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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국어, 점자. 한글날에 점자로 찍어 본 내 이름

꼬양 2010. 10. 10. 09:00

564돌 한글날. 이 땅위에서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나 가장 과학적인 글자, 한글을 쓰고 있음에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한글날이기전에, 항상 우리글을 사랑하는 것은 당연하지만서도, 더 나아가 조금 더 주위를 돌아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포스팅을 해본다.

 

한글날이기에 광화문에서는 갖가지 행사를 하고 있었다. 광화문 지하에 마련된 세종이야기 전시관은 여느때보다도 사람들로 붐볐다. 한글날이기에 이곳은 더 의미가 있었겟지만, 하나의 조촐한 행사가 더 마음에 와 닿았다.

 

 

 

또 하나의 국어 점자. 점자는 시각 장애인이 손가락으로 더듬어 읽을 수 있도록 만든 특수한 기호 글자를 말한다.  지면에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 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서 '점자'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프랑스의 시각 장애인 브라유(Braille)가 고안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을 따서 '브라유'라고도 한다. 점자의 특징은 6개의 점을 여러 가지로 맞춰 문자나 부호가 나타나게 한 것인데, 세계 여러 나라에서 각 나라 문자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 

 

즉, 점자는 6점이 한 칸을 이루는데 이 칸들이 연결되어 한 단어를 만든다.

 

 

각 나라의 점자들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점자를 타이핑하는 기계로 무언가를 해주고 있었다. 무엇인가 해서 자세히 살펴봤다. 봉사자가 옆에서 말로 이름을 불러주면 시각장애인이 직접 점자로 타이핑을 하고 있었다. 둘이 하나가 되어서 일을 하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다.

 

 

신청서에 자신의 이름 또는 넣고 싶은 단어를 적어서 신청하면 점자로 찍어서 주고 있었다. 한글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국어생활연구원과 하상장애인회관에서 점자로 이름을 새겨주는 행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호기심에 나도 신청서에 이름을 적어 제출했다. 과연 점자로 나온 내 이름은?

 

 

점자로 내 이름이 찍힐 때까지 몇 분간 기다렸다. 내 눈에 들어온 수많은 이름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점자에 관심을 갖고, 신청을 했다. 이름 옆에 찍어진 점자. 하나하나 또박또박 찍은 점들. 이 점들이 하나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 누군가에게 빛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점자에 무지한 나는 아무리 만져봐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점자는 긁을 쓸 때와 읽을 때의 방향이 반대이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서도 점자는 너무나도 생소하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점자가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라는 점에서 마음이 짠했다. 

 

 

실생활에서 우리는 점자를 많이 만난다. 하지만 이 점들을 그냥 지나쳐버리지는 않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법하다. 캔커피, 맥주 등등, 편의점, 슈퍼에서도 만날 수 있는 식품을 비롯해서 약품까지도 점자는 포괄적으로 쓰여지고 있다. 

 

 

 

 

지하철을 비롯해서 엘리베이터, 화장실 안내까지도 모두 점자와 함께 표기됐다.

이렇게 생활속에서 점자가 많이 쓰여지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어느덧 내 이름이 점자로 찍혀서 나왔다. 점 11개로 내 이름이 표현됐다. 

또 하나의 국어, 점자로 내 이름이 새로 태어난 것만 같아 참 묘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법한 점들, 이러한 행사 하나로 이렇게 점자에 대해 깨달은 점에 대해서는 부끄럽기도 했다.

 

 

가죽케이스를 열어보니 이렇게 포스트 잇과 함께 점자 일람표도 붙어있었다. 아마, 이번 행사를 통해서 점자 이름표를 받아간 사람들은 두고두고 꺼내보면서 점자를 잊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 그림이 그려진 책이지만,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림책은 백지와 같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는 이렇게 점자 책이 만들어진다. 하드케이스에 예쁜 그림과 더불어 점자도 색깔을 넣어서 보기 좋게 만들어진다.

 

 

들쭉날쭉 울퉁불퉁을 점자로 표현하면 이와 같다. 글씨도 글씨지만, 점자로 표현된 이 글자들도 웃음을 준다.

 

 

어느덧 564돌을 맞은 한글. 가장 과학적인 한글을 점자로 만나보니 참 신기했다.

한 점 한 점 수작업으로 하기에 그 정성 또한 느껴졌기에 이번 행사를 통해 받은 선물은 아마 두고두고 간직할 것 같다.

 

한글날 많은 행사가 이뤄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가장 인상깊은 것은 점자였다.

 

내 마음에 점을 찍어버린 점자.

이 점자가 많은 사람들에게 또 하나의 국어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