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제주

바다 속의 찮은이형 어랭이. 물회로 태어나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다.

꼬양 2009. 11. 2. 08:38

낚시를 좋아하시나요? 아. 제목으로 다음뷰 블로거의 시선을 낚는 낚시성 기사 그런거 말구요.

참, 전화로 사람 낚아서 돈 받아먹는 목소리 낚시질 말구요.

정말 순수한 낚시인 바다 낚시를 말합니다. ^^

 

어렸을 적 아빠와 낚시를 주로 갔었죠. 바람이 씽씽불고, 파도가 어김없이 세차게 치는 날이면 낚시를 갔습니다.

그런 날 낚시를 갔던 아버지를 따라간 꼬양도 어지간히 바다를 좋아하긴 했죠.

근데 아빠는  어떤 한 고기를 낚을때면

 

"에잇~!"

면서 바닷물속으로 퐁당 던지곤(?)했었죠. 그러면 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아빠, 왜 물고기 놓아줘? 배고픈데... 엄마가 고기 못 잡으면 그냥 오랜(=오라고 했어)~"

 

"저건 잡아도 먹지를 않아. 그래서 놔주는거야~ 우리가 먹으려는 건 따로 있어"

 

이렇게 말씀하셨을 뿐, 그 고기에 대해 설명을 안해주셨습니다. 제 눈엔 그 고기가 그 고기였던거죠-_-;

어린애에게 설명을 해봤자 아빤 부질없다는 걸 느꼈던게죠.

뱃속에 들어가면 생선이 헤엄치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던 상상력도 풍부한 유치원때의 일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아빠가 물속으로 풍덩 던진 고기는 바로, 제주도 말로 어랭이, 음, 우리가 알고 있는 놀래미란 고기였습니다.

잡아도 먹지 않고 풀어줬던, 한숨을 불러일으키며 놔줬던 그 물고기(?), 아니 생선. 어랭이가 요즘 인기가 급상승중입니다.

 

그 바다계의 찮은이형, 만사가 다 귀찮았지만 미끼만을 덥썩 잘 물어댔던 어랭이.

물회로 다시 태어나, 사람들의 입맛을 다시게 합니다.

 

 

 

 

아, 어랭이가 궁금하시다구요? 바로 여깄습니다.

여기 바로 어랭이^^ 

 

 

여기 식당이 텔레비전에도 많이 소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도에서 만든 책자에도 소개가 되었구요.

어랭이 물회를 취급하는 식당이  이곳을 포함 총 11군데가 있습니다. 제주도에 총 11곳이 있단거죠~

아, 우도에 한 곳이 있네요^^;

 

어랭이 물회가 나오기까지 주인공이 되는 반찬들 소개를 해볼까 합니다.

어랭이 물회가 나오면 이들은 다 조연일뿐!

 

 

간장으로 살짝 볶은 오뎅, 아니 어묵요~

 

그리고 김치~ 

 

 요즘 제주도내 식당을 가면 빠짐없이 꼭 나오는 이것!

호박반찬입니다~ㅎㅎㅎ 호박을 아주 좋아라하는 꼬양~ >.< 냉큼 집어먹죠.

 

 

그리고 겉절이~

 

 

 양파지~

 

반찬 한개씩 집어먹다보니 물회가 나옵니다.

 

 

매콤한 맛때문에 입에선 열이 납니다. 그렇게 막 매운 편은 아니구요~^^

전날에 술을 먹었다면 시원하고 매콤한 어랭이 물회로 해장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인 것 같아요^^

뜨겁고 매운 것을 먹는다고 다 해장이 아닐터~

 

 

처음엔 뭐가 이리 많이 나오나 싶습니다. 물회 양이 너무 푸짐해서요-_-;

물회의 지존은 자리물회, 한치물회였는데... 어랭이 물회가 그 자리를 탐내고 있는 듯 합니다.

단순히 양만 많은 게 아니라 파, 오이, 양파, 부추, 홍고추, 풋고추, 다진생강, 다진마늘, 고추장, 된장 등등 많은 것들이 들어갑니다.

 

채소와 회, 국물이 한데 어우러진 맛입니다. 많은 것이 들어갔지만 이것들이 하나로 어울리더군요. 

청량고추가 들어가서 칼칼하기도 하구요^^

 

참, 자리물회나 한치물회, 어랭이 물회, 이 물회 삼총사는 양념이 비슷비슷합니다. 하지만 맛은 다 다릅니다^^ 재료인 회가 다르기때문이죠~

 

깨가 들어가서 고소한, 어랭이의 씹히는 맛까지 더더욱 고소한 물회를 먹다가...

그래도 입이 좀 심심하다 싶으시면...

 

 

어랭이와는 친구가 되기 싫어하는 고등어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네 사람들은 이 둘은 너무나 좋아하죠. 특히 입이요^^; 

 

 굵은 소금이 슝슝 뿌려진 채로 맛나게 구워진 고등어를 먹고...

 

 

참, 제주도는 물회를 시키면 물회만 나옵니다.

물회에 매운탕을 드시던 육지 분들은.... (제주도 기준에선 뭍사람들은 다 육지분입니다~)

살짝 속이 시렵습니다. 그때 시키게 되는 해물탕. 

 

 

싱싱한 해물이 듬뿍 담겨서 칼칼하고 따끈하게 끓여낸 해물탕~ 

어쩌면 물회보다도 이 해물탕에 손이 자주 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완전 푸짐한 한상이군요.

어쨌든, 바다계의 찮은이형 어랭이 물회가 변두리로 밀려나는 상황 발생! 

 

 

다시금 찍어봅니다. 어쨌든, 한상 완전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어랭이물회가 주인공이었는데, 어찌 밀려난 듯한 느낌도 듭니다. -_-; 고등어와 해물탕의 포스가 장난아녔죠? 

 

 

어쨌든, 밥도 맛나게 먹고, 자판기 커피 한잔 뽑아들고 밖으로 나와봅니다.

시원한 탑동의 바닷바람이 제 볼을 간지럽히더군요.

 

제주 바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잡혔던 어랭이. 

너무 흔해서 흔하다고, 너무 작다고 맛 없을 거라고 하찮게 다시 바다에 버려졌던 그 어랭이가...

자리물회와 한치물회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네요.

 

하찮다고 버려졌던 어랭이, 결코 맛까지 하찮은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