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공지영, 작가 이전에 사람으로서의 내면을 보다-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꼬양 2009. 9. 11. 10:36

 비가 내리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죠. 이 책을 읽을 때 비가 오지 않았음을 참 다행히 여깁니다.

 

왜 이리 우울하고 쓸쓸한 책을 읽었을까요? "빗방울처럼 혼자였다", 비는 절대 혼자 내리지 않는다고 믿었던 접니다.

적어도 차갑게 내리는 비 속을 걸을 땐 슬프겠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절대 혼자가 되어 내리지 않으며 서로 같은 구름속에서 태어나 이 세상을 맞이한다고 생각했던 저였습니다. 그런데 왜 이 책을 선택했을까요?

 

작가를 보고 선택한 것이였습니다. 솔직히 여성 작가의 책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그녀들의 책에서는 남성들과 전혀 다른 여성들만의 생각, 느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죠. 특히나 소설보다도 좋아하는 건 수필집, 산문집입니다. 허구적 요소가 아닌, 다듬어지지 않은 그들만의 진솔한 생각을 들여다볼 수 있기때문이죠. 또한 공지영 작가의 삶 역시 일반인의 삶과는 좀 다르기 때문에 더 끌렸을지도 모릅니다.

여튼, 이런저런 이유로 선택한 공지영의 산문집입니다. 

 

이 책은 저자가 J 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매 편지글 앞에는 편지의 주제에 해당하는 내용이 담긴 국내외 유명한 시인들의 시 몇구절이 실려 있구요. 제가 제일 어려워 하는 건 시입니다. 시는 내용이 너무 함축적이라 길이는 산문보다 짧지만 산문에 비해 읽는 시간은 더 걸리고 무얼 말하는 건지,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맞기나 한건지 의문이 들기에 가장 어려워하지요.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여기에 나온 시 만큼은 어떤 생각인지, 어떤 의도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시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낀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구요.

 

읽으면 읽을수록 깊어지는 궁금증은 편지를 받는 대상인 J가 대체 누구냐는겁니다.  J가 그녀 자신이거나, 혹은 부모이거나. 사랑을 하고 있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을 존재의 유에서부터 출발해 귀결점을 맞게 될 미지의 누군가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어쩌면 J라는 사람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녀가 고통과 인내의 과정을 일일이 다 말할 수 있는 그런 존재라면... 그 J는 신이 될 수 있겠단 생각도 해봅니다.

 

 

한 매체에서 공지영 작가는 스스로 "예민하게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언젠가 칼을 손목으로 가져다 긋는 자살시도도 했지만  너무 아파서 실패했다고 고백도 했습니다. 또한, 세 번 이혼했다고 서슴없이 공개하기도 했었죠. 

이런 스스럼없고 당찬 행동때문에 제가 더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이 나를 판단하는 것에 내가 동의하고 따라가지 않겠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것을 타인에 의해 판단 받지 않겠다는, 그런 당당함.  내 행동이 뒤바뀔 정도로 타인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는 그녀의 생각이.

 

피로에게 툭툭 던지듯 회복을 바라는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척이나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자전적인 삶을 되돌아보는 에세이,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의 솔직한 일상의 고백들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인간으로써의 과정들을 면밀히 살펴 볼 수 있었죠.

여행에서 느꼈던 환희, 소소한 삶의 구석에서 발견하게 되는 작은 기쁨, 사회로부터의 불신, 과거를 통한 미래의 점층적인 화해.

그 모든 것이 오늘날의 그녀를 있게 한 힘이자 모태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문단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도 스스로 자초하게 될 고통들과 부딪히면서 한 사람이 깨달아 가는 과정이 아름다웠구요.

 

 

삶이란 늘 제멋대로이어서 불안한 건 사실이죠. 그런 불안한 삶을 살아왔단 건 그녀의 삶 속에서도 언뜻 비춰집니다. 그럼에도 삶은 별처럼 반짝거린다는 희망을 그녀는 버리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그녀는 시(詩)와 교감하면서 세상과 이별의 고통을 치료하고 있습니다.

 

문득 외롭다고 불평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희망은 상처와 고통속에 남겨진 이들을 보듬고 있죠. 더욱이 이런 감정을 은근하게 다스리며 삶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에 이르게 합니다. 그녀 말을 빌리자면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지나가는 것임을 우리는 압니다. 이로 인해 외로움의 정체가 확연히 밝혀지구요. 루미의 시 한 구절을 빌려 말한다면 물레방아처럼 울어야 했습니다. 진정한 외로움이란 최선을 다한 후에 온다고 그녀는 말합니다. "외로움이 이런 것이구나"를 생각하니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결코 가볍지 않음을 깨달았죠.

 

책 읽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 하며, 볕 좋은 날, 테이블 위에 간단한 다과와 따스한 차와 책을 읽으며 그렇게 웃고 있을 공지영 작가가 참 부럽습니다.

저 역시 요즘엔 책 읽을 때가 행복하더군요. 요즘들어 마음에게 양식을 자주 주는 저입니다. 아. 영화볼때도 행복하네요^^; 생각해보니 행복한 게 많군요. 일상에서 이런 소소한 행복함을 찾아야 하는데 잠시동안 그 소중한 기분들을 잊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기분들을 다시금 찾게 해준 이 책이 상당히 고맙게만 느껴지는군요.

 

‘압둘 와합 알바야티’ 의 <외로움>이라는 시의 첫 구절인 ‘빗방울처럼 나는 혼자였다….’... 이 구절이 자꾸 입가에 맴도네요.

하지만. 처음에 제가 언급했듯, 유명한 시인이 혼자라고 시를 썼어도 빗방울은 절대 혼자가 아니란 제 생각은 변하지 않습니다.^^;

같은 구름에서 태어나 세상과의 만남에서 서로 흩어지지만 빗방울은 또 다른 빗방울과 합쳐져 강으로 바다로 흘러가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