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 하루 24시간에서 가볍고 소소한 농담을 주고 받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침이 되면 본능적으로 발걸음은 회사로 향하고 있고, 길을 갈 때는 다시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집에서도 각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텔레비전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가벼운 농담 하나 주고 받는 것도 쉽지 않은 지금 현대 가정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요즘에는 1인 가정이 너무나도 많아서 같이 웃음을 나눌 기회 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객지생활을 하기에 집에서 농담 하나 얼굴 맞대면서 할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가 내 마음의 근육을 간질간질,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줄거리? 간단한 책 이야기]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깃털처럼 가벼운 일상 속에서 인생의 비밀을 하나하나 깨닫는 기쁨!
하루하루가 모여 인생이 되듯, 아주 사소한, 아주 가벼운 깃털 같은 일상이 모여 삶을 이루고, 우리를 살게 한다. 작가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 그토록 집착했던 거대(巨大)한 것들이 실은 언제나 사소하고 작은 것들로 체험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작가가 위기의 나날(?)들을 견디며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키워낸 비밀이 담겨 있다. 그녀는, 너무나 순박한 마음씨를 가진 지리산 친구들에게, 인생에 상처가 없다면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그녀들에게, 말썽쟁이 막내아들 제제에게, 어린 시절 코 묻은 돈을 뺏어간 청년에게, 하물며 상처 없이 매끈한 가짜 꽃들을 통해 매일매일 인생의 의미를 배운다. 그리고 일상 속 소소한 유머들이 엄숙해 보이는 거대한 세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이라는 무지무지 평범한(?) 사실까지. 남들은 다 지나치고 마는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소소한 사건들이 바로 작가의 삶을, 우리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양식이 아닐까 한다.
깃털처럼 가볍고, 한갓진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 담겨 있는 생의 비의를 만나는 기쁨이 당신의 맥 빠진 마음을, 인생을, 행복을 충전하는 에너지가 될 것이다.
여태까지 봐 왔던 무거운 공지영의 수필이 아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아주 가벼운 이야기들로 가득 찬 책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책이 분명하다. 때문에 책을 넘길때마다 "푸하하하"웃음이 터져나오고, 마음에서 무언가 꿈틀꿈틀거린다. 이게 바로 공지영 작가가 말하는 마음근육이구나라는 생각에 무릎을 탁 친다. 웃음은 얼굴에서 피어나는 게 아니라, 마음에서 피어나는 것이란 걸 느낀다.
수필은 무형식의 문학, 마음가는대로 손 가는대로 쓴 글이지만, 여태까지 봐 왔던 공지영 작가의 수필글은 많이 무거웠었다. 이렇게 가벼운 글도 자유자재로 쓰는 걸 봤을 때 왜 진작에 이런 글은 쓰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그녀도 대한민국 다른 아줌마들과 똑같은 아줌마이며, 아이와 함께 울고 웃는 엄마라는 사실도 깨닫는다. 먼 나라 사람일 것 같은 공지영작가, 그녀가 이렇게 가까워지게 느껴지긴 처음이다. 소탈하고 재미있는 작가라는 사실을, 여태까지 왜 몰랐을까? 그녀가 프롤로그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그녀가 이때까지 엄숙하고 진지한 글들만 써서 그렇다. 그녀가 살아왔던, 배웠던 그 당시는 유머를 상상할 수가 없는 때였으니 그럴법도 하지만. 어쨌든, 글 속에서 소탈하고 재미있는 그녀의 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어 너무나도 즐거웠다.
가볍고 즐거운 글, 하지만 그 속에서 깊은 깨달음을 얻다
나는 글을 쓰면서도 늘 생각을 한다. "이것밖에 못할까?", "이 정도밖에 안되는 걸까?", "글이 너무 가볍다" 이런 생각에 끝이 없다. 늘 즐겁고 가벼운 글을 쓰고자 하는데, 가끔은 너무나도 진지하고 무거운 글이 되어버려서 다시 읽을 때 손발이 어찌나 오글거리던지, 혼자 후회하고, 자책하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그녀 역시 글을 쓰면서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해왔다. 무겁게 글이 쓰여지려 할 때면 스스로를 바로 잡았고, 가볍게 써야 한다고, 늘 글에 웃음을 담으려고 했다. 그녀의 고민들이 분명 이렇게 담겨있는데, 웃음만 담겨있는 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 책은 무겁다.
내용이 무거운 것은 아니다. 그녀가 살면서 깨달았던 것들이 다 담겨있어서 무거운 것이다. 그녀의 인생무게라고 하면 좋을 것 같다. 인생의 무게를 가늠해볼 수는 없지만, 그녀의 인생 이야기들이 속에 담겨있다.
왕따를 당할 거라 생각치도 못했던 그녀의 학창시절, 화로같은 지리산의 두 친구 이야기, 그녀의 딸 이야기 등. 그녀의 삶이 워낙 오르막, 내리막이 심해서 삶이 롤러코스터와 같아 평화를 간절히 갈구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집착과 상처를 버리고 평화로운 자유를 바라보고 있다. 조금씩 고여오는 연두빛 평화를 그녀는 만끽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에게도 있듯이 나에게도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친구의 전화가 있고, 하필이면 이때! 그녀가 그랬듯 모든 사람들도 그런 징크스가 있을 것이며... 한때는 무조건 "네 탓이야"라고 하다가, 정작 훌쩍 크고 나니, 이젠 "내 탓이야"가 너무 쉽게 나온다는 것.
인생에 상처가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까? 생채기난 인생이지만 그 인생 자체가 값지고 깨달음도 많다는 사실. 다 알고 그리 생각하는 이야기지만서도 유달리 마음 깊숙히도 다가왔다.
그냥 지나치고 말았던 일상의 일들이, 친구들과 겪었던 추억들이 모두 그녀의 글을 통해 새록새록 피어나와 담쟁이가 줄기를 쭉쭉 뻗어서 엉키듯이 내 머리속을 채우기 시작했다.
고기압은 맑은 햇살과 쨍한 바람으로,
저기압은 눈이나 안개, 구름으로 온다는 것.
우리는 평생을 저기압 속을 걸어가고 있어, 라거나 고기압을 맞고 있어 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우산이나 외투, 따뜻한 찻잔이나 장갑 등이 사실은 다 그 고기압과 저기압의 파생물이기도 한데.
거대한 것들 역사, 지구, 환경, 정치 등의 파생물인 풀이, 감나무, 라디오 프로그램, 반찬, 세금 같은 이야기들을 그녀는 이 책을 통해 하고 있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 소탈하고 재미있는 이야기.
마음의 근육을 움직이는 이야기.
그녀의 글 덕분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정말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그녀의 글.
그녀의 깃털이 마음의 근육을 간질간질 간지럽힌 덕분에 얼굴의 근육까지 풀린 듯한 느낌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읽고난 후의 느낌은 진득하고 구수한 곰탕 한 그릇을 먹은 것만 같다.
오늘 하루, 얼굴 찡그리지 말고, 마음도 굳어있지 말고.
마음의 근육, 얼굴의 근육 마음껏 움직여서 웃어보면 좋지 않을까?
당신에게도 혹시 마음의 근육을 간지럽힐 깃털 하나가 필요한가요?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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