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또다시 오랜만에 쓰는 책 리뷰.
굳이 책 장르를 따지며 읽는 건 아니라서 이번은 유럽 여행기를 읽게 되었다.
출퇴근 틈틈이 그 지옥같은 지하철에서 내 몸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상황.
하지만 책을 읽고 있으며 내 머리속에서 상상하는 유럽의 작은 마을들의 풍경과 분위기는 지옥철도 천사철을 만들어주었다.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그 아쉬움이란...
사무엘 베케트가 머물다 간 프랑스 루시용에서 매력적인 산골 마을 스위스 생 모리츠까지
11개의 프랑스 마을과 11개의 스위스 마을을 둘러본 이야기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모두가 다 여행을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나같은 경우에는 좀 독특해서 여행의 정의를 나름내리고 많이 돌아다녔던터라 남들보다 여행을 좀 일찍 시작했다.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부모님은 그저 어릴적부터 나를 데리고 제주도를 구석구석 돌아다녔을 뿐이었다. 어릴때부터 보고자란 풍경과 그로부터 느꼈던 정취는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고 삶이 지치고 힘들때 어디론가 훌쩍 떠나 재충전을 하고 다시 돌아와 삐뚤어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그런 나로 만들어주는 버팀목이 되었다.
저자의 경우에는 30대 후반에 우연한 계기로 비행기를 타고, 인생의 의미를 되짚어보지 않았더라면 늘 똑같은 일상에 지쳤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인위적인 멋이나 꾸밈은 없다. 흔들린 사진도 그대로 있으며 그의 종교적 믿음이 묻어난 글귀까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리고 저자는 유럽의 작은 마을들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고 의미를 같이 찾고 싶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도 작은 마을들이 많다. 유럽의 작은 마을처럼 산골마을들이 많은편인데, 우리나라 산골마을을 여행한 것과는 다른 느낌의 유럽의 작은 마을여행기인 이 책. 생소한 지명들이 어느 정도 있기는 했지만, 작다라기보다는 좀 알려진 마을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프랑스의 11개 마을과 스위스의 11개 마을. 처음 이 지명을 듣는 사람이라면 "작은 마을"이구나라고 할 수 있지만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 마을들은 "그렇게 작은 마을은 아닌데?"라는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마을이 작다와 크다라는 정의를 인구수로 할지 마을의 크기로 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소박한 마을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책은 2부분으로 나뉘어져있다. part one에서는 프랑스의 11개 마을 여행기가 드러나 있다. 황토 시골 마을 루시용, 연극과 축제의 도시 아비뇽, 프랑스의 마지막 지존 레지스탕스 고르드, 세잔이 사랑한 물의 도시 엑상프로방스, 고흐의 그림 속 도시 생 레미 드 프로방스, 프랑스 남부의 숨겨진 보물 레 보 드 프로방스,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 신이 만든 천혜의 삼각주 카마르그, 아름다운 항구 도시 마르세유, 영원한 중세 도시 카르카손, 로마의 위대한 유산 퐁뒤가르까지. part two에서는 스위스의 작은 마을을 거닐었던 저자의 여행기를 만나게 된다. 영혼을 잠잠케 하는 호수 마을 베기스, 스위스의 멋쟁이 도시 루체른, 국제영화제의 도시 로카르노, 뉴에이지의 원조 아스코나, 스위스 여행의 종결지 루가노, 시간이 멈춘 호수 마을 간드리아, 환상의 섬 이솔라 벨라, 마리오 보타의 모뇨, 세 개의 고성으로 이루어진 벨린조나, 산과 하나가 되는 베르차스카, 엥가딘의 보석 생 모리츠까지 11개의 마을을 책 속에서 거닐 수 있었다. 물론, 22개의 마을들에 대한 설명이 유럽여행 가이드처럼 꼼꼼하지는 않다. 그것을 이 책에 기대를 해서는 안되고 자세한 정보는 자신이 찾아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어찌되었거나 관광안내서는 아니고 기행문이기에 더 감성적이고 풍경도 더 상상하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고.
프랑스와 스위스의 22개 마을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들어왔던 곳은 단연 스위스의 마리아 보타의 모뇨였다. 가장 촌구석 마을에 지어진 초현대식 교회는 종교가 없는 나에게조차 경외심을 안겨줬다. 또한 두 번째를 꼽으라면 산과 하나가 되는 베르차스카마을인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다리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로만다리는 책을 덮어서도 잊혀지질 않았다. 책속에서는 안개에 싸여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맑은 날 로만다리는 더욱 로맨틱할 것만 같았다. 유럽의 마을여행기 이 책속에서 아름다운 유럽마을을 책으로만 만나서 아쉽기도 했고, 간혹 흔들리고 포커스가 나간 사진들은 섭섭하다는 느낌까지 전하게 만들었지만 이 사진을 찍으면서 설레었을 저자의 기분이 떠올라 싱긋 웃으면서 넘길 수 있었다.
여행, 무작정 떠날것인가, 계획을 하고 떠날 것인가?
저자는 무작정 떠나는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행의 감흥이 매우 낮아지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꼼꼼하게 여행 준비를 한 다음에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 감동과 기쁨이 배가 된다며 여행의 팁을 알려준다. 나 역시 그리 생각한다.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여행은 필수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잦은 시행착오로 시간 낭비하는 일만큼 멍청한 일은 없으니 말이다. 또한 여행중에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누구도 예측을 못한다. 여행의 감흥은 시간과 비례한다고 보는 면에서 저자와 나는 생각이 같다. 그렇게 절약한 시간을 온전히 그 도시를 깊이 있게 감상하는 데 쏟을 수 있기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여행코스를 수정하는 일은 가끔씩 있다. 현지에 도착해서 오히려 그들의 정보덕분에 좋은 경험을 하고, 그 도시를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여행중에 얻는 뿌듯함이랄까...
어쨌든 이 책은 어디에서나 등장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번화가나 추천여행지뿐만 아니라, 유럽의 숨겨진 멋과 낭만을 찾을 수 있는 곳들까지 두루두루 소개하고 있었다. 내가 가보지 못한 유럽의 작은 마을에선 세기의 명화가 탄생한 풍경과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문화가 있었다. 그들의 삶이 묻어나있기에 그곳으로 꼭 가고 싶다는 여행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결심한 것 한가지.
신혼여행은 꼭 스위스로 가리라는 것...ㅎㅎㅎ 결혼은 언제면 할런지 -_-;
유럽 작은 마을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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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꿈꿀 수 있는 하루가 되었음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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