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이상한 돼지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여행하다, 고사상에 오른 돼지가 던진 메시지

꼬양 2013. 1. 25. 06:00

[서평]

뉴스를 보다보면 저절로 욕이 나올때가 있다.

"이런 개, 돼지만도 못한 놈!"

 

그런데 어느 책 한 권을 읽고 나니 돼지를 함부로 욕에 넣지를 못하겠다.

 

시장에서, 고사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돼지머리,

돼지는 왜 제물이 되었을까?

고사상에 오른 돼지의 얼굴은 참으로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제 돼지가 살고 있는 환경이나 인간에게 대우받는 것은 정반대인데...

 

작가의 상상력과 현실을 절묘하게 오가는 책,

사람들은 왜 돼지머리를 제물로 즐겨쓰는가?

 

책 제목은 바로 제물.

돼지가 제물인 것일까, 사람이 제물인 것일까?

이상한 돼지나라의 앨리스가 되어 마치 내가 여행을 한 것만 같은 기분.

그러나 돼지나라를 여행한 기분은 참으로 씁쓸하다.

 

 

저자의 이상한 돼지나라 여행기(?)

이 책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우리가 뼈까지 우려내서 먹는, 모든 것을 유용하게 쓰는 돼지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솝우화처럼 유쾌한 우화라고 생각하면 오산, 엄청나게 심오하다. 지은이 "이돈환"씨는 자신을 주인공 삼아 돼지들의 푸념과 경고, 깨달음을 책에 풀어내고 있다. 시산제를 지내며 이마 위의 굵은 주름 서너 줄에 웃으며 죽음을 맞았을 법한 온화한 표정을 감추지 않는 제사상 위 돼지머리에게 이끌려 돼지나라, 즉 '돈계'(豚界)로 빠져든다.

 

돼지나라는 인간세계와 참으로 비슷하다. 지도자 격인 현자돈, 거구인 장군돈, 검은 털이 반지르르한 토종돈 등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인간이 돼지에게 얼마나 잔혹한 짓을 벌였는지 낱낱이 파헤친다. 마치 다큐멘터리 속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문장들이 잔혹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돈계의 돼지들은 대소변을 가릴 줄 아는 돼지를 좁디좁은 우리에 가두어 불결하게 사육하고, 식별을 한다면서 귀를 자르고 냄새를 제거한다면서 수컷을 거세시키는가 하면, 배란기 암퇘지에게 정자를 주입해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게 한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인간의 경제적 이득을 위해 온갖 못할 짓을 하면서 구제역에 걸리자 돼지들을 잔인하게 생매장시켰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인간을 대표해 돼지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세계에서 그들의 슬픔과 아픔, 고통을 이해한다. 그리고 돼지보다도 못한 인간세상을 한탄하며 수없이 많은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한다. 가볍게 보이는 책 제목이지만, 결코 내용은 가벼울 수 없는, 생각은 심오할 수 밖에 없는 책.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인간의 이기심때문에 동물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인간보다 나은 돼지와 돼지보다 못한 인간

시대가 바뀌면서 돼지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예전의 돼지는 집안의 복덩이었고, 자랑이었다. 꿀꿀거리며 왕성한 식욕으로 건강하게 자라는 생명체의 모습이었다. 특히나 제주도의 똥돼지는 집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한 존재였다. 그랬던 돼지가, 요즘에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가 생각해보면, 아이들은 그저 돼지를 삼겹살과 돈가스로만 이해한다. 물론 그렇게 된 것은 돼지가 돼지로서 본래의 가치를 잃고 경제적 목적으로만 길러지기 때문인 것이고. 문명은 발달하고, 인간은 먹거리를 생산해야하기에 어쩔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건강한 내일을 위해 생태계까지 생각해야하는 인식의 전환도 요구되는 이 시점에서 서로간에 공생의 가치를 느껴야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공생보다도 탐욕이 우선시 되는게 우리네 인간들의 삶 아닌가?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내 욕심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남의 희생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은 버려야하지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남의 희생은 필요한 것이 지금 시대라는 것이 슬플 뿐이다.

 

흔히 돼지를 식탐이 많다고 말하지만, 돼지들의 식욕은 생존을 위한 것이고, 인간들에게 식욕보다도 더 큰 욕구가 있다면 바로 탐욕이라고 돼지들은 반박하고 있다. 세상에 끝도 없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고, 가진자들이 더 많은 부를 축적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짐승보다 못한 모습을 취하는 것이 인간이라며 인간들의 삶을 비꼬고 있었다. 순간의 포만감을 위해 눈앞의 대상을 너무도 쉽게 제물로 삼아버리는 인간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돼지들을 보며, 우리는 돼지보다 못한 인간인걸까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이상해버려서 오히려 이상한 돼지나라가 아니라 이상한 인간세상이 되어버린 건데, 난 왜 돼지들이 이렇게 낯설게만 느껴지는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돈이 전부인 사회, 생명을 경시하는 우리 시대를 비판하고 있었다. 돼지의 눈으로 인간을 신랄하게 비꼬고 경고를 하고 있다. 그리고 책의 끝에서는 돼지처럼 거세를 당하고, 돼지처럼 머리를 잘리는, 여자가 되어 출산의 고통을 겪는 성범죄자들의 모습 등을 그리고 있다. 살아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하고 죄를 지은 자들이 마치 제물이 된 돼지들처럼 이 땅의 제물이 되고 난 후 버려지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다. 

 

돼지나 닭이나 비좁은 철망에 갇혀 그저 알이나 새끼만 생산하다가 세상을 떠난다. 특히나 수평아리는 태어나자마자 분쇄기에 넣어 가루를 만들어 다른 축산가축의 사료로 쓰이기도 한다. 이것은 생태계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일임이 분명하다. 때문에 광우병같은 그런 무서운 병이 생겨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이리라. 생명의 종말 앞에서 외치는 가축들의 절규를 무시하고 살아온 인간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메시지가 섬뜩하기만 하다. 우리가 먹는 돼지고기가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는 사실, 우리가 섭취하는 돼지가 이상한 동물 사료를 먹고 자랐다면, 우리에게도 독소로 가득차게 된다는 사실을.... 가축은 의례 그런 것이라 치부해버리는 단순한 생각은 이제 그만할 때. 생명은 모두 다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돼지고기, 당분간은 못 먹겠다"...

돼지에게 너무 미안해서, 다른 가축들에게도 너무 미안해서였다.

 

가장 아이러니 했던 죄수복 입은 돼지 두 마리 그림, 이 표지의 의미는?

돼지는 자신의 죄로 죄인이 된 게 아니라, 인간이 돼지에게 죄인의 굴레를 덮어씌웠다는 의미이다.

이 책은 인간과 가축과의 공존을 되돌아보게 한다.

내가 소중하듯이, 돼지도, 닭도, 가축은 소중한 것이다.

 

갑자기 든 생각,

저자는 채식주의자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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