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여름날의 시원한 산책. 시인, 선비들의 피서지, 월대. 제주여행

꼬양 2015. 7. 20. 06:30

 

 

 

[제주여행]

다들 물놀이를 하러, 시원한 곳을 찾아 바다를 향하지만

저는 책 한권 들고 집근처 피서지 월대로 향합니다.

 

신선이 하늘에서 내려와

동쪽 숲 사이로 떠오르는 달이 맑은 물가에 비쳐

밝은 달 그림자를 드리운 장관을 구경하며 즐기던 누대

라는 뜻의 월대!

(뜻이 좀 기네요 ^^;;)

 

조선시대에는 시인과 묵객들이 즐겨찾아 시문을 읊던 곳으로 유명합니다.

박영효를 비롯해 임제 등 많은 선비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습니다.

 

아무튼...

집에서 나와 한동네인듯 아닌거 같은 옆동네인 외도로 발걸음을 옮겨보는데요~

 

작은 다리 하나로 이어졌을 뿐인데

내도와 외도는 동네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내도는 시골분위기인 반면에,

외도는 내도에 비해 아주 발전된~ 그런 곳입니다.

 

사진 위▲는 내도동 모습,

아래▼는 다리를 건너 만나는 외도동의 모습입니다.

 

다리 하나 건널뿐인데...

분위기가 완전 다르죠?

 

제가 걸을 길은 월대천길입니다.

 

화살표가 동네에 참 많아졌어요 ㅎㅎ

 

 

 

어릴적 엄청 지나다녔던 다리.

바람이 항상 거세게 불었던 그 다리~

 

옛날엔 다리 난간이 이렇게 잘 되어있지도 않았고 위험했었습니다.

유치원 끝나고 오던 동생이 세게 불어오는 비바람에 날려

바다에 퐁당(?) 떨어지는 사건이 발생했죠.

 

그 당시 다행히 다리는 지금보다는 높지도 않았을뿐더러

바닷물도 별로 없어서 동생은 별로 다치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우산을 쓰고 메리포핀스처럼 날아 바다에 살포시 떨어졌지만...

그 당시 충격은 엄청났을 거에요.

그 기억때문에 동생은 아직도 이 다리를 엄청 싫어합니다.

 

걷게 잘 되어있어도 싫어한답니다 ^^;;

 

 

다리를 건너서 외도로 가지 않고, 다리밑으로 걸어가보는데요,

이렇게 가면 월대가 바로 나오거든요~

 

 

도근내포구~

 

이 작은 포구는 삼별초가 제주에 주둔한 동안

주보급항이 되었던 곳이라고 하는군요.

 

김통정 장군이 하귀쪽에 향파두성을 쌓으면서 이곳을 해상보급기지로 삼았다고 해요.

 

 

도근내에서 저렇게 물이 흘러서 바다로 유입되니

아무래도 배를 이용할 수 있었나봅니다.

 

 

월대에는 이렇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운동기구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밤이면 운동하는 사람들로 꽉 차죠.

 

예전엔 흙길과 잔디밭이었는데,

참 많이 좋아졌어요~

 

 

그리고 여름철마다 물놀이하는 이곳~

 

누대에 앉아 시 한수 읊으면 좋겠지만

저는 여기 바위에 앉아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퐁당퐁당 노는 게 더 좋더라구요 ^^

 

 

수백년된 소나무와 팽나무가 월대천을 향해 굽어있고,

흘러가는 물소리, 바람소리를 듣다보면 시 한수 저절로 읊게 되는 월대.

 

이래뵈도 물 깊이가 꽤 됩니다.

옛날에는 물뱀도 나왔고... 은어도 있었는데...

 

지금도 은어가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초등학교때인가 저 월대교가 새로 지어졌답니다.

옛날에는 저 다리가 너무 낮아서

비가 많은 날이면 항상 잠기곤 했죠.

 

 

 

계속 제가 월대, 월대해서 그 월대가 언제 나오나 하셨죠?

 

이곳이 월대랍니다~

비문이 아주 운치있죠?

 

냇물에서 은어들이 뛰어놀고 달이 뜨면 운치있는 정취가 있다는 곳,

여름철 피서지로 알려지곤 했습니다.

 

비문은 월대를 수축할 당시 제주읍장이었던 홍종시가 썼다고 해요.

 홍종시는 제주에서 많은 필적을 남겼는데요,

삼성혈 정문 편액, 대정 추사유배지 글씨 등등에서 그의 필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월대는 박영효와 인연이 깊습니다.

개화의 선두였던 박영효가 1907년 유배를 왔을 때

월대에서 은어를 안주삼아 1년간의 유배를 즐겼다고 하죠.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그 말을 몸소 실천한 박영효였네요.

유배를 즐겼던 그...


 

 

 

그리고 양헌수 공적비 등 몇 기의 사상선정비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의 은어는 옛날에는 진상품이어서 잡지는 못했다고 하는데

아마 지금도 은어는 잡지 못하지 않을까 싶네요 ^^

 

어릴적에 은어잡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 친구들이 잡은 은어를 구경했지만,

그 친구들은 지금 어디서 무얼하는지 소식이 캄캄입니다 ^^;

 

그나저나, 물놀이하는 어린이들은 보이지 않아 좀 아쉽긴 하더라구요.

 

꼬마 한 명 물놀이를 하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물놀이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어요 ^^

 

 

 

월대교 남쪽으로 바라보면 정수장이 보입니다 ^^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요~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기만해도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

 

 

돌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네요.

 

참, 이곳에서는 두 가지의 물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

바다에서의 수영, 담수에서 수영!

 

둘 다 시원하지만,

제 느낌은 민물은 시원하다못해 차가웠습니다.

 

다만 물에 뜨는 것은 바닷물이 훨씬 수월하죠 ^^

 

 

 

맑은 물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시원한 느낌이 드네요.

 

밤이면 풀벌레 소리도 들리고 운치가 있지만,

모기떼의 습격이 만만치 않아 저는 낮이 더 좋더라구요. ^^

 

사람도 없고 한가하니 마치 저 혼자만의 공간같아서 말이죠 ㅎㅎ

 

시 한 수 읊어야할 것 같은 곳,

경치가 빼어나 시인, 선비들이 즐겨찾았던 월대.

 

한적한 곳에서의 휴가를 원한다면

월대를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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