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탐구생활/일상속에서 이런 일도, 생각도

이런 저런...

꼬양 2009. 5. 3. 01:19

닌텐도...

나의 동생 어녹양이 그렇게 부르던 닌텐도 타령.

서울와서 안 듣게 되어 참 편했다.

간간히 날아오는 어녹양의 닌텐도 원츄 문자는 껌 삼키듯 꿀꺽 씹혔고.

그래서 닌텐도는 나에게 있어 별 의미가 없었다.

다만, 갖고 있으면 심심하지 않겠군, 이 정도?

 

 

같이 일하는 직장동료녀석과 함께 밤늦게 퇴근하던 4월 마지막주의 어느 날.

집도 같은 방향이라 지하철을 같이 타게 되었다.

난 책을 읽고 있었고.

친구는 뿅뿅대면서 닌텐도를 하고 있었다.

갑자기 날 슬쩍 쳐다보더니.

 

"실아, 너 머리 좋냐?"

책 읽고 있던 나.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나, 나름 똑똑해. 넌 믿지 못하겠지만.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왜?"

"두뇌나이 좀 재어보자."

응? 두뇌나이? 두뇌 나이 측정이라. 땡기는 군.

"그.. 그래. 머리 사이즈는 재지마-_-;"

푸훗 웃던 친구는

"야, 이거 해봐."

 

친구는 닌텐도를 꺼내 툭툭 누르기 시작하더니 나에게 닌텐도를 주더라.

얼떨결에 받아든 나. 내가 왜 얘 앞에서 내 두뇌 테스트를 해야하는지 좀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나 은근 똑똑하거든."

"해봐라. 그거 은근 어렵다"

 

덧셈, 뺄셈, 곱셈 등등 이것저것 휙휙 지나가는데..

난 나름 빨리 쓱쓱 답을 내기 시작했다.

빨간 동그라미 땡땡 쳐지고...

옆에서 지켜보던 친구녀석 긴장하기 시작.

"어.. 어! 이러면 안되는데?!"

 

두뇌 테스트는 끝나서 내 생년월일이랑 이름을 입력하는데.

 

내 두뇌 나이는 24세!

"꺄아아~~ 24살이다!!! 내 나이보다 더 젊게 나왔어!!!"

내 목소리가 우렁찼나보다. 지하철안에 내 목소리밖에 안들리는 거 같았다. 윽. -_-;

사람들이 쳐다보더라. 민망-_-;

 

옆에 친구.

"말도 안돼!!! 내가 너랑 동갑인데 난 46세 나왔단 말야!!"

"내가 좀 머리가 된다는거지~ 으흐흣! 46세 할아버지 같으니라곤ㅋㅋㅋㅋㅋ"

 

열받은 친구. 다시 닌텐도 두뇌트레이닝을 하다.

옆에서 난...

"야~ 빨리 적어~ 손가락 보인다 손가락 보여~"

이리 놀리고있고~

 

다시 테스트를 한 결과. 36세.

비통한 표정을 짓는 친구. 그리고 깔깔거리며 웃는 나.

"야아~~ 그래도 10살 줄였네? 대단해~~~~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나랑 띠동갑이네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이 친구 별명 하나 늘었다.

36세 아저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슬픈 소식 하나.

이 녀석이 4월 30일로 일을 그만뒀다.

난 그때가 휴무였는데... 전날 지하철 타고 같이 퇴근하던게 마지막이었다.

서울와서 첫 직장, 유일하게 남은 동갑내기 직장 동료였는데...

걔 마저도 떠났다.

아무말 없이...

 

직장동료 이전에 친구였고, 나름 고민도 털어놓고 그랬는데... 이리 가버리다니.

뭔가 사정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섭섭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만 남겨놓고 가다니.

 

 

좀 더 좋은 곳으로, 자신이 좀 더 클 수 있는 곳으로 가야겠단 생각을 했기에 그만둔 거 겠지.

근데 이 방법은 아니야.

난 그만두더라도 떳떳하게 그만둘테다.

끝 마무리가 좋아야 다른 곳에서 시작도 좋게 하기에.

 

이런저런 얘기를 늘어놓다보니 이 시간이 되었고 얘기도 이렇게까지 와버렸다.

내가 말하고픈 건...

그 친구가 떠났다는 거.

자리잡히면 연락이 오겠지하고 난 생각하고 있다.

적어도 그 친구를 믿기에.

 

 

아... 자야겠다.

졸려~ 하루 3~4시간 밖에 못자서 급 피곤ㅠㅠ

 

 

닌텐도 땡기긴 하는데...

난 닌텐도 위가 더 사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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