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스크린 세상-영화보기

기존의 춘향전을 버려라, 방자의 발칙한 사랑이야기 - 방자전

꼬양 2010. 7. 14. 07:30

요즘, 영화나 드라마나 소재 고갈에 허덕이고 있다. 이런 소재의 목마름속에서 해답을 찾고자 눈을 돌리는 것은 바로 고전이다. 서양의 고전, 동양의 고전은 현대의 기술과 작가의 손을 거쳐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랑이야기라고 하면 모두가 아는 이야기 "춘향전". 보통 춘향이와 몽룡이의 사랑이야기라 생각되겠지만 그 커플을 뒤에서 보는 방자가 주인공으로써 이야기를 풀어간다면 어떨까?

춘향이를 넘보는, 아니 이미 넘 본! 방자의 발칙한 사랑이야기 방자전.   

 

 

 

줄거리

은밀한 色, 농익은 해학, 과감한 상상 | 방자, 춘향을 품다

몽룡을 따라간 청풍각에서 기생의 딸 춘향에게 한 눈에 반해 버린 몸종 방자. 도련님 또한 그녀를 눈여겨본다는 사실에 마음을 접으려 하지만, 자신을 하대하는 몽룡의 태도에 적개심으로 춘향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 버린다. 춘향 역시 방자의 남자다움과 자상함에 흔들리고, 마침내 방자는 춘향을 품게 된다.

  하지만, 신분 상승의 꿈을 접을 수 없는 춘향은 몽룡이 과거 시험을 위해 한양으로 떠나기 전 정인 서약을 맺고, 방자는 이를 알면서도 춘향에 대한 마음을 접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장원 급제한 몽룡이 돌아와 춘향에게 더 큰 출세를 위해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게 되는데…

 

 

 

 

파격적인 캐릭터, 기존의 고전 속에서의 캐릭터를 잊어라!

기존 고전의 춘향전에서나 이 영화에서나 춘향이는 예쁘기도 했고, 시화에도 능했다. 좀 더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은 춘향이는 사랑과 신분, 모두를 가지고 싶어한 여인이라는 설정이다. 정절이 문제가 아니라 시대상을 충분히 반영한, 이를테면 현재로 따지자면 돈과 사랑 둘 다 모두 갖고 싶어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반영했다고 하면 비유가 되려나? 어쨌든 이런 "춘향이"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는 참으로 신선한 느낌이다.  또한, 방자와 몽룡이의 캐릭터도 흥미롭다. 이몽룡은 남원부사의 아들로 훤칠한 외모에 글재주가 뛰어난 인물이다. 영화속에서 류승범이 이몽룡을 맡았는데, 글쎄... 훤칠? 글재주...? 몽룡이는 욱하는 성격에 출세를 위해서는 사랑도 이용하는 야비한 지략가이다. 글재주는 모르겠고, 출세를 위해서 머리 굴리기 하나는 정말 잘하는 인물이다. 끝으로 방자, 춘향을 원했던 또 한 명의 남자로, 춘향을 향한 곧은 사랑, 사랑을 넘어서 거의 충성을 하는 캐릭터. 원래 방자는 몽룡이의 편인데, 이 영화에서는 몽룡이와 방자가 적이 되었다.

 

 

 

조연들의 맛깔나는 연기는 재미를 더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웃음이 빵빵 터진다. 기존의 춘향전에서 볼 수 없었던 "마노인"의 등장. 방자전을 더욱 재밌게 만든 일등공신이 아닐까 싶다.  그가 던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정말 농익은, 色이 넘치는 그의 대사, 그리고 진지하게 그의 말을 듣는 방자의 모습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크게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방자를 바라보는 일편단심의 향단이의 모습은 애처롭기가 그지없었는데... 반전도 있는 법. 나중에 주모로 변신한 향단이의 모습은 폭소를 유발한다. 향단이가 주모가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재미만 다룬 영화?

아니, 교훈도 준다.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는다. 때문에 요즘 청소년들에게, 대학생들에게, 직장인들에게 고전을 읽으라는 말도 많이 한다. 세월이 지나도 유행을 타지 않고 시공을 초월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후대에도 귀감이 되기에 읽으라고들 하는 것이다.

이 영화역시 고전을 모티브로 만들었기에 나름의 교훈을 영화속에서 녹아내려한 흔적이 엿보인다. 마찬가지로 시대상도 반영하려 노력도 했다.

방자와 몽룡이의 사랑을 보며 느낀다. 사랑을 비판하려하지 말 것이며, 이용을 목적으로 하지 말 것을. 모든 것을 초월할 때 정말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리고 다들 아는 이야기일테지만 이 방자전은 19세 이상 관람가능한 영화이기에 영화속에서는 원색적인 대사와 행동, 장면들이 나온다. 물론, 영화를 찍을때부터 화제가 됐던 베드신. 이 베드신에 대한 부담감이 조여정과 김주혁에게는 컸을 터. 하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조여정의 몸매와 김주혁의 근육까지 다 보고 나오는 횡재(?)를 누린다. 이 영화 아니면 이들의 몸을 언제 보랴.

 

 

 

 

방자전.

이름만 들었을 때는 춘향을 넘본 발칙한 방자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하지만 발칙한 방자가 아니라 오히려 지고지순한 방자의 사랑이야기라는 표현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볼 때, 기존의 춘향전은 버리라는 말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