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충청도

정지용의 시로 꾸며진 아름다운 간판들 - 옥천 구읍

꼬양 2010. 9. 13. 07:30

우리는 일상 속에서 수많은 간판들을 만납니다. 길을 오고가며, 마주치는 간판 중에서는 순수한 우리말보다도 영어와 한글이 섞인, 외래어가 더 많다는 걸 느끼는데요.

정지용의 향기가 묻어나는 옥천, 그곳의 한 마을에서는 정지용의 아름다운 시로 꾸며진 간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주옥같은 글과 만난 아기자기한 간판들은 간판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주었는데요.

 

 

옥천 하계리의 구읍삼거리에서는 이런 간판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식당 이름이 확 다가오는데요.

식당 옆 창에는 정지용 시 "고향"이 쓰여있습니다. 정지용 문학관에서만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시가 간판에, 벽에, 유리창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참 색다른 느낌을 줍니다.

 

 

"불 피어오르듯 하는 술 한숨이 키여도.. 아아 배고파라" 시구가 참으로 인상적인데, 이곳은 식당입니다.

배고플 때 찾는 곳은 바로 식당이니, 시와 업종 매치가 이렇게 딱 들어맞네요!

 

 

우리는 앵두라고 하죠. 하지만 간판에서는 정지용의 시에서 나온 글 그대로 앵도를 씁니다. 앵도미용실.

왠지 머리가 예쁘게 될 것만 같은 느낌이 나는 간판입니다.

 

 

향수의 시에서 나오죠. "꿈엔들 잊힐리야"...

이 가게는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지용의 시처럼 말이죠.

 

 

 

 

일요일 아침 일찍 문을 연 우체국. 작은 마을의 우체국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나 봅니다.

빠알간 우체국 글자보다도 눈에 띄는 건 마찬가지로 시인데요.

편지를 보내고 받을 때의 설렘을 고스란히 담은 우체국 간판이 인상적입니다.

 

 

 

노래를 사랑해야 갈 수 있는 노래방. 이 노래방 이름도 사랑 노래연습장입니다.

사랑을 상징하듯 간판 색도 빨강인데요, 옆에는 정지용의 시 "그의 반"이 적혀있습니다.

 

 

정지용이 이 실개천을 보며 "향수"시를 적었죠. 구읍 상계리를 걷다보면 작은 실개천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에서 나온 것과는 다른 현대적인 느낌의 실개천이라 살짝 아쉽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간판으로 마음을 달래봅니다.

 

 

낡은 호프집, 하지만 간판만큼은 신선합니다.

향수병이 날때.. 맥주 한잔 들이키라는 의미일까요... 정지용 문학관 맞은 편에는 "향수" 호프집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향수는 고향 상실감에서 유발된 고향탐구시죠. 잃어버린 낙원을 그리는 정지용의 독특한 감각으로 생동감을 얻은 시라고 흔히들 말하는데요. 고향집이 내포하는 평화롭고 정겨운 느낌을 간판에서 받습니다.

 

 

그리고... 이때까지 많은 간판들을 봐 왔지만 이렇게 슬픈 간판은 처음입니다.

참으로 슬픈 간판인데요.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아니 처절한 울음을 울 수 밖에 없는 정육점..

아름다운 시가 있어서 아름다운 간판이긴하지만... 소에게는 잔혹한 (?) 간판입니다.

 

 

구읍리의 논길을 걸어봅니다.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풀벌레 소리와 바람이 지나가면서 풀과 얘기하는 서걱서걱 소리가 들려옵니다.

 

번잡한 도시 속, 길을 걷다보면 한국어인지, 외계어인지 구분이 안되는 문자들로 이뤄진 간판들을 보게 되는데요. 그럴 때면 이곳이 정말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때가 간혹 있습니다.

아름다운 한글을 두고, 왜 우리는 다른 문자들로 간판을 만들어야 할까요?

 

평화로운 작은 마을에서 만난 아름다운 간판들. 작은 마을이라서 간판도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손으로 헤아릴 수 있을만큼의 간판들을 통해 정지용의 주옥같은 싯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가슴은 두근거렸습니다.

한글의 아름다움을, 시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작은 마을 구읍리 여행이야기는 다음에 다시 적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간판들 사진만 간단히 올렸습니다^^

추천 꾸욱~~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