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여행]
화려한 봄꽃이 지고나니
그에 못지 않은 화사한 연둣빛 잎이 올라와
세상을 감싸기 시작했다.
진한 봄꽃에 눈이 호강했다면
이제는 연둣빛 잎사귀를 보며 눈이 편안할 시간.
4월 30일에 마곡사에서는 신록축제가 열린다.
싱그러운 봄을 맞아
사찰을 찾는 사람들은 아마 행복을 얻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 전에 미리 찾아가본 마곡사.
주말, 마곡사는 정말 사람들로 가득 했었다.
'춘마곡 추갑사'
봄에는 마곡사, 가을에는 갑사.
봄경치가 뛰어나다고 말하는 마곡사.
봄이 끝나기전에 이곳을 찾아서 참 다행이다.
나무들은 아직까지는 봄이라고
온몸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4월 30일 저녁에는 산사음악회도 열리나보다.
마곡사 가는 길의 현수막이 행사를 알려주는구나.
대전, 충남지역 70여 사찰을 관장하는 대본산, 마곡사.
백제 의자왕 3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고려 명종 2년에 보조국사가 중건했다고 한다.
사찰을 감싸고 흐르는 태화천을 중심으로
북쪽에는 보물 제799호 5층석탑과
대광보전, 대웅보전 등이,
하천 남쪽으로는 영산전, 매화당 등이 있다.
마곡사에 가기전에 왼편으로 나 있는 영은암으로 향하는 길에 눈길이 갔다.
비록 맑은 하늘은 없어도
봄 정취를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잠시 반사경으로 찍어보는 내 모습.
작은 카메라인데 모자덕분에 얼굴이 다 가려지네 ^^;
(결코 내 얼굴 작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님...)
마곡사 주변으로는 백범 명상길이 마련되어 있다.
백범명상길은 김구선생이 일본인에게 시해당한 명성황후의 원수를 갚기 위해
1895년 일본군 장교를 살해한 뒤 도피해
은거생활을 하며 거닐던 소나무 숲길이다.
천연송림욕장, 은적암, 백련암, 활인봉까지
2km의 약 1시간이 소요되는 길인데
소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져있어 잠시 번뇌와 시름을 잊고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마곡사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해탈문.
속세를 벗어나 불교 세계로 들어가게 되고,
해탈을 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된다해서 해탈문이다.
잠시 속세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해탈문을 지나간다.
해탈문을 지나면 또다른 문이 나온다.
마곡사의 두번째 대문이라 할 수 있는 천왕문이다.
극락교를 지나기전에 만나게 되는 명부전.
사실 명부전이 너무 단아하게 있어서
그 모습에 반해버렸다.
신록의 봄을 한가득 머금은 명부전.
푸르른 봄마저
죽은 이의 넋을 인도하고 극락왕생하도록 기도하는 것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극락교를 지나면 마곡사의 본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태화천 주변의 나무들은 모두 연한 초록빛 옷을 입고 있었다.
화사한 꽃 한송이 없어도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다 간 백범당.
그 옆에는 1946년 여러 동지들과 이곳을 찾아
심은 향나무가 파랗게 자라고 있었다.
축제 준비로,
부처님 오신날 준비로 마곡사는 분주했다.
대광보전 앞에는 보물 제799호 오층석탑이 서 있다.
오층석탑 주변으로 등이 달리면
마곡사는 더 화려함을 뽐내겠지.
탑의 상륜부가 상당히 독특함을 알 수 있었다.
풍마동이라는 청동제로 된 상륜을 장식했는데,
이러한 상륜은 다른 탑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특이한 형식이다.
또한 풍마동의 형식이 원나라의 라마식 보탁과 비슷한데,
원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고려후기쯤에
이 탑이 세워지지 않았을까?
그리고 대광보전 현판에 눈길이 갔다.
약간의 흘림체로 힘이 있고 유려한
표암 강세황의 글씨였다.
대광보전은 보물 제802호로
임진왜란으로 불 타 없어진 것을 순조 13년에 다시 지었다고 한다.
대광보전 주련에는 글이 새겨있다.
'却來觀世間(각래관세간)'이란 주련만 찍었는데,
이에 이어지는 글귀는 '猶如夢中事(유여몽중사)' 다.
'돌아와 세상을 보니 모든 일이 꿈만 같구나'라는
원각경에 나오는 문구다.
대광보전은 안팎으로 구성과 장식이 풍부하고
건축 수법이 독특한 건물이었다.
이제 계단을 올라 대웅보전을 보러 가는 길~
열린 문 틈으로 살포시 보이는 석가모니불.
좌우에는 아미타불과 약사불이 있었다.
대웅보전은 보물 제801호로,
마찬가지로 임진왜란때 소실되었는데
조선 효종 2년에 각순대사에 의해 중수되었다고 한다.
외관상으로는 2층건물인데 내부는 하나의 공간이다.
대웅보전을 보다가 뒤를 돌아보면
대광보전 건물의 뒷모습도 볼 수 있다.
앞에서 보는 것과 뒤로 보는 느낌은 달랐다.
잠시 앉아 휴식중인 나...
자전거, 자동차 등의 출입을 막기 위해 세워놓은 돌이지만,
나에게는 편한 의자가 되었다. ^^
(봄이 오면 누구나 언급하는 말이지만...)
신록은 꽃과 같다는 글귀가 떠올랐다.
여린 숲속을 헤쳐오는 바람,
연둣빛 향기란 이런 것?
꽃과 같은 신록.
여름이 오기전에 봄이 말하는 작별 인사, 신록.
마곡사에서 잠시 연둣빛 힐링에 폭 빠져본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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