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여행]
우람한 몸집, 투박한 외모...
로봇이라고 하기에는 좀 모자란듯한 느낌이라
더 정이 가는 철인 28호.
만화속에서 톡 튀어나온 듯한 철인 28호가
실제로 세워진 곳이 있다.
고베 산노미야역에 도착하자마자,
고베시의 지하철을 타고 바로 철인 28호를 보러갔다.
고베시영 지하철은 딱 2개 노선으로
정말 단순하기에 찾아가는 길도 쉽다.
광장에 나홀로 서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는 철인28호.
지하철을 타고 신나가타역에 도착.
철인 28호가 위치한 곳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었다.
테츠진 니쥬하치고우를 찾아가는 길~
테츠진 거리 오른쪽 광장에 바로 철인 28호가 있다.
철인28호를 비롯해
요술공주 샐리, 삼국지를 60권의 만화로 남긴 작가,
요코야마 미츠테루.
이 작가의 고향이 신나카타라는 점에서
이곳에 철인28호 동상이 세워질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다시금 떠오르는 고베 대지진.
고베는 건물의 80%가 무너지고, 폐허가 되어버렸다.
한순간 도시가 엉망이 되었고,
복구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더이상 이곳을 찾지 않았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곳을 주민들은
모금을 통해
철인28호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
모금에는 어린이들을 비롯해
어르신들까지 참여했음은 물론이다.
만화와 똑같은 크기의 18m, 무게만 해도 50t.
도쿄 오다이바에 있는 건담의 무게는 35t.
무게만 해도 철인 28호가 훨씬 더 나간다는 것.
이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지하에 150t의 기초공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2009년에 선을 보인 철인 28호.
여름에는 이 광장에 테이블이 펼쳐지고
다양한 먹거리 노점이 들어선다.
하지만 겨울에 가면 주인공인 철인 28호만 오롯이 볼 수 있고,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었기에 나는 좋았다.
왼팔은 구부리고 오른팔은 쭉 뻗은 당당한 모습을 찍어보았다.
너무 어릴적이라 만화 줄거리도 흐릿했다.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적어보는 몇 자의 줄거리.
줄거리를 간단히 말하자면
일본제국 육군의 비밀병기로 개발한 철인 28호의 조종기를
차지하기 위해 갱단, 외국 스파이단까지 합세한 쟁탈전이 벌어지고,
주인공인 소년탐정이 조종기를 손에 넣어
범죄자나 괴로봇을 물리치고 평화를 활약한다는 내용이다.
비록 동상이지만,
진짜 이런 철인 28호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상상도 해본다.
만화보다 더 치열하게
조종기를 잡기 위해 다들 애쓰겠지.
그 조종기를 빼앗기 위해 애쓰는 악당은
괴물도 아니며, 로봇도 아닌, 바로 사람인것을.
이 거대 동상 하나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고베를 찾았고,
철인 28호는 고베 명물이 되었다.
주민들의 염원대로 이 동네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도쿄 오다이바의 건담보다는 덜 유명하고, 덜 날렵하지만,
투박하고 우람한 모습의 철인 28호에 왠지 더 정이 갔다.
물론 이것 역시 개인의 취향이지만....
광장에 웅장하게 서 있는 철인28호를 뒤로하고
나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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