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1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풍경. 초록 융단을 깔아논 듯한 아름다운 보리밭

꼬양 2013. 4. 20. 06:00

 

 

 

[우도여행]

 

에메랄드빛 바다가 예쁜 우도라지만,

제 눈엔 뭍이 더 예쁩니다.

 

1년을 기다려야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밭에서 만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사진을 담고 나면, 이젠 다시 내년을 기약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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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고 매서운 바닷바람의 손길도 보리밭에서는 한없이 부드러워 지는 것 같습니다.

일렁이는 보리밭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에 눕고 싶을 정도니까요.

 

일렁이는 유채물결보다 더 아름다운...

그것은 우도의 보리밭이었습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하늘하늘,

마음도 더불어 넘실넘실.

 

 

어렸을 때부터 보리는 참으로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집 근처에 펼쳐진 것도 모두 보리밭이고, 바다였지만,

섬 속의섬, 우도에서 만나는 보리밭은 더 특별해보입니다.

 

똑같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견디며 살아가는 그들이지만,

제주도보다 더 척박한 땅에서 바람과 맞서

더 외로운 싸움을 해야하는 것이 이들이니까요.

 

 

 

 

보리밭과 길의 경계는 이 돌담 하나.

자꾸 유채꽃은 보리밭의 영역까지 기웃거리는 것만 같습니다.

보리밭 안에서는 유채꽃 몇 개가 피어나있고...

영역 구분없이 한 데 어울려 자라는 그들을 우도에서는 자주 만나게 됩니다.

 

 

 

홍조단괴해변을 지나 하우목동항으로 가는 길에서 잠시 샛길로 빠집니다.

직진하면 하우목동항, 오른쪽 길로 가면 꼬불꼬불 중앙동으로 향하는 길이 나오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아닌 투박한 시멘트길을 선택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특권.

 

그곳에는 싱그러운 보리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낮은 돌담과 울퉁불퉁한 시멘트길,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소...

 

바다와 맞바꾼 

봄날의 황금 초록빛 수채화.

 

 

△ 바다를 바라보거나, 지나가는 이를 바라보는 소들.

 

 

 

 

 

 

 

제주도의 보리밭하면,

대부분 가파도의 청보리밭을 생각하지만,

우도도 빼놓을 수 없을만큼 아름답다고 생각됩니다.

 

노란 유채꽃도 함께 피어났지만,

지금은 황금빛 맥주보리도 우도를 수놓고 있습니다.

 

바람에 따라 하늘거리는 그 모습은,

자연이 지휘하는 하나의 음악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좀 더 걷다보면 제대로 초록인 보리밭을 만나죠.

황금색과 연두빛을 섞어놓은 은은한 보리밭과는 다른,

 

진한 물감을 풀어논 듯한

선명한 초록의 보리밭입니다.

 

 

 

똑같이 파종을 했을텐데, 왜 색이 다를까요?

품종이 달라서죠.. ^^

황금빛은 맥주보리구요, 초록빛은 다른 품종입니다.

맥주보리는 많이 봤는데, 쌀보리는 품종이 많아서 긴가민가하지만..

쌀보리 같아요 ^^

 

 

왼쪽은 소가 있는 들판, 오른쪽은 파밭.

저 멀리 바다가 보이죠.

 

 

 

풀에 파묻혀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소들.

보는 사람도 덩달아 여유를 한아름 가진 느낌이죠.

 

 

 

보리밭 저 멀리로 우도봉이 보입니다.

등대도 보이구요...

저 우도봉에서 바라보면 초록인 이 밭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겠죠.

 

 

처음의 보리밭과는 좀 다른 느낌의 밭.

채도를 더 높인 것 같은,

풀HD급 보리밭.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눈이 시원해지는 그 순간.

 

 

우도봉은 점점 가까워오고, 보리밭 사잇길을 계속해서 걷습니다.

 

 

보리 사이사이로 노란 유채꽃이 눈에 띕니다.

초록의 빛깔이 탐났을까,

아니면 이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던걸까,

 

 

 

보리밭이 없는 길에는 이렇게 꽃과 유채꽃이

대신 인사를 합니다.

 

 

돌담 안을 다시 기웃거려보면...

이 섬의 주인인 소를 또 만나구요.

 

역시 우도에는 소가 많아요 ^^;

 

 

 

대충 쌓은 듯 하지만, 나름의 기술과 법칙이 있는 돌담.

바람이 불 때마다 보리는 바람의 방향대로 눕습니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이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져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시인의 "풀",

이 시가 떠올라 잠시 울컥하기도 합니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고, 울지만

그보다 더 먼저 일어나 웃는... 풀...

보리도 아마 그렇겠지요.

 

 

 

 

 

 

같은 보리밭이지만 다른 색, 다른 느낌.

우도의 색을 완성해나가는 보리밭입니다.

 

 

 

소들의 쉼터에는 보리와 유채가 자라고 있고,

그들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여행자 한 명이 그렇게 지나갑니다.

 

지나가는 사람 하나도 없는 이 길을

찬찬히 담아봤습니다.

 

노랑, 연두, 초록, 파랑...

우도의 봄빛깔을 어떤 색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화사한 물감을 화폭에 풀어놓은 듯한 풍경의 우도.

보리가 익어갈 때는 더 짙은 황금빛이 우도를  감싸안겠죠?

 

2013년, 우도는 그렇게 초록과 노랑으로 물들어갑니다.

싱그런 이 풍경,

이제 내년을 또 기약해야하는거겠죠... ^^

봄날은 이렇게 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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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토요일 보내세요 ^^*

 

 

메인에 떴네요 ^^

고맙습니다~ 신나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