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여자를 둘러싼 소문의 진실과 평범한 사람들의 욕망, 오쿠다 히데오의 소문의 여자

꼬양 2013. 6. 19. 20:23

 

[서평]

사람들 입에 오르내려 전하여 들리는 말, 소문(所聞).

 

"~라 하더라", "~했대" 알지도 못하는 말로 사람을 죽이기도 살리기도 하는 소문.

근데 그 소문의 중심에 서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에게는 진실이란 있었을까?

 

 

우울할 때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을 읽어라라는 말이 있었다.

오쿠다 히데오는 일본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그 문제점들을 유머러스하게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주를 가진 작가다.

오쿠다 히데오가 신작을 들고 한국 독자들에게 인사를 한다.

 

그의 이번 책은 범죄스릴러,

그러나 책의 내용이 가볍지는 않다.

그렇다고 웃길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다만, 입가에 쓰디쓴 미소를 지을 순 있었다.

그 이윤 그가 일본 사회의 모순들을 끄집어내어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문체로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간단줄거리

“그 여자, 틀림없이 남자 엄청 밝힐 걸?”
일본의 어느 지방도시. 미유키라는 여자를 둘러싼 은밀한 소문이 밤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미유키는 불우한 집안에서 태어나 조용하고 평범한 유년기를 보냈지만, 대학에 들어갈 무렵부터 느닷없이 색기를 발휘해 남자를 쥐락펴락하는 팜므파탈로 변신한다. 중고차 판매점 사무직으로 시작해 마작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손님을 유혹하고, 건축회사 사장의 애인이 되었나 싶더니 곧이어 예비 신부들이 다니는 요리교실에 나타난다. 아버지뻘 되는 남자의 후처로 들어앉나 싶더니, 남편 보험금을 받아서는 순식간에 고급 클럽 인기 마담으로 변신하고, 절에 나타나 젊은 주지와 관계를 맺고는 신도들을 조종한다. 미유키를 둘러싼 다양한 소문이 은밀하게 퍼지는 가운데 그녀와 관련한 남자들이 몇 년에 걸쳐 연달아 죽는 사건이 벌어진다. 남자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가운데 그녀의 행적은 묘연해지고......

 

소설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

한 지방도시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소소한, 그러나 위선적인 일상과 그곳에 나타난 미궁의 여자가 일으킨 사건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  한 여자를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밝혀가는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실 궁극으로 드러나는 것은 그녀의 진실이 아니라 별 볼 일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평범한 소시민의 비루하고 쩨쩨한 본모습이다. 

 

차 사고를 빌미로 중고차 대리점을 찾아가 억지보상을 요구하는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들, 마작장에서 매일 밤을 새며 회사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샐러리맨, 부정을 일삼는 공무원과 빌붙으려는 사람들, 유산 때문에 서로 헐뜯는 형제들, 취업을 위한 노력은커녕 거짓으로 실업수당을 받고 파친코 점에 상주하는 여자와 그 주변을 맴도는 능글맞은 중년남자, 하우스푸어로 내몰린 채 자식 꽁무니만 바라보는 부모, 이익관계에 얽매여 본질을 잃어버린 종교집단까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사소한 행동, 말투 하나하나가 살아있다. 살아있는 캐릭터들이랄까. 이들은 소문의 중심에 있는 여자 캐릭터에 숨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쉽게 떠올릴 만큼 생생한데, 이들은 쓰디쓴 웃음을 주기도 한다. 삼라만상 인간들 속에 우리 모두의 공통적인 관습이 느껴져 허탈하고 씁쓸함을 느꼈다.

 

내 이익을 위해 작은 악 정도는 눈감고 넘어가는 비도덕성에 나쁜 관습에 안주하려는 게으름, 나 자신은 돌아보지 않고 무엇이든 남의 탓으로 돌리기 등을 소설속에서 마주하다보니, 도리어 대놓고 사람을 죽이면서 돈만 추구하는 여주인공의 악행이 당당해 보인다.

 

 

위험한 여자, 그러나 그런 여자를 거절하지 못하는 남자들

이 소설은 10편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각 편마다 주인공이 다르고 이들 각자의 시각으로 한 여자를 그리고 있지만, 후반부에 이를수록 서서히 여자가 진짜 주인공으로서 모습을 드러낸다. 밤이면 밤마다 사람들이 벌이는 이야기 판 속에 소문의 여자 미유키의 실체는 점점 더 살이 붙는데. 소문의 중심인 여자, 미유키는 위험한 인물임은 확실하다. 그녀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는 남자들조차 그녀를 거절하지 못한다. 여자들은 오히려 그녀를 부러워하고. 그녀는 여자들에게 돈 많고 능력있는, 나이 많은 남자를 잡으라며 말을 한다. 그녀가 택한 남자들은 모두 죽거나 피해를 입거나 둘 중 하나.

 

술과 여자에게 넘어가는 남자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긴 이 소설. 여자 입장에서 본다면 오히려 악녀 미유키를 응원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들이 너무나도 한심했기에, "그런 남자들은 당해도 싸!"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여성을 성 노리개로 취급하는 문화도 소설속에서 다뤄지는데,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참으로 퇴폐적인 것 같다. 구역질이 올라올 것만 같았는데, 여자는 물건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을 정도니... 열이면 열, 모두 남자들은 술과 여자에는 강할 수가 없나보다. 적어도 이 소설안에서는!

 

 

제목은 소문의 여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소설 속 주인공은 여자가 아닌 것 같다. 그런 여자를 거절하지 못하는 남자들과 그리고 그 곁의 여자들이 아닐까.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그들이 주인공이라 생각된다.

 

그들은 근본부터 악한 사람은 아닌데도 우선 나를 챙기려는 마음에 거짓말도 하고 부정도 저지른다. 보통 사람들의 그런 소소한 욕망이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말하고 있지 않을까? 이렇다 할 목표없이, 모두가 행하는 악은 악이 아니라고 눈감아 버리는 속물근성을 지닌 우리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고.

 

등장인물 중 누구도 비난할 수도 없고, 스릴러지만 무섭지 않고 오히려 웃음이 나는 이 소설.

오쿠다 히데오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소문의 여자

저자
오쿠다 히데오 지음
출판사
오후세시 | 2013-06-0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오쿠다 월드의 진수가 녹아 있는 통쾌한 범죄 스릴러!오쿠다 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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