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예술세상-공연,전시회,음반

한 지붕 두 나라? 웃음속에 우리민족의 아픔이 담긴 연극, 더 라인

꼬양 2011. 7. 12. 07:30

[연극리뷰]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 남한과 북한. 분단의 아픔은 많은 영화와 연극,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스파이 명월 역시 분단의 현실을 안고 있고, 최근 개봉작 풍산개까지. 남과 북이 갈린 이 현실을 연극, 드라마, 영화의 소재로도 아주 많이 쓰인다.

 

그리고 연극에서 만나는 분단의 현실. 집을 가운데 두고 국적이 달라진다면? 가족이 경계선을 두고 다른 나라 사람이 된다면?

화장실마저 신분증을 들고 가야하는 상황이라? 화장실 한번 가기 힘든 어느 가족의 파란만장한 폭소이야기!

웃기긴 하지만 웃으면서도 씁쓸한 아픔을 느끼면서 봐야하는 연극이기도 한, 더 라인.

 

연극을 보기전에 관객들의 중얼거림도 들려오기도 했다.

"웰컴 투 동막골이야? 지난번에 개봉한 그거 있잖아. 김주혁이랑 려원 나왔던 영화. 그런 영화 연극으로 해논거 아냐?"

 

나서길 좋아하는 나, 뒤돌아서 말하고 싶었다. 근데 그냥 참았다.

"보면 알겠지."라고 생각을 하고 무대에 집중했다. 전쟁을 배경으로 한 연극이나 영화, 어느 정도 설정은 비슷하고, 엔딩도 예측이 가능하기에. 연극에서 봐야할 점은 연출을 어느 정도 잘 했느냐, 극의 흐름은, 몰입도는, 주제를 극에 얼마만큼 잘 녹여냈느냐, 가장 중요한 점은 관객들에게 마음 깊숙히까지 다가갔느냐다.

 

끝나고 나서 이 관객들의 반응도 좀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극을 보기 시작했다.

 

외딴 시골 어떤 집, 서러움이 없는 나라 서쪽나라와 동화같은 동쪽나라 외교관이 등장한다. 십년간 이어진 전쟁과 이야기 끝에 국경선의 재조정으로 체결된 성공적인 평화 협정! 문제는 그 국경선이 세계최초로 정확히 집안, 식탁 한 가운데를 지나간다는 이야기다. 전혀 아무 문제 없이 그냥 심플하고 간단하게 선 하나 긋는 일이라며 너무나도 일방적인 두 국가의 원수의 협정으로 식탁을 중심으로 그어진 노란색 국경선. 그럼 가운데 흔들의자에 앉아있던 할아버지는 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거지?

 

 

작년 6월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이하여 "전쟁, 그리고 분단"이라는 주제로 대학로에서는 한달간 100 페스티벌이라는 연극제가 펼쳐졌었다. ‘100페스티벌’은 서울연극축제로 작년에는 처음으로 주제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전쟁에 관한 다양한 시작을 담은 11편의 작품이 관객에게 선보였었다. 그 중 한 작품이 The Yellow Line 이었고, 단 1회 초연되며 빠른 템포의 연출과 재기 발랄한 상황의 점핑, 적절한 여운으로 관객들에게 좋은 평을 얻어냈다. 1년이 지나서 The Line으로 제목을 바꿔 돌아왔다.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력이 더 깊어졌음은 물론이다.

 

전쟁과 분단이라는 상황이 평화로운 한 가족의 일상을 얼마나 어처구니 없이 뒤흔드는지 연극을 통해 알 수 있다. 전쟁은 어느 날 한 집안을 남과 북으로 나눴고, 한 가족을 둘로 나눈 분단의 선은 아직도 남아있다. 이 상황이 우리 민족의 삶을 역사를 풀어낼 수 없이 꼬인 실타래처럼 만들었고, 핏빛으로 물들게 했는지를 생각해보니 입가에는 씁쓸함만이 감돈다. 아직도 크나큰 아픔과 눈물을 주고 있는 이 상황. 암울하고 슬픈 이야기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까 고민했을 제작, 연출진의 모습도 떠오른다. 때문에 희극이란 형식을 빌었을지도 모른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있는 지금 이 상황.
서로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본다. 전쟁을 치룬 그 세대들에게는 눈을 감아도 잠을 자도 잊혀지지 않는 고통스러운 기억과 상흔들, 뿔뿔이 흩어져 만나지도 못하고 생사도 알 수 없어 죽어도 편하게 눈을 감을 수 없는 이산가족들까지.

하지만 사람이라서, 기억의 덮어쓰기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그런지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며 지난 날의 아픈 과거는 잊고 지내게 된다. 선 하나가 뭐길래 그 선 하나를 긋기 위해 선 하나 때문에 어딘가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간 청년들, 부모님들, 형제들, 배고픔에 허덕이던 아이들을 잊고 지낸다.

 

한국이라는 땅에서 같이 얼굴을 마주보고 살던 아버지와 아들, 형제들이었는데... 전쟁은 무슨 의미였을까? 연극에서 나오던 지겨운 감자밥보다도 더 가치가 있던 것일까?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무엇일까? 선 아래, 위의 땅을 지키기 위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으르렁대는 일?

 

참, 결말에 대해서는 관객들의 말들이 많았다. 결말이 어떤지 말을 하면 재미없으니 함구하고. 비극적 상황에서 얻는 희망이라고 결론을 내려보고자 한다. 지금의 우리 현실도 비극적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는 것은 있지 않은가.

 

문득 작가의 말이 떠오른다.

"인간이 땅에 선을 긋고 국경선임을 선언한 순간 그 땅은 피아(彼我)가 구분되어 버린다. 바람도 공기도 새도 마음대로 넘나들지만 인간만이 그러지 못한다"

 

나와 너를 구분하는 그 선, 그 선이 있는 한 여전히 너와 나는 남이라는 것을.

 

 

공연장소 :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

공연일시 : 2011.7.6~2011.7.24

공연시간 : 화~금 - 8시, 토 - 4시, 7시, 일 -4시

티켓 : 전석 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