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눈과 상상력으로 맛있게 읽을 수 있는 서양요리책, 보나페티

꼬양 2013. 5. 18. 20:35

 

[서평]

나는 요리 초보다.

내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조미료없이 기본 양념과 재료만으로도 이런 맛을 낸다며

제법이다라면서 감탄을 하지만, 나는 제대로 요리를 배워본 적도 없고, 그냥 맛보고 먹는 것만 좋아한다.

그러나 요리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는 상당히 강하다.

기초없이 그냥 감으로, 요리를 하는 편이랄까?

 

 기본 이론에 대한 허전함, 갈망과 더불어 레시피도 다양하게 알고 싶어서

한국요리를 비롯해서 여러 요리 장르의 책을 책장에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었다.

 

그렇게 내 책장의 한 켠으로 들어오게 된 책, 보나페티.

프랑스 여행에서 봉주르 다음에 많이 들었던 말, "보나페티"가 떠올랐다. 

요리책에는 완성된 요리 사진이 있는 것이 맞으나 이 책은 특이하게 사진이 없고 수채화로 채워져있다.

신기한 것은 할 수 있을 것 같고, 해보고 싶어진다는 생각이 자꾸자꾸 든다는 것.

신기하게도 정말 그렇다는 거다.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Bon appetit)"

 

 

 

 

 

셰프에게 일대일 수업을 받는 느낌, 수채화로 떠올려보는 서양요리

서양요리... 한식도 어려운데 서양요리라니. 처음엔 거부감이 들었다. 그러나 서양요리도 가끔씩 먹다보니 익숙해지고 관심이 생기긴 한다. 아무래도 처음 친해지는게 어렵지, 익숙해지면 그에 빠져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실 난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파리의 전문요리학교 꼬르동 블루를 나온 셰프와 친한 편이라서 이런 저런 요리 얘기를 많이 들었었다. 그 셰프는 음식을 먹는 나에게 이런저런 요리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도 했는데, 그땐 먹는 거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 얘기가 귀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 요리를 내가 만들어보자고 결심을 하니 요리 이야기에 관심이 생기고 집중하게 되는 게 아닌가. 물론 이건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근데 일반 사람이 셰프에게 일대일 수업을 받는 것은 돈이 많이 들고, 또는 학원을 끊어야나 가능한 일이다.

 

보나페티 이 책은 마치 셰프에게 수업을 받는 것만 같은 느낌을 전해준다. 때문에 보통의 요리책과는 다른 점을 갖고 있다. 레시피가 빽빽하게 들어가 있지 않고, 음식이나 조리과정 사진도 아예 없다. 일대일 수업을 하면서 한 요리가 조리되는 과정 전반을 꼼꼼히 설명해주면서 그 요리에 대한 이야기, 원리까지 디테일에게 짚어주기에 그렇다. 마치 과외를 받는 느낌이 난다라고 할까? 책은 말없는 스승이라는 말을 여기서 깨닫는다. 그림으로 요리를 상상하고, 만들다니.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된다는 것~

 

 

 

15가지 음식의 레시피에는 기초가 담겨있다

프랑스 요리 중에서 도전하고 싶은 것은 상당히 많지만 그래도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것을 꼽으라면 라타투이라고 할 수 있겠다.

봄의 끝자락에서 여름 사이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태양에 야채들이 익어가기 시작할 때, 바구니에 한아름 야채를 담아와 흥얼거리며 요리하는 게 바로 라타투이다. 바다 저쪽,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에서 오랫동안 그래왔다고 하는, 태양이 키스한 여름의 싱싱한 맛, 라타투이. 한국보다 더 강렬한 태양을 듬뿍 받고 자란 프로방스 야채들을 넣고 한 냄비에서 정성껏 끓여내는 스투, 그게 라타투이의 전부라는 것.

하지만 한국에는 프로방스 야채가 없다. 때문에 불로 야채안의 태양의 맛을 최대한 끌어내는 것, 그것이 라타투이의 비밀이다. 이처럼 책에서는 요리가 시작된 곳, 요리를 어떻게 맛있게 이끌어나가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재료마다 조리시간이 다르기때문에 따로 볶으면 재료가 가진 각각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점도 일러주고 있었다. 다른 요리책이라면 딱딱하게 들렸을 것만 같은 것들이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것만 같아 이해하기 쉬웠다.

 

또한, 프레시치즈를 집에서 만든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지만, 놀랄만큼 간단하고 즐겁다는 사실을, 맛있는 프리타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선한 계란이라는 것은, 맛있는 스테이크를 굽는데는 불을 다루는 방법과 기다림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다.

 

시즈닝과 시어링으로부터 시작해 소테와 베이스팅, 스톡과 브로스, 요리의 기본이자 숨은 주인공인 미르포아, 부케가르니, 향신료에 대한 정리까지... 서양요리 체계를 자연스럽게 수채화가 있는 그림책을 읽듯이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어서 서양요리책이라는 부담감과 거부감은 거의 없었다. 요리 초보가 읽기에 참으로 괜찮다는 생각이다.

 

책 끝에는 간단하게 정리한 레시피 카드가 있는데, 레시피를 따로 노트에 옮겨적거나 그럴 필요없이 이 부분만 잘라서 요리할 때 볼 수가 있다는 것도 독특하다. 왠지 저자는 이 레시피 카드를 통해 "어렵지 않아. 즐겁게 읽었으니 이젠 도전해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잠들기 전에 머리맡에 두고 내가 요리책을 읽을 것이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사진보다 섬세하고 정확한, 아름답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손그림 수채화와 이해하기 쉬운 설명은 잠들기 전 나를 서양요리의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레시피만 있는 요리책과는 정말 차원이 다른 요리책, 보나페티.

이제 도전할 시간만 남았겠지?

 

보나페티.

눈으로, 상상력으로 맛있게 읽었던 요리책이었다.

 

 


맛있게 드세요 보나페티!

저자
정지연 지음
출판사
큐리어스(Qrious) | 2013-04-3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한 사람만을 위한 쿠킹 클래스에 당신의 상상력과 호기심을 초대한...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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