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여름엔 한치가 제철이라고 하지요.
그리고 신문에서는 9월까지 한치어장이 형성되어 한치공급물량이 많아져 가격도 내려갈 것이라고 하기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싶었습니다.
원래... 전복죽을 먹으려 간 게 아니었습니다.
목적은 한치회였는데.... ㅠ_ㅠ
전복없는 전복죽. 어찌된 사연이냐고요?
나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간만에 온 고향 제주도.
밤바다도 보고 싶고, 신선한 회도 먹고 싶어 간 곳은 용연다리 근처 횟집거리.
두 아가씨는 맛있는 회를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동문시장을 두고
비싼... 용연 횟집거리로 향했죠.
바다만 아녔어도...
이쪽으로 오지 않는건데....
분위기를 한껏 내고싶었던... 두 여인네는 정말...
분위기와 전혀 상관없는 완전 편한 차림으로,
(집 근처니까 편하게 슬리퍼를 끌고...;;) 향했습니다.
이러면 도민인줄 알거라 생각했던게 완전 오산이었죠-_-;
더구나 제주도 사투리까지 쓰면서 그렇게 갔는데...
제주시 용담 앞바다입니다.
하늘엔 달도 걸려있구요~ 이쁘죠?
파도 소리에 자갈 굴러가는 소리까지..
분위기는 최고였죠~ㅎ
그 많은 횟집중에 한 곳을 들어갔습니다. 회 가격은 다 똑같습니다. 이미 가격을 가게끼리 다 맞추니까요~
이건 직원분이 말해준거였어요-_-;
정말 다 돌아봐도.. 차림표의 가격은 다 똑같았다는,,,,,,;;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 보이시죠?
한치가 저렴하게 공급됨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3만원... -_-;
그래도... 시켰어요...
한치회가 먹고파서 온거니까. ㅠㅠ
이래서 나온 한치.
너의 몸값이 3만원이라니... 너 언제부터 그리 비싸졌니? 많이 잡힌다며?
한치는 말이 없습니다. -_-;
한겨울에도 잡힌다고 하여 한치라고 불리는데요 오징어와 다르게 다리가 좀 짧습니다.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맛과 혀끝에 착착 감기는 맛이 일품이죠~
3만원짜리 한치회에 나오는 메추리알...
샐러드...
부침개...
그리고 미역! 이건 제주산!!ㅋㅋ
우무 무침.
새우.
3만원 한치회의 상차림은 이렇습니다.
아, 상추와 깻잎, 고추 사진이 빠졌습니다.
동문시장 회센터와 비교해 봐도 너무 부실해보이는군요.
한치회를 먹다가...
한치회에는 탕이 안나오니까... 친구는 밥은 먹어야겠다고 하는데 매운탕이 3만원이더라구요...
밥류가 너무 비싸서 고민끝에 선택한 게 전복죽이었습니다.
전복죽 가격도 만만치 않은 15,000원.
근데 주문을 하고서도 아무리 기다려도 안나오더군요.
이때 뭔가 낌새를 눈치챘어야 했는데... ㅠㅠ
50분이 지나서야 나온 전복죽.
바로 이겁니다. 응? 장난해??
아무리 눈 씻고 봐도 전복이 안보이는 겁니다. 소라 비스무리한 작은 것들만 보이구요...
정말 전복이라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전복없는, 건더기도 없는 걸 전복죽이라고 갖다주니 성질이 나지요.
그리고 반찬도 갖다주지 않더라구요. ㅡ.,ㅡ
원래 전복죽은 이렇습니다. 얇게 썬 전복들이 보이죠?
전복죽이 초록색을 띠는 이윤?? 전복 내장을 갈아 넣기에 초록색을 띠는 겁니다.
제주도에서 20년 넘게 살았는데, 전복죽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맛인지 모른다면 말도 안되지요.
날 관광객으로 아는건지, 젊은 아가씨 둘이라 만만해서 그러는건지, 아니면 원래 이렇게 먹는 걸 갖고 장난치는건지...
오만가지 생각이 들며 무지 성질이 난 꼬양.
꾹 참고 조용히 일하시는 분을 불렀습니다.
"저기요... 이거 전복죽 맞긴 한가요?"
"네, 맞는데요"
"근데 왜 전복이 없어요?"
당황하시는 직원분. 황급히 서둘러 대화를 끝맺으려하더군요.
"아.... 전복을 갈아넣어서 그래요"
"전복죽은 전복 씹는 맛에 먹는거 아닌가요? 내장을 갈아넣지 전복을 통째로 갈진 않잖아요.
그리고 김치라도 주셔야 하는거 아닌가요?"
"주방에 가서 알아보고 올게요."
5분후... 주방 직원으로 보이는 분이 나오셨습니다. 작은 접시를 들고요...
"죄송합니다. 전복을 미리 넣었어야 했는데.."
하면서 전복을 넣어주셨습니다. 접시에 썰어 나온 것은 전복이 아닌 오분자기로 보였어요.
또 한마디 할까 하다가... 더 해봤자 입만 아플 것 같고...
시간도 시간인지라... 그냥 먹기로 했어요.
이래서 제주관광 바가지... 이런 말을 듣는구나 싶어 속도 상했고...
겪어본 사람들만 안다고... 이런 걸 제주도 전복죽이라고 먹고 간 관광객들은 얼마나 짜증이 날까...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하더라구요.
제주도를 떠나기전, 바다를 보며 도란도란 친구와 못다한 얘기도 하고, 기분 좋게 헤어지려 했지만...
전복죽으로 인해 기분이 엉망이 되어버렸어요...
죽, 니까짓게 뭔데 내 기분을 엉망으로 한단 말이냐ㅠㅠ
'그냥 동문시장 회센터나 갈걸.. ㅠㅠ 3만원이면 거기에서 밥과 탕까지 푸짐하게 먹을 수 있었는데....'
이런 후회를 하며... 용담에서 탑동까지 거리를 걸었습니다.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위로를 해줬어요...
그.러.나. 나를 놀리듯이 바라보는 한치!!!
슬픈 전복죽 사연은 여기까집니다.
9월까진 싱싱한 한치를 맛 볼 수 있으니 제주도에 가시게 되면 한치회 한번 드셔보세요~
다만, 전복죽을 시키게 되면... 이게 녹색인지 꼭 확인하시구요.
그리고 전복이 들었는지 꼭 확인해보세요~
참! 사진들은 제 똑딱이로 찍었습니다.
DSLR 두고 똑딱이로 간만에 찍으려니 적응이 안되더라구요. -_-;
엄한 사진과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암만 생각해도...
생각하면 할수록 성질이 나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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