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충청도

옥천에서 맛 본 쫀득쫀득, 담백한 도토리묵밥

꼬양 2010. 8. 24. 08:00

도토리. 작고 앙증맞은 걸 어떻게 먹나 옛날에는 그렇게 많이 생각했습니다. 작은 견과 중 하나인 도토리. 이 도토리의 속살로 만든 도토리묵은 오래 전부터 구황식으로 이용되었다고 하죠. 도토리묵은 우리네 식탁에서도 종종 반찬으로 등장하곤 합니다.

아주 작은 도토리지만서도 영양만큼은 큽니다. 특히 아콘산 성분이 중금속 해독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곳곳에 독소로 인해 건강에 위협받고 있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존재로 부상했고, 또 칼로리가 낮아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뭇 여성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 사실들을 알기전에도 전 도토리묵을 상당히 좋아했습니다. 다만, 집에서 엄마는 도토리묵 무침을 많이 해주셔서 그것만 먹었었죠. -_-; 

(다른거 해달라고 하면 다 큰 것이 반찬투정한다고 하니... 해주시는 대로 먹었을 뿐입니다..ㅋ)


▲ 도토리묵밥


배도 부르거니와 맛은 물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음식이라면? 묵밥이 아닐까 싶은데요.

충청북도 옥천에서 맛본 묵밥. 소박한 생김과 담백한 맛. 묵밥의 첫인상은 그랬습니다.


 

간판이 없으면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식당. 옥천묵집이라는 상호가 없었다면 정말 스쳐갔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특히나 저 같이 길치인 사람에게는 말이죠.


 식당안으로 우르르 들어가는 인파를 보고 있는 할아버지.


소박한 동네 옥천군 하계리, 마을의 소박함이 정겨움으로 다가오더군요. 시골에 가면 느낄 수 있는 맑은 공기와 흙내음처럼 말이죠.


 

묵으로 맛볼수 있는 음식들이 이렇게 다양하군요^^ 가격대도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다만, 이곳도 주 6일제라는거~(주 5일이 아니니 다행이죠-_-; 일요일은 쉽니다~)


 

마루 평상에 앉아서 시원하게 도토리 묵도 맛볼 수 있어요~ 안이 답답하다 싶으면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겠네요.


 도토리파전


비오는 날이면 사람이 그리운 것도 아니고 저는 파전이 그리웠습니다. 도토리묵은 간장에 찍어서, 또는 무침으로는 많이 먹어봤지만 도토리 파전은 처음 먹어봤네요. 


 

파가 듬뿍듬뿍, 아낌없이 올라가있구요. 그 맛은...

일반 파전과 달리 쫀득하고, 고소합니다. 비가 오면 이젠 도토리파전이 떠오를 것 같아요~


 

그리고 이건 으깬 절임 고추. 매콤하고 짭짤하기도 한 맛이죠.. ^^;


 

 

잘게 썬 김치. 고추와 김치의 용도는 뭘까요? (왠지 다들 아실 듯!)

 


 

여기 또 김치가 있는데 말이죠.


 

더위를 물리쳐 줄 아삭아삭 동치미까지 등장하면 이제 식사 준비 끝!


 ▲ 도토리수제비


먼저 푸짐한 수제비가 등장했네요. 어머 이런! 김가루, 깻가루가 듬뿍 올라간 수제비인데요. 마찬가지로 묵이 들어가서 정말 쫀득쫀득 합니다. 따뜻한 국물은 허한 속을 제대로 달래주고 있구요~


▲ 도토리 칼국수

이어 질세라 등장한 칼국수. 채 썬 호박과 쫀득한 묵, 면발까지 잘 어우러진 칼국수입니다. 국물도 맛있었어요~ 



 

 

도토리 칼국수, 수제비, 도토리파전을 야금야금 먹어봅니다. 물론, 묵밥을 먹어야하기에 배는 잠시 비워두는 센스를 발휘해보죠. 그리고 묵밥은 언제 나오나 목이 빠져라 주방만 바라보고 있는데요.


 

▲ 도토리묵밥


 

그리하여 등장한 묵밥. 으깬 고추와 잘게 썬 김치를 넣어 간을 맞춘 다음에 잘 섞은 후 후룩후룩 맛있게 먹습니다. 

 

묵밥을 보면서 묵밥을 어떻게 만들까란 생각을 해봤죠. 묵을 채를 썰어서 그 위에 신김치, 오이, 김가루 등을 얹고 육수를 부어 밥 한덩어리 휙휙 말면 만들어질 것 같은데...

정말 쉬워보이는데요. 하지만 알고보면 참 까다롭다고 하죠. 먼저 묵을 만드는 과정이 어렵습니다. 도토리, 메밀을 갈아 앙금을 내어 풀 쑤듯 쒀 만드는 과정이 정말 번거롭습니다. 자칫하다가는 너무 묽게 되거나 되기 일쑤기 때문이죠.

먹는 시간만 보면 참 빠르게 먹을 수 있는데, 알고보니 이 묵밥은 대표적인 느림보 음식, 슬로푸드였다는 겁니다. 담백한 맛과 더불어서 소화도 잘 되기에 여름철 별미로도 손색없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더불어 막걸리까지.

제대로 묵으로 한상 푸짐하게 먹고 가는 꼬양입니다.

보통 기름지고 달달한 음식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한데, 묵밥은 배는 정말 빵빵하게 부르지만서도 팽만감, 불쾌함은 없었습니다. 

소박한 시골마을에서의 푸짐한 한 상. 몸에 좋은 묵을 먹었더니 기운이 났던걸까요.

지치고 힘들 때면 입에서는 자동으로 이 말이 나옵니다. "입맛이 없어".

몸이 지치면 마음도 지치는 건 당연합니다. 둘 다 지쳐벼리면 큰일이겠죠?

30도를 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이런 때일수록 더 잘먹어야겠죠?

영양 만점인 도토리묵과 한다면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않을까 싶네요.



옥천묵집 

전화: 043-732-7947  

주소: 충청북도 옥천군 옥천읍 하계리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