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탐구생활/'16 국립한글박물관

180년 전 가을 어느 혼례날, 한글자료가 품고있던 기록. 덕온공주 한글자료. 국립한글박물관

꼬양 2016. 10. 21. 14:12


국립한글박물관...

종종 찾았는데 오늘은 모처럼 포스팅을 해봅니다.


국립한글박물관 기획전시실 (3층)에서는 2016년 9월 13일부터 12월 18일까지

1837년 가을 어느 혼례날 - 덕온공주 한글 자료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조선 23대 왕 순조와 왕비 순원왕후의 막내딸이자 조선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의 미공개 한글혼례자료 29건 41점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180년전 공주의 혼례날을 기록한 한글자료에는

어머니의 깊은 사랑이 글자마다 담겨있었습니다.




전시 브로셔에 나타나는 혼례의 순서...

이건 참 재밌더라구요 ^^


그래서 아이들이 줄을 서면서 이걸 체험했던 것 같네요.




한글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는

올망졸망 어린이들이 자리하고 있었죠.




▲덕온공주 가계도


1822년 순조의 마지막 딸로 태어나 8살에 공주 지위를 받고

16살에 시집을 가서 23살 젊은 나이로 삶을 마친 조선의 마지막 공주 덕온.


오빠 효명세자, 언니 명온공주, 복온공주에 이은 세번째 공주였습니다.

덕스럽고 온화하다라는 의미를 담은 덕온이라는 이름을 받아 정식으로 공주가 되었고

1837년 16살이 되던 해에 혼례를 치뤄 궁을 떠납니다.


전시장은 1부 '1837년 덕온공주의 혼례', 2부 '덕온공주의 혼인생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덕온공주의 혼례과정과 혼수 발기, 덕온공주의 혼인생활을 알 수 있는 다양한 책과

한글 편지등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발기, 1837년


공주의 혼례는 12살을 전후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덕온공주가 13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 순조가 세상을 떠나고

삼년상을 치르면서 혼례가 늦어졌습니다.


공주의 혼례는 어머니 순원왕후 주도로 이루어졌는데

하나 남은 막내딸 혼례에 쏟은

어머니 사랑이 곳곳에 드러났습니다.


순원왕후가 덕온공주 세간에 넣어준 물건의 목록,

혼수발기를 보면 흥미롭습니다.

주로 살림에 보태어 쓸 수 있는 각종 비단 40여종이 쓰여있었습니다.



전시실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데...

광각 카메라로 찍다보니 좀 넓게 나온 측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


화면 왜곡도 좀 보이죠? ^^;


▲순원왕후가 덕온공주에게 준 혼수발기, 1837년, 총길이 541.5cm


'발기'는 사람이나 물건의 이름을 죽 써놓은 글을 말합니다.


길이가 5m가 넘는 덕온공주 한글 혼수 발기에는

노리개, 비녀, 댕기 등의 장신구부터 사발, 대접 등의 그릇과 가위, 인두 등의 바느질 도구까지

살림에 쓰이는 온갖 물건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기록된 한글을 통해 19세기 당시 혼수품을 지칭하던 우리말 어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준 혼수 발기


금관, 사모 등등 사위 윤의선을 위한 혼수 내역이 적힌 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남자의 의복과 관련된 물건들이 쓰여있었는데요.


순원왕후의 사위사랑도 엿볼 수 있었죠.




화각모필, 노리개보자기, 국자도 볼 수 있었습니다.

다 덕온공주 혼례 때 사용된 것이죠.


▲자수 이층농, 비녀상자, 후수에 다는 망수


이층짜리 농은 덕온공주의 어머니인 순원왕후가 혼인할 때

중국 청나라에서 받은 선물로 알려져있습니다.


아래쪽의 비녀상자는 덕온공주 혼례 때 쓰인 비녀보관상자인데요

겉은 청회색 구름모양 무늬비단, 안은 홍색한지를 배접해 만들었다고 하네요.


왕실남녀 대례복의 후수 끝에 달리는 오색망 장식물을 망수라고 하는데,

이 역시 덕온공주 혼례때 사용된 것입니다.

비단실을 합해 3번 연이어 망을 엮었습니다.



▲출사표, 19세기


덕온공주는 어머니 순원왕후의 영향으로 책을 읽거나

글씨쓰는 것을 유독 좋아했다고 합니다.


혼례후에 저동궁으로 가져간 국문, 한문 책의 수가 4천권을 넘을 만큼 책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덕온공주의 살림집은 저동에 마련되어 저동궁이라 불렸습니다.

조선시대에는 혼례를 마친 신부가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공주의 경우 시댁과 분리된 살림집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의 재상 제갈량이 출병하면서

뒤를 이를 왕에게 적어 올린 글을 베껴 쓴 것입니다.

한문 문장을 소리대로 한글로 적고 그 아래에 우리말 풀이를 적었습니다.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에 따르면 덕온공주 친필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촬금, 19세기


주역의 64괘를 풀이한 점책입니다.

아주 간단히 점을 친다는 뜻의 책이죠.


책의 맨끝에 덕온공주의 손녀 윤백영이 덕온공주의 친필임을 밝힌 기록이 있습니다.




▲순원왕후가 사위 윤의선에게 보낸 한글편지


두드러기 기운에 눈병까지 있는 덕온공주를 위해

의원에게 물어 약을 지어보내는 등을 딸을 걱정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한글편지..



하지만 덕온공주는 혼례한 지 7년이 되었을 때, 23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공주의 조카인 헌종의 둘째 부인을 뽑는 행사에 참석했다가

점심으로 먹은 비빔밥이 체해서 같은 날 저녁에 숨을 거두었는데요...


둘째 아이를 임신중이던 덕온공주는 숨을 거두기전에 아이를 낳았지만 아이도 바로 죽었습니다.

하나 남은 가족인 딸의 죽음을 맞은 순왕왕후의 슬픔은 이루말할 수 없었겠죠.


하나남은 막내딸의 결혼을 정성껏 챙긴 어머니,

혼례 후에는 궁에 자유롭게 오갈 수 없었기때문에

딸과 사위에게 편지를 보내 늘 챙겨왔던 어머니 순원왕후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딸을 챙기는 엄마의 마음을 한글을 통해 살펴보는 게 전 참 좋았습니다.

글자마다 깊은 사랑이 담겨있는 것 같았거든요.


참, 무료관람이니

한글박물관에 들려서 꼭 한번 보길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