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도 여행]
역사를 테마로 한 여행은 즐겁습니다.
덕혜옹주비가 첫번째 목표였다면 두번째 목표는 최익현 순국비가 있는 슈젠지였습니다.
대마도 이즈하라 시내에서는 덕혜옹주 결혼봉축비와 슈젠지는 도보로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리에 있거든요.
슈젠지(수선사) 입구
△ 골목골목을 헤집으며 수선사를 찾기 시작. 이정표 하나 없는 골목 ㅠㅠ 사람도 없고... 비석이 보이자, "저기인가보다!"라는 생각에 환호~ 백제 법묘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수선사 우여곡절끝에 당도한 수선사, 슈젠지. 여기를 가기 위해 신사 여러개를 들렸네요. 어쨌든, 이 수선사는 백제의 법묘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선이라는 현판은 구한말 판서를 지낸 김학진의 친필이라고 합니다. 슈젠지, 수선사가 유명한 이유는 대마도에서 생을 마감한 최익현의 순국비가 있기 때문이죠. 비가 세워진지는 오래되지 않았으나 대마도에서 그의 삶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 턱받이한 불상들 우리나라에는 삼신할매가, 일본에는 지조사마가 있다. 일본여행을 하면서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있죠. 턱받이를 하고 있는 불상들인데요. 이곳 대마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떤 분은 불상이 앞치마를 하고 있냐고 하는데, 앞치마가 아니라 턱받이입니다 ^^; 조그만 한 불상은 지장보살이라고 해서 원래는 석가모니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미륵보살이 이 세상에 내려올 때까지의 이 현세를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이 보살이 에도시대 때에 일본 토종 신앙의 하나인 도조신(道祖神) 신앙과 혼돈되어 마을에 곳곳에 그 불상이 놓이게 되어 마을의 수호신으로서 신앙을 모았습니다. 아이를 지켜주고 어려서 세상을 떠난 아이가 내세로 가는 길을 지켜주는 신이라는 신앙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린 아기를 잃어버린 엄마가 아기의 턱받이를 보살에 걸어서 가는 길을 지켜달라고 기원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마을 경계에서 악령과 역신을 지켜주는, 일본 고유 민속 신과 습합한 지장보살. 우리의 장승과 같은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나 중국 전통 신들이 관음보살화된 점과 달리 일본에서는 마을 수호신, 여행자의 신 등 다양한 민속 신이 지장보살과 융합된 점이 독특합니다.
수선사 입구에 위치한 최익현 순국비 최익현 순국비는 찾기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수선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보여요^^
최익현은 누구인가..? 최익현은 1833년에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나 14세에 이항로의 제자가 되지요. 이후 과거에 급제하여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강직한 성품으로 이름을 날리는데요, 특히 흥선대원군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합니다. 이후 대원군의 실정을 낱낱이 열거하며 대원군의 퇴진과 고종의 친정을 요구고, 이 사건으로 그는 제주도로 귀양을 가지만 대원군이 정계에서 물러나고 고종이 친히 국사를 챙기게 됩니다. 이후 고종이 일본과의 통상을 논하자 그는 일본과의 통상 및 개항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립니다. 국사시간에 많이 배웠던 "5불가소"가 바로 그것이죠. 왜놈(!)도 양놈(?!)