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첫 여행. 첫 여행을 장식한 곳은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톡이였습니다. 낯선 러시아, 그리고 낯선 도시. 코끝과 손끝이 시릴 정도의 매서운 추위속에서 저는 이 척박한 땅에서 터를 잡고 살았어야 할 우리민족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러시아의 추억과 역사가 그대로 묻어나 있는시베리아횡단철도(Trans-Siberian Railway, TSR)를 생각했죠.
다들 알고는 있을겁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모스크바까지 장장 9288km에 이르는 대장정, 그 머나먼 길의 시작을 이 블라디보스톡에서 합니다. TSR의 정식명칭은 ‘대시베리아철도’죠. 1916년 처음 개통해 90년이 넘게 운행되어온 러시아의 추억과 역사가 묻어나는, 살아 움직이는 문화유산이기도 합니다.
아침 8시, 한국 시각으로는 7시죠. 해가 어스름 떠오를 무렵, 러시아 여행의 일정을 시작합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러시아인들의 바쁜 삶이 느껴지는 역,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이었습니다.
블라디보스톡역의 분주한 아침
지구상에서 가장 긴 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 굳이 비교를 하자면 우리나라 경부선의 20배가 넘으며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달합니다. 이 철도는 유럽 국가들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가장 짧게 연결해주기에 러시아인들을 비롯해서 아시아인들에게는 희망이라고도 생각되고 있죠.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 줄곧 달려도 6박7일, 탑승시간만 156시간에 달하는 그 머나먼 길. 달리는 동안 무려 일곱번이나 시간대가 바뀌는데, 출발역인 모스크바와 종착역인 블라디보스톡 사이의 시차가 11시간이나 된다고 하는데 참으로 놀라울뿐입니다. 그리고 정차하는 역만해도 70개가 넘습니다.
역사 내부
그 70개가 넘는 역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곳이 바로 이곳,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이라고 합니다. 1912년에 세워져서 수차례의 복원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곳이 아름답기에 장동건, 이정재가 출연했던 영화 "태풍"에서도 이 역이 등장합니다.
역사내부는 조심해야하긴 합니다. 소매치기와 노숙자 등 주의해야할 인물들이 있죠. 때문에 개인이 아닌 단체로 가길 권합니다. 아직 치안이 그렇게 안정적인 편이 아니기 때문이죠.
노숙자들이 딱딱한 의자에서 상당히 편안한 잠을 취하고 있는 아침 8시. 블라디보스톡 기차역은 분주했는데, 샹들리에가 달려있는 천장을 잠시 살펴봅니다. 벽화가 그려있습니다.
러시아 전통 건축양식의 천장에는 왕실의 대관식 장면이 그려진 벽화가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우리나라를 연상하자면, 서울역 내부 천장에 그림이 그려져있다고 상상하시면 될거예요. 그림은 화려한 느낌입니다. TSR의 시작을 알리는 그림이 그려있죠. 콜럼부스의 항해예요~
독특한 기둥
기차의 행선지를 알리는 전광판
한국의 역이나 러시아의 역이나 비슷합니다. 모스크바 행 기차도 있군요. ^^
역사(驛舍)를 지나 플랫폼으로 나가려면 이렇게 계단을 내려가면 됩니다.
계단을 나와 밖으로 나오니, 기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원들이 분주하게 길을 걷고 있었죠.
사람이 타고 있어서, 창문에는 김이 서려있습니다. 마치 제가 기차를 타고가야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어딜가, 꼬양.. ㅠㅠ)
TSR, 첫번째 열차가 이렇게 전시돼 있습니다. 비문에는 "여기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시발점이다"라는 말이 적혀있습니다.
글이 정말 궁금하다면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비문위에는 흰눈이 소복히 쌓여있습니다. ^^;
그리고 플랫폼 한쪽에 9288이란 숫자가 새겨진 돌 비석이 서 있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길이를 나타내는 숫자(9288㎞)입니다. 경부선의 20배가 넘는 길이, 참으로 놀랍고 대단할뿐이예요. 러시아가 참 넓다는 생각 이때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알 수 있겠죠? 레일에도 눈이 소복히 쌓여있어요. 그리고 그 위에는 사람들의 발자국이 수놓아져있네요.
옛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구경하고 계단을 통해 육교로 올라갑니다. 육교로 가는 이유는 무얼까요?
육교에서 바라보면 기차가 즐비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요, 끊임없이 이어진 철길도 상당히 인상적이예요. 이 방향이 시베리아 쪽이라고 합니다.
육교에 오르면 다시 블라디보스톡 역이 보이는데요, 이 육교 왠지 익숙하지 않나요?
영화 태풍이 이 자리에서 촬영했습니다. 왼쪽편 육교에서 장동건과 이정재가 조우를 합니다. 이들 뒤로는 철길이 길게 펼쳐져 있었죠.
바로 이장면! 왜 육교로 왔는지 알 수 있겠죠?
러시아 건축양식을 충실히 따른 블라디보스톡 역. 러시아 수도인 모스크바와의 거리감을 좁히는데도 엄청나게 일조를 했으며 70개가 넘는 역들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역으로도 손꼽힙니다.
나중에 혹시 기회가 되면, 그 지루하다는. 타다보면 누구나 친구가 되어 친해진다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한번 타봐야겠습니다. 여행이란, 이렇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획하게 되는 계기가 되니 참 좋은 것 같아요^^
겨울날 찾았던 러시아. TSR을 타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더군요. 하지만 옛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만나볼 수 있어서, 러시아인들의 바쁜 생활상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건축양식에 있어서는 문외한에 속하지만, 러시아 건축양식이 어떤지 어렴풋이는 알 수 있었네요. 더불어, 이 역이 아름답다는 것은 러시아어를 몰라도 눈으로는 알 수 있었습니다.
항구도시로 150여년의 짧은 역사를 갖고 있는 블라디보스톡. 역사는 짧지만, 러시아를 이어주는 소통의 역할, 흐름의 역할을 하는 이곳의 역의 의미는 상당히 깊었습니다. 물론, 이 역은 깊은 의미와 함께 아름다움까지 겸비하고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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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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