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행]
으리으리한 한옥이 있는 북촌과 달리,
소박하고 느린 멋을 머금은 마을, 서촌.
서촌은 정감 어린 옛 골목길을 그대로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죠.
요즘 이 서촌도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기에
조용한 맛은 다소 덜하지만,
그래도 소박하고 느린 맛은 여전합니다.
드라마에 나오기도 했었고,
아이유 앨범 꽃갈피 배경에도 나왔던 대오서점.
서촌의 대표적 명소이기도 합니다.
오후 1시부터 문을 여는 이곳,
제가 좀 일찍 찾아온지라 문은 굳게 닫혀있었습니다.
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걷는 것도 좋지만,
전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나와 서촌을 향해 걸었습니다.
우리은행 건물이 보이면 왼쪽 골목으로 꺾으면
그곳에서 서촌은 시작되죠.
북촌은 사대부의 거주지인지라 으리으리한 한옥들이 남아있지만
서촌은 조선시대 역관, 의관 등 전문직인 중인들이 모여살던 곳이라 합니다.
때문에 분위기는 사뭇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근대에는 화가 이중섭, 이상범, 시인 윤동주, 이상 등
예술가들이 서촌 주민이었다고 하죠.
대오서점은 서점이 아닌 카페가 되었더군요.
이름은 서점이지만 카페가 된 서점.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다죠.
메뉴도 단촐하지만
대오서점의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다고 들었어요.
서촌을 거닐면서 좋았던 것은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는 것.
서촌에 오면 줄을 서서 방문하는 곳이 또 하나 있죠.
바로 이 효자 베이커리.
이른 아침인지라 아직 사람은 없고,
빵굽는 고소한 냄새가 풍겨왔습니다.
제 뒤로는 관광객으로 보이는 중국인 부부가 들어오더라구요.
빵집 앞에서 서로 인증샷을 찍어주기도 했어요 ^^
갓 오븐에서 나온 빵들이 있었어요.
저도 여기에서 빵을 두 개 샀답니다. ^^
빵은 가방에 넣어두고
천천히 느린 발걸음으로 서촌을 걸어봅니다.
영어간판보다는 한글 간판이 많은 곳.
독특한 인테리어의 가게를 많이 볼 수도 합니다.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질 수 밖에 없는 길이죠.
그리고 독특한 카페들도 몇 군데 만나볼 수 있답니다.
카페 지도에 그려진대로
이 길을 쭉 따라 가면 수성동 계곡에 이르게 되죠.
빨간 우체통이 시선을 사로잡는 옥인상점.
'상점'이라는 단어도 정말 오랜만입니다.
'당신이 그냥 지나치면 안될, 바로 이곳'...
은 미술관옆 작업실을 뜻하지만.
제 발길은 미술관으로 향합니다.
이곳은 박노수 가옥.
지금은 종로구립 박노수 미술관이 되었습니다.
아침인지라 사람도 없고
저는 여유롭게 관람할 수 있었어요 ^^
워낙에 좁은 공간이라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곳이랍니다.
관람하신다면 평일 오전을 추천드릴게요.
이집은 1938년 친일파 윤덕영이 딸에게 지어줬는데요,
박노수 화백이 73년에 사들여 별세할 때까지 거주했다고 하는군요.
박노수 화백은 광복 이후 국내 화풍에 남아있던 일제 잔재를 없애고 독자적인 화풍을 시도한,
한국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힘쓴 분이죠.
워낙에 오래된 집이라 신발을 벗고 들어가고,
실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입장료는 2,000원이구요.
이곳에서는 박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는데요.
집안 곳곳에는 그의 손때가 묻은 가구가 있었습니다.
한국, 중국, 서양의 건축 양식이 뒤섞인 이 건물에는
중국식 탁자와 의자가 놓여있기도 했는데요.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과
빛이 들어오는 창가의 책상에 앉아 그림 작업을 하는 모습도 상상해봤습니다.
그의 손길을 닿은 그림을 찬찬히 감상해보지만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렇게 오래된 집을 둘러보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그렇게 찬찬히 집을 둘러보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풍성해지는 기분이 들더군요.
여행을 가든 어딜 가든,
항상 바삐 걸음을 재촉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천천히 여유롭게 느린 시간속을 걸어보았습니다.
주로 스쳐지나가는 것은 동네주민,
언뜻언뜻 보였던 카메라를 든 사람들.
'바쁨'으로 가득하고 시간에 쫓기는 것이
우리네 일상.
옛날 기억을 떠올리면서 천천히 걷는 시간은
'서두름'으로 가득찼던 마음에 '여유'를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잠시나마 서촌을 걸으면서 여유를 충전했는데요,
충전한 여유가 오래오래 갔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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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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