과 마찬가지로 한번 문호를 개방하게 되면 다른 나라의 요구도 다 들어줄 수 밖에 없고 서양과 교역을 하게 되면 우리 경제가 파멸에 이른다고 주장합니다. 이 상소로 인해 그는 또 귀양길에 오릅니다. 갑오개혁때는 단발령을 반대하다가 투옥, 러일전쟁때는 친일 개화세력의 처단을 강력히 요구하다가 일본 헌병에 의해 강제로 고향에 끌려가고,1905년 을사조약이후 의병으로 투쟁에 나섭니다. 74세 고령에 아들과 제자와 함께 400명의 의병을 이끌고 일본군과 관군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체포되고 당시 투쟁에 가담했던 12명 모두 대마도로 끌려갑니다. 처음에는 8번궁 신사에 유폐되었다가 수용소에 감금되었습니다. (8번궁신사를 알고 싶다면, 꼬양의 대마도 여행기 8번궁 신사편을 참조해주세요. http://blog.daum.net/yeonsili/12341498) 적이 주는 음식을 거부하고 단식하다 건강이 악화되어 1907년 1월에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요. 그의 시신은 슈젠지에 옮겨져 사흘을 머물다 대마도를 떠납니다. 너무 곧으면 부러진다고 하죠. 최익현 그의 생을 봤을 때, 그는 너무 곧았던 것 같습니다. 바른 말 하고 강직한 성품때문에 툭하면 귀양살이를 갔었구요. 우리나라 역사의 상처가 남아있는 곳은 세계 곳곳에 있죠. 특히 이 대마도에는 그런 곳이 더욱 많습니다. 우리나라와 가까워서 더 그런 거 같아요 ^^; 수선사의 최익현 순국비 방문을 통해 역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고 앞으로 우리나라 미래는 어떨까란 생각도 해보고... 생각이 많아지는군요.
어쨌거나, 이제는 비석으로 가득찬 수선사 둘러보기 수선사는 비석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비가 내리고 있었기에 분위기는 더더욱 묘했는데요. 대마도의 성인, 쓰야마도츠안의 묘도 이 수선사 안에 있습니다. 수선사 안을 걷다보면 쓰야마도츠안의 묘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볼 수 있어요. 쓰야마도츠안은 대마도가 배출한 3대 성인 중 한 명이라고 하는데요. 수많은 멧돼지로 농사를 망치자 대마도 전역에 소탕전을 벌여 멧돼지를 박멸했다고 합니다.
돌계단이 이색적이죠 ^^ 이왕 슈젠지에 온 김에 쭈욱 둘러봅니다. 대나무도 둘러싸인 수선사는 독특한 느낌입니다. 비석들이 너무 많아서 꼭 무덤 한가운데 들어온 느낌도 났구요. 담력훈련 온 것도 아닌데, 비까지 내려주니... 이것 참.. 하늘을 원망해야 할지 고마워야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구요 ^^;
같은 듯 다른 비석들을 한번 구경해보세요~
쓰야마도츠안 묘로 가는 길. 친절하게 표지판으로 안내해주고 있어요.
쓰야마도츠안의 묘에서 내려다본 모습. 근데 왜 이리 무서운지 모르겠습니다. 신의 나라라고 불리는 곳이 일본이긴 한데... 뭐랄까.. 느껴지는 기운이 좀 오싹했다고 할까요^^;; 그냥 기우라고 하기엔, 좀 미묘한 느낌이 들었어요. 말로도, 글로도 설명못할 무언가가.. -_-;
다시 최익현 순국비로 내려온 꼬양입니다. 들어온 문으로 다시 나가야 하니까요. 아쉬운 마음에 사진을 다시 찍었어요. 비 앞에는 이렇게 꽃이 놓여있었습니다.
그리고 찡했던 것은... 우리나라 동전들을 봤을 때! 이곳을 다녀간 한국인들이 하나 둘 놓고간 거겠죠. 저도 주섬주섬 동전을 찾습니다. 엔화가 아닌 우리나라 돈으로.
참, 덕혜옹주 결혼봉축비에는 어느 누구도 동전을 놓고 가질 않았는데...
여기는 이런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네요.
한국인들이 놓고간 동전을 보면서 방문한 한국인들은 마음이 더 짠해지겠죠.
나라를 잃은 것도 서러운데, 대마도까지 귀양 온 최익현은 얼마나 분통터지고 한이 많았을까...
그래도 다행입니다.
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갖고 여기 대마도를 방문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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