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탐구생활/전라도

조약돌 굴러가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곳 -선유도 몽돌해수욕장

꼬양 2010. 6. 30. 09:00

바라보고 있어도 다시 또 보고 싶은 곳. 바다.

신선들이 노니는 섬이라는 뜻처럼 선유도는 절경을 자랑하는 섬이다.

하지만 선유도를 돌아보면서 인상깊었던 것은 산도 아니요, 명사십리의 고운 모래밭도 아니요, 바로 시퍼런 바다와 까만 몽돌이었다. 

 

선유도 선착장에서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지나, 꼬불꼬불 골목길과 바다 옆 도로를 끼고 가다보면 만날 수 있는 남악마을. 그곳에는 선유도의 몽돌해수욕장이 있다. 

조약돌 굴러가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렸던 곳.

 

 

남악마을의 몽돌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보리밭. 노랗게 익어가는 보리를 보고 있노라니,

어릴 적, 보리밭 사이사이를 뛰어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바로 옆의 표지판을 보니 이곳은 제주도가 아닌 선유도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내리쬐는 햇빛에 보리는 노랗게, 노랗게 더 영글어간다.

 

 

흙길과 아스팔트 길을 100미터쯤 걸었을까. 눈 앞에 펼쳐진 몽돌바다.

바다라는 말 보다 바다의 뜻을 가진 제주어, "바당"이라는 말을 쓰고 싶을 정도로, 정이 듬뿍듬뿍 가는 바다였다.

 

선유도의 몽돌해수욕장은 소박하다. 그리고 투박하기도 하다.

돌들이 크기도 각각 다를뿐더러,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바다를 보는 것만 같다. 뭐랄까...

때묻지 않은 바다라고 하는 표현이 어울린다고 할까...

 

 

하지만, 소박한 해수욕장에서도 뭔가 아쉬운 점은 있다. 이 몽돌해수욕장도 서서히 사람 손을 타 가는 것만 같다는 것.

바다를 향해 나 있는 길다란 호스. 저 호스의 정체는 알길이 없으나...

눈살을 살짝 찌푸리게 한다는 것.

그래도... 푸른 바다는 나를 미소짓게 한다.

 

 

철썩철썩 치는 파도. 짭쪼름한 소금기 가득 머금은 바람도 분다.

들어오고 나가는 파도에 의해 돌들이 굴러가는 소리도 들리고.

 

 

이른 해수욕을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보이고. 해수욕을 즐기기엔 아직 이른 날씨라서 바다는 바다를 즐기러 온 사람의 것이 된다. 물론, 이 해수욕장을 방문한 내것도 되기도 하고.

 

 

고만고만한 돌들이 보이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큰 돌도 보인다. 바닷물에 의해 이 돌들도 점점 동그랗고 작아지겠지.

그리고 저 멀리 방축도도 보인다. 섬에서 섬을 바라보는 기분도 참으로 묘하다. 이곳도 섬인데 저곳도 섬이라. 섬속에 섬. 그리고 바다 앞에서 다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고.

 

 

 

몽돌해수욕장 옆으로는 듬직하고 잘생긴 절벽이 자리하고 있다. 거센 파도가 몰아쳐도 든든하게 해수욕장을 지켜줄 것만 같은 바위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몽돌들. 완전히 동그랗지는 않지만, 나름의 개성을 갖고 있는 돌들.

 

 

 

돌들이 부딪혀서 내는 소리는 참으로 청아하다. 귀를 기울여 돌의 노래를 들어본다. 바다의 노래를, 그리고 바람의 속삭임까지.

 

 

빛바랜 선유도의 지도. 바닷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이곳을 지키고 있다보니 이렇게 고생이 심한가보다.

친절하게 민박안내까지 해주고 있는데... 민박 이름이 사라져서... 도통 어디가 어딘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의 위치는 정확히 짚어주고 있어서 다음에는 어딜 가야하는 지는 제대로 알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만난 보리밭.

나중에 찾았을 때, 이 보리밭은 없고, 그 이후에는 콩이 돋아나고 있겠지.

밭에는 다른 생명이 자라나겠지만, 몽돌해수욕장은 그대로 있을테고.

 

지금은 소수의 사람들만 이 해수욕장을 찾겠지만, 이제 한여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몽돌해수욕장을 찾겠지. 많은 사람들을 보면 바다는 더 신나서 차르르 소리를 청아하게 낼까?

 

사람들로 북적일 선유도. 그리고 물놀이 인파로 가득찰 바다가 떠오른다.

 

이제 7월,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

몽돌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모래가 아닌 동글동글한 돌을 밟으면서 걸어가는 느낌까지 몽돌바다에서의 해수욕은 기분이 남다를 것이다. 남들과 다른 해수욕장을 방문하고 싶다면, 모래밭이 아닌 다른 곳에서의 물놀이를 즐기고 싶다면 몽돌해수욕장을 찾아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바다는 늘 봐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그래서 난 바다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