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강원도

천년을 지켜온 숲, 오대산 전나무 숲길을 걷다

꼬양 2011. 3. 2. 07:30

[강원도 여행] 요즘들어 부쩍 강원도 여행글만 올리고 있네요^^; 왜 이리 제가 동쪽으로만 가고 있을까요. 어쨌든... 이번에 찾은 곳은 강원도 평창에 있는 오대산입니다.

국토의 척추라고 할 수 있죠? 백두대간의 중심이 지나가는 곳이 강원 평창입이다. 평창군 전체 면적의 84%가 울창한 숲으로 이뤄져 있기도 하죠. 뭐니뭐니해도 맑은 공기가 마음까지 상쾌해주는 기분 좋은 곳이 강원도라는 거~

해발 1500m를 훌쩍 뛰어넘는 계방산, 오대산을 비롯해서. 1400m대의 박지산, 발왕산, 1300m대의 백덕산과 1200m대의 태기산까지 높은 산들만 이뤄졌습니다.

 

 

전북 부안의 내소사, 경기 남양주의 광릉수목원길과 함께 월정사 천년의 숲길은 국내 3대 전나무 숲으로 꼽힙니다.

 

 

푸른 하늘, 차가운 공기가 마음까지 시원하게 해주는 아침. 금강교를 건너 숲길을 걸어볼 채비를 합니다.

 

 

다리를 지나며 주변을 둘러봅니다. 온통 하얀색으로 꽁꽁 얼어있습니다. 봄이 오고 있다지만, 아직 이곳 오대산은 겨울로 멈춰잇는 듯한 느낌입니다.

 

 

 

금강연에 누군가 발자국으로 글을 써놨군요. "Hello" 같은데.. 글씨가 마구 섞여있어서 잘 모르겠어요.

 

 

참, 천년의 숲길은 금강연에서 출발해 월정사 일주문에 이르는 1㎞ 남짓한 전나무 숲길을 일컫습니다. 길을 따라 아름드리 전나무 1,700여그루가 빼곡한데요. 평균 수령 83년에 최고수령을 자랑하는 나무는 370년이 넘습니다.

 

 

년의 숲길 입구 

 

이제 본격적으로 걸어봅니다.

 

 

 

사실, 이곳은 봄에 와도 춥다고 하죠. 아름드리 높은 나무들로 이뤄져서 길은 참으로 시원한 느낌입니다. 여름이면 옆으로 흐르는 냇물이 마음도 시원하게 해줄텐데, 지금은 꽁꽁 얼어서 너무 춥기만 했다는...

 

 

 

길을 가다가 볼 수 있는 돌.. 지나가는 이들이 하나 둘 쌓아놨습니다. 저도 살짝 하나 올려봅니다.

 

 

 

나무들이 어찌나 키가 큰지.. 아이구, 뒷목아.

사실 이 날 똑딱이를 들고 갔거든요. DSLR에 익숙하다보니.. 똑딱이 찍는 게 더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걷다가 발견한 나무.

 

 

이 나무는 사실 2006년에 쓰러지기까지만 해도 600년의 나이로 추정되는 고목이었죠. 하지만 쓰러지면서 이 세상과 이별을 합니다.

 

 

나무가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이 가시죠? 살아있었음 참 좋았을텐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초록색 이끼가 낀 돌담길을 걸어보아요. 하얀 눈과 대비되는 돌담은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겨울내내 쌓였던 눈들도 조금씩 두께가 낮아지고 있었습니다. 흰 눈에 덮여서 제대로 걷지조차 못했을 적이 엊그제 같은데, 사람들의 흔적이 지나간 자리에는 갈색 흙도 보이는 걸 보니 봄이 곧 오긴하려나 봅니다.

 

 

 

전나무 숲길 중간에 보이는 성황각입니다.

성황각은 토속신을 모시는 곳이죠. 맞배지붕에 자그마한 두 평 남짓한 성항각. 정말 아담하죠?

 

강원도를 대표하는 수종은 소나무인데 오대산에는 전나무가 자라는 이유는 뭘까요?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왕사’로 삼은 무학대사의 스승이 나옹 스님인데, 스님께서 오대산에서 수도하실 때의 일입니다. 그때 스님께선 북대의 미륵암에서 거처하셨는데,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중대의 적멸보궁까지 오셔서 매일 점심 공양을 올렸다고 합니다. 어느 해 겨울 스님께서 공양을 해서 중대로 향해 가는데, 소나무 가지에 걸렸던 눈이 떨어져 공양이 다 식어버렸다고 하죠. 난감해하는 스님 앞에 홀연 산신령이 나타나 소나무를 엄히 꾸짖고는, 전나무 아홉그루에게 대신 산을 지키게 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오대산 자락에선 소나무가 귀해졌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소나무 숲, 편백나무 숲, 삼나무 숲.. 정말 많은 전국의 숲길을 걸어봤습니다. 어느 숲이든 그 숲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전나무 숲의 매력이라면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있어 독특한 느낌이라고 할까요. 삼나무, 편백나무와 좀 다른 느낌.. 말로 글로 설명할 수 없는 뭔가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아, 그걸 표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곳곳에 보여 오랜 세월을 여기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죠.

 

흰 눈과 푸른 숲과 하나되어 걷다보니 그 순간만큼은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걱정과 근심은 잊을 수 있었습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참 좋다는 것, 이 순간이 행복하다고 느꼈던 길, 천년의 숲길.

천년이 지나도 이 숲은 그대로였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