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여행]
오사카 여행을 하면서 많은 곳을 둘러봤다.
오랜만에 간 일본이라 모든 것이 새롭고 다르게 느껴졌다.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일본.
이곳을 다녀오면서 마음의 거리감은 더 멀어져만 감을 느꼈다.
교토여행을 하면서 여기는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곳이 있었다.
교토에는 금각사, 은각사, 청수사 등
주변에 예쁘디 예쁜 풍경을 자랑하는 절도 있었지만
그곳보다도 여기가 먼저라고 생각하고 걸음을 옮겼다.
여기는 바로 귀무덤이다.
조선사람들의 귀와 코가 묻혀있는 그곳...
귀무덤...
사실 귀무덤이 아닌 코무덤이라 말하는 게 나을 거 같다.
귀는 2개니까, 사람 얼굴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코를 베어갔다고들 한다.
조선인들의 코를 베어가서 이렇게 묻어놓다니...
이곳 표지판에 의하면 귀무덤은
16세기말 일본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한반도를 침공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과 관련된 유적이다.
히데요시가 데리고 있던 무장들은
전공의 표식이었던 적군의 목 대신에
조선의 남녀의 코나 귀를 베어 소금에 절여 일본에 갖고 돌아왔다.
이러한 전공품은 히데요시의 명에 따라 이곳에 매장되어 공양의식이 거행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오늘날 귀무덤의 유래다.
손가락에 작은 상처만 나도 아픈데,
코를 베어간다라..
상상만으로도 끔찍함에 몸서리가 쳐진다.
한큐 전철을 타고 도착한 교토.
기모노를 입은 사람들이 신이 난듯 돌아다녔고,
쌀쌀한 겨울바람은 매서웠다.
왜 이제야 왔냐고 나에게 화를 내는 듯
바람은 쌀쌀맞게 불었다.
잠시 편의점에 들러서 작은 사케 하나 샀다.
교토역에서 귀무덤은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
교토박물관 근처에 위치해있어서
찾는 것도 쉬운 편이다.
여튼... 이 사케 하나로 억울한 영혼들의 마음에 위로가 되겠냐만은...
그래도 한국에서 온 처자들의 마음이 갸륵해
반갑다고 해주시겠지.
교토에는 절이 참으로 많다.
귀무덤으로 가는 길에 들려본 또다른 절.
잠시 이곳에 들려 숨을 골라본다.
귀무덤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왜 이리 무거워지는지...
임진왜란, 정유재란이 끝난지
수 백 년이 넘게 지났어도
가슴은 아프다.
위안부문제도 그렇고, 우리민족의 수난과 연결이 되니
마음은 아파올 수 밖에...
드디어 보이는 귀무덤.
오랜만에 여행온 일본.
혼자였다면 이곳에 오는 걸 망설일 이유도 없었다.
친구들과 함께 왔기에 사실 이곳에 가자고 말하기가 미안해졌다.
일본이 처음인 친구들에게 이곳을 가자고 말하기가 조금은 어려웠다.
용기를 내서 여길 가보는 게 어떻냐고 말을 해보는데,
그 제안을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받아들여준 친구들이 고마웠다.
그리고 역시 내 친구들이란 생각에 저절로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도착한 귀무덤.
누군가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이곳을 오는 길에 다들 기요미즈데라를 갔지,
이곳으로 향하는 사람은 없었다.
근처 교토박물관으로 향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이곳을 가는 사람은 없었다.
쌀쌀한 2월의 바람만 머물렀던 귀무덤.
앞에서 바라보기만해도 아련했다.
왠지 모르게 숙연해졌다.
싸울 힘도 없이 쓰러졌던 양민들,
용감하게 싸우다 쓰러진 병사들까지...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작은 술을 올리고 절을 했다.
그리고 무덤 앞에는 누군가 다녀간 흔적이 있었다.
종이학과 진로소주.
다행이다.
누군가가 다녀가서...
누군가가 다녀갔다는 게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귀무덤을 떠나기 전에
잠시 한바퀴를 돌아본다.
그래도 이런 공간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다행이다.
물론 이들은 잔인하고 슬픈 이곳을
도요토미 히데요시 관련 유적으로 남겨놓고 있는 거겠지만...
귀무덤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우리가 자리를 뜨려할 때
한 일본인이 다가와서 사진만 한 장 찍고 자리를 떴다.
그들에게는 이곳이 그저 잠시 스쳐지나가는 곳,
사진 한 장 찰칵 찍고 가는 곳에 불과하겠지.
우리에게만 수난의 역사,
아픈 상처고.
초라한 무덤 하나만 덩그라니 남아있지만,
교토에 간다면 여기는 꼭 들려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 일본에서도 역사의 아픈 상처를 발견할 수 있으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