쉬며 지갑을 건네주는...
프랑스 고3이라도 제가 고3 이었을 때와는 별반 다를게 없었어요. 근데 그때 날 깨우는 엄마의 입장은 생각해보질 못했던 것 같네요.
알리야가 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하는 활동은 10초 간격으로 시계보기! 학교에서 배운 건 시계보는 법. 하지만, 그녀가 배우지 못한 단 하나. 시간을 빨리가게 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거.ㅋ 해방의 상징을 알리는 종소리가 날 때까지 시간은 느리게 흐릅니다. 누구나 이런 걸 느꼈을거란 생각을 해봅니다.^^
겨우 시험점수 하나 갖고 난리야? vs 시험점수보다도 엄마가 날 이해못해서 울어
고3, 프랑스나 대한민국이나 그 3이 문제지요. 대학이란 거대한 문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하죠. 그 시험이 무언지. 공부에 얽매여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알리야는 화학, 물리를 정말 싫어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를 하죠. 그렇게 하여 치른 시험. 전치사를 잘못 써서 20점을 받고 말죠. 열심히 공부해서 받은 성적이 20점이라니. 속은 속대로 상해서 눈물은 흐르고, 그 눈물이 콧물과 섞여 얼굴은 엉망이 되고, 소매로 코를 훔치는데, 울면 울수록 더 서러워져 펑펑 울어댑니다. 하지만 엄마의 머리속에는 콧물 눈물 범벅이 된 옷을 빨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지고, 화를 내지 않으려 하지만 화를 버럭내게 되죠. 시험점수 하나 갖고 난리냐고, 누가 보면 엄마 죽은 줄 알겠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딸의 입장은 다르죠. 딸은 시험점수보다도 엄마가 날 이해하지 못해서 서러워 우는 겁니다.
이 부분에서도 백배공감.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이 때에는 내 모든 걸 이해해 줄 것 같았던 엄마가 날 이해못한단 생각에 서러움이 더 북받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마 알리야도 그랬을거예요^^; 그런데, 난 화학이랑 지구과학은 잘했다는 거... 물리를 싫어했단 점은 일치! 알리야와 꼬양의 공통점이라면 국어, 문학을 좋아했단 거^^ 고3때를 생각하며 비교해보니 참 재밌어집니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시험은 엄마와 나 둘 중에 대체 누가 보는 걸까요? 대입 시험은 딸이 보는 데 울렁거리는 건 엄마의 속.
신랄+귀차니즘+비아냥거림+표독스러움+쌀쌀맞음=사춘기 청소년 말투
누구보다도 예민한 사춘기 18살. 신랄함과 귀찮음, 그리고 특유의 비아냥거림, 표독스러움에 쌀쌀맞음까지 절묘하게 어우러진. 누구도 흉내못할 사춘기의 말투. 프랑스나 한국이나 사춘기 소녀들은 다 그런가봅니다. 하지만 말투가 그렇다고 속까진 그렇지 않죠.
물론 겉과 속이 일치한 경우도 있지만, 좀 삐딱한 말투를 쓰긴하지만... 마음까지 그런건 아닙니다. 알리야 역시 그렇습니다. 엄마와 늘 치고받고 서로 상처주는 말을 하지만. 속으론 엄마를 많이 사랑하고 있지요. 엄마 역시 그런 딸을 사랑합니다. 잠든 딸에게 자장가도 불러주지요. 그녀의 자장가가 마음을 찡하게 했습니다.
그래그래 우리 딸.
네 인생을 연주하렴.
널 위해 날 위해 연주하렴
뭐든지 연주해봐
사랑을, 네 생각을.
힘차게 떠오르는대로
미운 것 싫은 것 모두 내던져버리고
편안하고 조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너의 기쁨을 위해 네가 원하는대로
그래 그래 우리 딸. 네 인생을 연주하렴
엄마에게 있어서 딸은 영원한 희망, 위신, 자랑이며 영광. 그리고 세상으로 보내는 나의 편지라며 책 속 엄마는 말합니다. 나의 엄마에게 있어서 저도 같은 존재겠지요. 이 부분에서 엄마가 떠올라서 눈물이 나려하더군요.
사랑, 엄마와 딸의 공통분모
어떤 사람의 딸은 책꽂이 정리를 아주 잘 할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의 딸은 날씬하겠죠. 이웃집 여자의 딸은 구겨진 치마를 입고 나가는 일도 없을 것이며 조카딸은 자기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지만... 그래도 엄마는 이 세상 어떤 딸과도 자신의 딸 알리야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세상 딸들을 다 준다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자신의 딸인거죠.
그리고 딸의 입장. 다른 엄마라면 내게 예쁜 원피스를 만들어줄지도 모르지만, 다른 엄마라면 내게 스테레오 전축을 사줄지도 모르지만. 어떤 엄마도 나를, 이 엄청난 결점들을 가진 나를 사랑해주고, 너무나 이기적이고 강렬한 사랑을 원하는 나같은 아이를 받아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런 나를 사랑해주는 엄마를 사랑한다고, 딸은 글로 말합니다.
엄마, 내 인생에 대해 대답 좀 해줘. 사춘기 소녀의 홀로서기
바깥 세상의 메시지는 너무나 복잡하고도 어렵죠. 18살 이 나이에 아니 그 나이에는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세상 모든 고민 자신이 안고 살아가는 것처럼 말이죠. 자기 안에 갇혀 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눈뜨고도 길을 잃을 지도 모르지만 과감히 나서야 하는건지. '어머니, 아니 엄마 대답 좀 해주면 안될까?' 이렇게 마음속으로 간절히 묻게 되지요. 내 문제를 해결해주고, 내 질문에 답해주고, 나를 위로해주고 어머니란 그런 게 아닐까라며 엄마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지요. 책임은 전적으로 나한테 있는 거니까요.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것이며 나는 이제 다 큰거죠. 내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한단 걸 느끼게 됩니다. 내 인생의 굽이굽이 길을 혼자서 헤쳐나가야 한다는 걸요. 늘 나의 엄마가 말했 듯 언제나처럼. 나더러 알아서 찾으라고. 안개속에 불확실한 느낌속에 의심속에 나를 내버려두었던 엄마가 옳았던 것임을 알리야도 깨닫게 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곰곰히 생각해봅니다. 몇 년이 지나 되돌아보니... 이젠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게 되었고... 이렇게 세상에 홀로 설 수 있는 것도 엄마의 덕분이란 걸 깨달았죠. 그 때는 보이지도 않았고, 느끼지도 못했는데 엄마의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어느덧 이렇게 컸습니다.
강하게 나를 키워준, 예쁘게 날 키워준, 엄마에게 참 고맙다고 느낍니다. 저도 나중에 한 아이의 엄마가 되겠죠. 저 역시 엄마처럼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엄마가 날 이렇게 잘 키워준 것처럼, 저도 잘 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해봅니다.
지금 어디에선가 딸들이 엄마와 티격태격 다툼을 벌이고 있겠죠. 딸이라면 이거 하나 잊지 마세요!
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는 거.
그리고 떠오르는 말 하나 더! 우리 엄마 늘 저한테 말씀하십니다.
"너랑 똑같은 딸 하나 낳아서 키워봐라. 그럼 내 심정 알거다"
근데 이 말 참 무섭게 느껴집니다.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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