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탐구생활/나 이거 읽었어-독서

고정관념, 상식을 깨뜨리는 아주 독특한 사전 - 불법사전

꼬양 2010. 6. 23. 09:00

세상에 사전은 많다. 국어사전, 영어사전, 한자사전, 그리고 두꺼운 백과사전까지.. 아, 요즘엔 지식인이 더 대세이긴 하지만... 이 사전들은 획일화 된 시선으로 사물을 정의내린다. a=b 이런식으로 정의를 내리고 우리는 그런 스타일의 사전에 이미 적응이 돼 버렸다.
상식과 고정관념에 단순하고 획일화된 사전처럼 우리 모두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만 같은데... 이런 틀에 똥침을 놓는, 아니 일침을 놓는 책이 등장했다.
바로 불법사전!

 

 

불법사전

발상전환의 교과서. 사전으로 위장했지만 에세이 코너를 못 벗어나고 있다.
반대어 : 합법사전. 발상전환의 적. 세상 모든 합법적인 생각을 기역에서부터 히읗까지 질서정연하게 늘어놓은 책. 사전이면서 사전 코너에 있다. 재미없게.
동의어 : 합법사전. 불법사전의 눈엔 합법사전이 바로 불법사전. 그래서 반대어이면서 동의어. 세상 모든 불법은 어떤 눈으로 바라보느냐의 차이.

 

이 책의 이름처럼, 이 "사전"이 불법을 자행하는, 이를테면 범죄 방법이나 사람들을 선동하는 그런 것을 모아 놓은 것은 아니다. 이 사전이 불법인 이윤, 일반 사람들의 상식과 고정관념에 반한 것들이 잔뜩 들어있어서 불법인 것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놀라고, 책이 주는 다양한 느낌에 반하다
아침 여섯시부터 아홉시까지 글을 쓰는 시간이 좋다는 작가. 이 책속에서 작가가 글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획일화된 시각을 거부하는 '불법적인 생각'으로 단어를 정의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신선했다. 26년차 카피라이터, 그는 네모 반듯한 질서, 규율 속 세상의 모든 "합법"을 거절하는 "불법"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120개의 단어에 이제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정의를 내리고, 그 단어에서 꼬리를 물고 파생되는 새로운 생각들을 말하고 있다.

작가의 상상력은 단어의 쓰임을, 의미를 무한하게 변신시켰다. 단어의 숨겨진 의미를 파악해나가고, 일반적인 단어가 아닌 새롭게 단어를 변신시켰다. 겉 모습과 다른 단어의 매력을 볼 수 있었다.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은 남다른 감각을 요구하는 직업이다. 기발함, 번뜩이는 아이디어, 재치를 갖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이 책은 당연히 그 모든 것들을 갖고 있다. 마치 광고 여러 개를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 들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카툰 책을 읽는 것만 같기도 했고, 또한 어떤 파트는 수필을 읽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삶에 대한 성찰, 고찰이 담겨 있는 책
앞서 말했지만서도 책 이름이 불법이라고, 내용까지 불법은 아니다. 그 예로, 쓰레기통을 생각하면 우리는 온갖 오물로 가득찬 더러운 통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는 책에서 다르게 정의를 내린다. 쓰레기통은 "무소유, 차면 비운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동의어로는 "성직자"가 있으며 성직자는 쓰레기통 같은 사람이라 정의 내린다. 남들이 인상 찌푸리는 것을 아무 불평없이 껴안고, 불만없이 가운데 자리 마다 하고 구석으로 가는 그런 모습을 보이기에. 하지만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화려한 곳만 좋아하는 성직자가 있다면 그는 쓰레기일지도 모른다는 말로 독하게 표현하기도 한다.

이 책은 단어를 사람에 비유하고, 사물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삶과 연관지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책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사뭇 진지해진다. 진지한 글귀에서 삶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상상은 늘 하라고 있는 것이고, 고정관념은 부숴버리라고 존재하며, 상식은 깨뜨려버리라고 있는 거라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상식과 고정관념을 뒤엎는 그의 책은 나와 가장 잘 통했다고 느낀다.
글 속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수필적 여운과 삶의 의미까지 더해져 이 책은 생활사전이 되지 않나 싶다.
제목은 불법이나 의미는 말랑말랑한 아주 합법적인 책.

이 책은 책장,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꽂아두고, 가끔 내가 틀에 박힌 사람이 되어간다 싶을 때 꺼내 읽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