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부모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동적인 대답, 아빠는 우주최강 울보쟁이

꼬양 2012. 5. 7. 06:30

[서평]

내일은 어버이날, 직접 부모님께 감사합니다 라고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게 맞지만 멀리 떨어져 살기에 전화로만 말씀을 드려야 한다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도 하다. 어릴 적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어려지고(?) 싶은 마음에 읽었던 책이 있었다. 사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이다. 요즘엔 어른들을 위한 동화도 나오기에 청소년소설이든 동화든간에 좋은 책이면 어른들이 먼저 읽어봐야하지 않나 싶다. 한국 작가도 아니고 일본 작가의 책이지만 청소년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몇 자 적어본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고나서 엄마, 아빠 생각이 너무 많이 났고, 부모가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란 걸 다시금 깨달았다.

 

 

줄거리

1960년대 일본. 화물트럭의 짐 부리는 일을 하는 스물여덟 살의 야스는 인생 최고의 행복에 취해 있었다. 혈혈단신의 외로운 인생이었던 그에게 아내 미사코에 이어 아들 아키라까지 생기면서 그는 난생처음으로 가족의 따스한 온기가 주는 행복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행복은 너무나 짧았다. 어느 날, 야스의 직장에 구경 온 아키라의 실수로 쌓아 놓은 화물이 무너져 내린다. 미사코는 아키라를 감싸 안으며 아키라의 목숨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다. 홀로 된 야스는 어린 아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지만 엄마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다. 야스의 단짝친구인 유서 깊은 사찰의 후계자 쇼운과 그의 아내 유키에 부부, 작은 주점의 여주인 다에코, 야스의 직장 동료들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의 애정 속에 아키라는 점점 똘똘하고 알차게 자라가지만, 엄마의 부재로 인한 마음 깊은 곳의 쓸쓸함은 지울 수가 없다.

 

 

 

베이비부머 세대보다 조금 일찍 태어난 이 책의 주인공 야스는 그 세대 많은 아버지들처럼 가슴속에 있는 숱한 고민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줄도 모르고, 그저 묵묵히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 온 전형적인 마초남이다. 그러나 이십 대 후반에 아내와 아들을 얻으면서 난생처음으로 가족이 주는 따스함을 경험한 그는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느끼는 가족의 따뜻함과 행복은 너무도 짧았다. 아들의 실수로 무너져 내린 화물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자신의 목숨으로 아들을 지킨 아내는 세상을 떠났고, 홀로 아들을 키우게 되었던 것이다. 야스는 아들이 상처받을까 봐 아들에게 그 가슴 쓰라린 사건의 내막을 밝히지 못하고 아들에게는 자신때문에 엄마가 죽었다고 말하는 거짓말을 한다. 소도시의 홀아비 노동자 야스의 반평생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식에 대한 애정을 증명해 온 우리 세대 아버지의 상을 말하고 있다.

 

아버지의 역할, 바다가 되는 것

예전에, 초등학교때 "어버이 은혜" 노래가 문득 떠올랐다. 부모님의 은혜를 비유하면 보통 바다, 하늘을 말하는데,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은혜를 헤아릴 수가 없어서 가늠할 수 없어서 바다, 하늘을 말하기도 하지만 부모가 된다는 것은 확실히 바다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었다. 눈은 곧 슬픔이고, 슬픈 일이 펑펑 쏟아지는 눈처럼 이렇게 자꾸자꾸 내린다. 그런데 땅에서는 눈이 소복소복 쌓이듯 자꾸 슬픈일도 쌓여갈 것이다. 색도 하얗게 변하고 눈이 녹고 나면 땅은 질퍽질퍽해지지만, 부모가 된다면 땅이 되면 안된다는 것이다.

 

"바다가 되어야 한다. 눈이 아무리 내려도 그걸 묵묵하게, 모른 체 삼키는 바다가 되어야 한다."

아버지가 아무리 열심히 안아줘도 등까지 안아줄 수는 없으니까. 그 추위를 짊어지는 일이, 아들한테는 살아가는 일이었다. 편부, 편모 가정이 많이 늘어가고 있다. 엄마, 아빠의 몫을 혼자로 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아이한테도 등이 추운채로 산다는 것은 힘든일이며 아픈 일일 것이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외롭고, 슬프고 억울할 것이다. 하지만 책 속에서는 나머지 한 사람, 엄마의 몫을 다른 이들이 해줄 수 있었다. 등이 너무 추워서 못견딜 거 같을 때, 아키라, 야스의 주변 사람들이 아들을 따뜻하게 해줬다. 오래오래 언제까지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덕분에 반듯하게 아들은 자랐고, 아빠 역시 마음이 성장했다. 그리고 일본어 외롭다라는 말은 춥다라는 말에서 온 단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니까 등이 춥지 않은 아키라는 외롭지 않았다는 것, 아키라의 부모는 마을 사람들 전체였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정을 느낄 수가 있을까? 오히려 자신에게 무슨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맡기지도 못할 것이다. 소설이기에 그냥 꿈처럼 훈훈한 이웃과 정을 상상을 해야하는 것일까? 또 그렇진 않을것이라는 한 가닥 희망도 가져본다.

 

 

부모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사회는 참으로 뒤숭숭하다. 아기를 낳았지만 기르지 못해 버리고, 또한 죽이기까지 하고... 아이를 기를 수 없는 현실도 문제이지만, 부모, 형제조차 믿지 못하게 만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도록 퍽퍽해지고 삭막해지는 요즘 세상도 참 문제이기도 하다. 과연 부모의 역할이란 무엇일까? 아이를 낳아서 그냥 기른다고 부모가 아니라, 또한 피로만 연결되어 있는 것 뿐만 아니며, 가슴으로 이어진 것도 가족이며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라는 걸 다시 깨닫는다. 낳은 정과 기른 정을 모든 걸 생각해 볼 때, 아빠와 엄마는 세상에 단 한 사람은 아닐 거란 생각을 해본다. 마치 자기 자식마냥 아키라를 돌봐주고 키워준 스님과 다에코, 쇼운 등등의 이웃들이 우리 주변에 있을 것이라 상상을 한다. 대한민국은 넓고,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기에 나쁜 사람들보다는 좋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엄마, 아빠라고 부를 수 있기에 부모님께 감사하고, 바르고 곧게 키워주셔서 또 감사할 뿐이다.

 

세상의 모든 바다,

부모님, 고맙습니다.

 

 


아빠는 우주 최강 울보쟁이

저자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출판사
살림FRIENDS | 2012-03-2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아이들의 일그러진 아픔과 미묘한 심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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