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0~16 국립중앙박물관

고려인의 삶이 담긴 거울 - 고려동경

꼬양 2010. 8. 5. 08:00

우리는 늘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옷 매무새를 제대로 하기 위해, 화장이 제대로 됐나 안됐나 살펴볼때도, 식사 후 이빨에 뭐가 끼지 않았나 확인 차 거울을 보기도 하지만 가끔 마음의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하죠. 윤동주의 참회록 시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한다"라는 시를 떠올리면 더욱 잘 알 수 있죠.

 

어쨌든... 거울... 

너무 들여다보면 공주병 환자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요, 고려시대에도 거울은 있었고, 그보다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도 거울은 있었습니다. 현재 우리네 삶을 거울이 반영하듯 어느 시대나 거울은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데요. 

거울에 담긴 고려 사람들의 삶은 어떨까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고려시대 동경 1,500점이 소장돼 있다고 합니다. 엄청나죠?

하지만 다 같은 거울은 아닙니다. 고려시대의 각각의 거울에는 아름답고 다양한 무늬가 새겨져있죠. 이 거울들은 역사적 사실을 담고 있기에 매우 중요하기 까지 합니다.

 

이 전시회에서는 고려 동경이 만들어지기까지의 변천과정과 쓰임새, 새로 발굴된 고려동경과 함께 출토된 유물들, 중국에서 수입하거나 모방해서 제작된 동경,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새롭게 밝혀진 사실들, 갖가지 무늬를 가진 고려동경등을 차례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는데요.

 

 

현재 우리가 바라보는 거울과 다른 동경이 맞이합니다. 화려한 무늬로 시선을 사로 잡는 동경들이 전시돼 있는데요.

 

 

 

 

 

독특한 거울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사찰에서는 이 거울을 볼 수 있죠. 업경대입니다.

저승에서는 이승에서 행한 행동들을 이 업경대에 비춰봄으로써 선함과 악함을 가려 극락과 지옥을 결정한다고 하죠.  

 

 

한땐 이 거울들은 반짝이면서 고려인들의 얼굴을, 삶을 비췄을 것입니다.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녹이 슨채로, 그때의 빛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수백년만에 다시 사람들과 만나네요.

 

 

이건 황비창천이 새겨진 거울입니다. 글자를 해석하면 "밝게 빛나고 창성한 하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살펴보면, 그림과 글씨가 맞지 않습니다. 그림에서는 파도의 일렁임이 보이지 않나요?

그림은 먼 바다에서 용을 향해서 칼을 빼들고 저항하는 상황으로 급박함을 보여주고 있죠.

 

 △ 철제가위

 

거울뿐만 아니라 거울과 함께 출토된 유물들도 전시하고 있습니다. 화성 송라리 유적에서는 동경이 두개골 바로 위에서 주칠을 한 빗과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동경에는 마직물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매장할 때 천으로 싸서 부장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하죠. 또한 빗과 가위, 반지 등 장신구와 함께 동경이 발견된 걸 보면 화장을 하는데 사용한 실용품이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죠.

 

 

 

물고기 무늬의 거울입니다. 마치 물고기가 살아있는 것 마냥 생동감있게 잘 표현을 했는데요, 가죽끈이 눈에 띕니다. 고려시대의 거울이니까, 수백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가죽끈이 매달려 있는데 신기하지 않나요?

 

 

서천 추동리의 유적입니다. 이곳에서는 한 동경이 주목받고 있죠.

아까 봤던 물고기 무늬의 동경입니다. 고리에는 고리를 맨 끈이 아직도 남아있죠. 이 동경은 묵서가 있는 한지에 쌓인 채 발견됐는데요 한지에서는 기해라는 간지와 조연이라는 이름이 확인됐습니다. 함께 출토된 유물들을 볼 때 연도를 추측해볼 수 있는데요 고려동경이 출토된 무덤가운데 절대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자료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특이한 것도 살짝 볼 수 있는데요, 이건 거울받침대입니다.

요즘에 우리는 거울을 어떻게 사용하나요? 그냥 벽에 매달거나 또는 손거울.. 이렇지 않나요?

고려시대에는 좀 다릅니다. 거울 뒷면에 고리를 묶어서 손으로 잡거나 받침대를 이용하여 거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입니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거울받침대를 화려한 문양으로 만들어서 사용했다고 하네요.

 

 

고려시대의 다양한 거울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회였는데요.

고려동경에 새겨진 아름다운 무늬를 통해서는 고려인들의 미적감각을, 또한 동경에 새겨진 글들을 통해 그들의 생각을, 동그란 거울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거울을 통해서는 그들의 창의성까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려동경의 제작과정, 중국에서의 수입 등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려동경에 담긴 고려인의 삶이 궁금하다면 지금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보세요.

업경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지는 마시고요~ㅎ

 

 

 

국립중앙박물관 명예기자 고연실(꼬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