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요즘들어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편이다.
블로그에 일일이 다 올리진 않지만
매주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4~5권씩 빌려서 읽고 있다.
책을 편식하는 것은 아니라 장르를 불문하고 읽는 편이나,
요즘은 소설에 빠져서 살고 있다.
창원에 내려갔을 때, 임현철님을 잠시 뵈었는데,
나에게 책을 한 권 주셨다.
'비상도 : 비정한 세상을 뒤엎는 길'의 제목의 책.
어쩌면 지금의 현실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소설을 많이 읽긴 하지만 사실 국내작가보다는 외국 작가의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었고,
의협소설은 많이 읽던 편이 아니라서 망설여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빠져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약력을 살펴보면
왜 작가가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시인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를 예측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작가 변재환의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 유작인 이 소설.
누구나가 그렇겠지만
작가에게는 그가 보고 겪은 현실은 참담했을 것이다.
독립투사와 그의 후손들은 비루하고 참담한 삶을 살아가지만,
매국노들은 자자손손 부와 권력을 누렸다.
반성없는 역사가 한국 현대사를 망쳤고,
사실 이것은 어느 누구도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상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줄줄이 풀어놓는다.
비상도(고려 왕실의 무예)의 후예인 주인공을 통해 잘못된 현실을 바로 잡아나간다.
사실 어찌저찌하여 살아가고 있긴 하지만
따뜻한 소식보다도 가슴 아프고 답답한 이야기들이 신문과 뉴스를 장식하는 것이 현실이다.
영웅을 기다리고, 목말라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포기상태라고 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정치, 경제, 교육, 사회에 걸친 우리 현실을 난세로 보고,
그것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비상도를 소설에 그려냈다.
어찌보면 오글거릴 수 있고, 웃음이 날 수도 있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게 크게 웃을 수도 없고,
쓴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 난세에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영웅은
우리에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이 사회를 바꾸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그저 이 사회에서 그저그렇게 숨쉬며 아등바등 살아가기에 바쁜 것이 현실이기에.
소설속에서 영웅의 활약과 좌절을 볼 수 있고,
우리의 현실도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잠시 살아가느라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살펴보게 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손 때 묻은 원고를 두고 세상을 떠난 작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가 세상에 두고 간 소설이라 그런 것일까.
숙연하다못해 애잔한 무언가가 이 책에 서려있는 것만 같다.
현란하고 세련된 문장은 아니지만,
소박함속에서 작가의 진실된 소망을 엿볼 수 있었던 책, 비상도.
소설속 영웅이 정말 있다면 어떨까.
우리 스스로 작은 영웅이 되어보면 좋겠노라 말하고 싶지만,
우리의 현실은 영웅마저도 악당으로 몰아갈 만큼 차갑고 악랄하다.
그저 우리는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에서
한숨만 쉴 뿐이다.
'총체적난국'이라는 말을 너무나도 자주 쓰는 요즘,
뉴스와 기사를 접하기 싫다는 생각도 자주 한다.
하지만 피하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다.
어찌되었든 비상식의 세상을 상식으로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하는 움직임은 필요하고,
스스로 우리는 작은 영웅이 되어야하지 않을까.
드라마틱하게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잔다르크처럼 싸우는 영웅은 없지만,
작은 손을 모으고 또 모으면
수 천 명, 수 만명의 영웅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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