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2009 국가기록원

(이달의 기록) 우리말큰사전에 대해 아시나요?

꼬양 2009. 10. 29. 17:51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언어프로젝트 아틀라스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2500여개의 언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지요.  또한 지난 3개 세대에 걸쳐 200개 언어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현재 199개 언어는 해당 언어 사용자가 현재 10명도 되지 않는 '심각한 소멸 위기'에 처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우리 언어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을까요?

10월달에는 한글날도 있었죠. 그리고 이 10월달에 한글과 관련된 큰 역사적 사건도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말큰사전 완간입니다. 그때 당시에는 조선말 큰사전이라고 했었죠.
 

“말은 사람의 특징이요, 겨레의 보람이요, 문화의 표상이다. 조선말은, 우리 겨레가 반 만 년 역사적 생활에서 문화 활동의 말미암던 길이요, 연장이요, 또 그 결과이다. 그 낱낱의 말은 다 우리의 무수한 조상들이 잇고 이어 보태고 다듬어서 우리에게 물려준 거룩한 보배이다. 그러므로 우리말은 곧 우리 겨레가 가진 정신적 및 물질적 재산의 총목록이라 할 수 있으니 우리는 이 말을 떠나서는 하루 한 때라도 살 수 없는 것이다.” (『조선말 큰 사전』 머리말 중에서)

 

 

1947년에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조선말 큰 사전"은 그 머리말에서 한글이 가지는 의의를 위와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후손들에게 너무나 많은 문화유산을 물려주었지만 그 중의 으뜸은 역시 ‘한글’이라 할 수 있겠네요.

 

 

 △ 조선어 큰사전 최종 수정본 원고(독립기념관 소장)

 

사전편찬 사업은 1927년부터 논의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1929년 조선어학회 주도로 사회 각 부문의 인사를 망라한 108명이 발기하여 조선어사전편찬회를 조직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죠.

조선어 사전 편찬회는 "언어의 정리와 통일을 급속히 꾀해야 문화가 촉성하는 것이며, 그를 실현할 최선의 방책은 사전의 편성"이라고 말했습니다. 1921년 조선총독부가 "조선어사전"을 발간했지만 일본어 상용화를 전제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서 뜻풀이는 일본어로 되어 있었죠. 말이 안되는 조선어사전이죠? 뜻풀이가 일본어라니... 이건 한일사전 밖에 안되는 거잖아요?

어쨌든 사전 편찬사업은 조선어를 조선어로 설명하는 조선어사전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천명이었기에...

조선어학회는 한글맞춤법통일안을 1930년도에 제정하고 그 후로 6년후 표준어사정안 발표합니다. 이것들을 통해 언어 규범을 정립하면서 사전 원고를 마무리해 가는데요. 참참, 조선어학회의 전신인 조선어 연구회가 이 사업을 계승했지요~ 조선어 연구회는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은 멸망한다"라고 강조했던 주시경 선생의 제자들이었죠~

 

그런데 일이 하나 터지죠. 원고가 마무리되던 1942년 10월 1일 일제는 조선어학회 회원 31명을 총검거하고 사전편찬 원고는 한글학자들의 민족정신 고취, 독립운동의 증거물로 압수합니다. 함흥재판소가 “조선어학회의 사전편찬은 조선민족정신을 유지하는 민족운동”이라고 최종판결했듯이 조선어 사전편찬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민족의 언어인 한글을 정리하고 보급함으로써 민족문화를 보존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확립하고 민족국가 건설의 초석을 쌓으려는 일련의 노력이었죠.

 


 

 

 △ 조선어 큰사전 완간 기념 (1957년 10월 9일) 한글학회 관계자 사진.

 

이 사건으로 원고는 압수되어 사라지는데요... 이 원고의 행방을 찾던 중... 사라진 원고는 1945년 9월 8일 경성역(지금의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원고의 발견으로 사전편찬작업은 다시 진행되었죠. 2만6천여 장 분량의 조선어사전 원고가 일본 경찰에 압수당한 지 3년 만의 일이었는데요.

1947년 을유문화사에서 『조선말 큰사전』1권을 발간하였고,1949년에 한글학회로 단체명을 바꿉니다.

그리고 미국 록펠러 재단으로부터 종이와 잉크를 지원받아 남은 책을 발간하던 중 6.25가 터지자 발간하지 못한 원고를 땅속에 묻어두죠.

전쟁이 종료되고 제1권이 나온 지 10년 9개월 만인 1957년 6권을 완간했습니다.

훈민정음 반포 511년만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한글 대사전이었던거죠. 사전에는 모두 164,125개의 단어를 수록했구요. 이중 고유어가 74,612개로 전체의 45.46%를 차지하고 있으며 옛말 3,013개와 사투리 13,006개를 등재하여 다양한 단어를 수록했다네요.

 

 

우리가 늘 말하고 쓰는 우리말이기에 오히려 잘 느끼지 못하는 한글의 우수성과 위대함.

10월의 끝자락에서 문득 우리말 큰사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10월달에 한글날이 있다고 해서, 10월 이달의 기록이 우리말 큰사전이라서 우리말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소소함속에서도 우리말의 소중함을 알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적어본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