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에 이어서 이번엔 자전거 타기.
여행이 아니라 체력단련하러 다니는 것만 같은 나. 살이 쭉쭉 빠질 것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햇빛 내리쬐는 무더운 초여름날, 선유도를 다녀왔다.
물론 서울의 9호선이 지나가는 선유도 공원이 아니라 전라북도 고군산군도에 속하는 선유도를 다녀온 것이다. 선유도에는 나름의 하이킹 코스가 있는데...
선유도 하이킹 코스
1. a 코스 : 3.7km
선착장 -> 평사낙안 -> 명사십리 -> 초분공원 -> 장자대교 -> 낙조대 -> 장자도포구 -> 대장교 -> 대장도(장자할매바위)
2. b 코스 : 4.7 km
선착장 -> 평사낙안 -> 명사십리 -> 망주봉 -> 신기리(포구, 몽돌밭) -> 전월리(갈대밭, 포구) -> 남악리(몽돌해수욕장)
3. c 코스 : 4.3 km
선착장 -> 장승 -> 통계마을(옥돌해수욕장, 기암괴석) -> 선유대교 -> 무녀도(모감주나무 군락지) -> 무녀1구 (포구, 갈대밭, 염전) -> 무녀2구 ( 포구, 대나무숲, 우물)
나름의 취향대로 골라서 하이킹을 할 수가 있지만, 가장 긴 b 코스로 선유도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여행 = 고생", 이 공식이 요즘엔 성립되는 것만 같아 살짝 슬퍼지기도 한다. ㅡㅜ 하지만 자연과 하나되어 그곳의 정취를 느끼는 나를 생각하면 그 슬픔은 저 멀리로 날아가지만.
가방안에는 뭐가 저리 들었는지 빵빵하기만 하고 (혹시 비상식량?).
푸른 하늘과 닮은 하늘색 자전거를 끌고 선유도를 누비기 시작했다.
선유도 행 배에서 내린 후 자전거를 끌고 제일 먼저 만났던 것은 아담한 선유도 초, 중학교.
아기자기한 학교의 모습이 상당히 귀여웠다. 다시 자전거를 이끌고 간 곳은 명사십리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달려들어가 바로 바다를 품안에 안고 싶었지만, 바다는 제일 마지막에 보기로 하고, 명사십리 해수욕장을 넌지시 바라보고 있는 운치 있는 산의 모습을 찍기 위해 달려갔다.
멋지게 생긴 이 산의 이름은 망주봉. 여름철, 큰 비가 내리면 망주봉에서 7~8개의 물줄기가 폭포를 이루며 쏟아지는데 이때의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라고 한다.
신기리의 선착장을 보고, 꼬불꼬불 골목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려나갔다.
푸른 갈대숲이 양 옆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초록색 갈대밭 뒤로 보이는 망주봉의 뒷태는 늠름해보였다.
양 옆으로 펼쳐진 갈대밭 길 한 가운데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다시 사진을 찍어본다. 짭쪼롬한 바다바람이 불어와 갈대는 하늘하늘 흔들리고, 긴 내 머리카락도 바람에 따라 흩날리고.
자전거에 올라타 다시 선유도 곳곳을 누비기 시작했다. 이번에 목적지는 남악리의 몽돌해수욕장.
작다고만 느꼈던 선유도는 남악리, 전월리, 신기리 등 여러 리로 구성되어 있었다.
몽돌해수욕장을 유달리 좋아하는 나, 몽돌해수욕장이 있을 곳이라고 믿어서 간 곳은 남악리의 포구였다. 배가 정박해있고, 방파제에서는 낚시를 즐기고 있는 커플이 있었고. 그리고 사진을 찍는 나까지. 자전거를 이끌고 몽돌해수욕장을 찾아서 다시 길을 나서는데... 이정표가 하나 보였다. 몽돌해수욕장까지는 100미터. 그런데 흙길이다. 더구나 경사까지. 대략난감의 상황,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올라서니 나를 반기는 것은 보리밭이었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는 보리밭을 뒤로 하고 다시 걸었다.
차르르르, 돌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는 이곳은. 아담한 몽돌해수욕장.
제주도의 알작지만큼은 아니더라도, 청산도의 몽돌해수욕장만큼은 아니어도. 선유도에서만큼은 이곳은 운치있는 곳이 아닐까?
아주 작은 몽돌해수욕장에서는 두 커플이 해수욕을 즐기고 있었다.
밀려드는 바닷물을 보며, 하얀 거품을 쏟아내며 철썩철썩 소리를 내는 바다는 지친 내 영혼에 위로가 되었다. 아니, 지친 내 몸에 위로가 되었다. 아담한 몽돌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벼르고 별렀던 명사십리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사진에는 없지만... 몽돌해수욕장까지는 신나게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왔다. 이제는 그 내리막이 엄청난 오르막이 될 상황...
가까스로 경사를 올라왔더니 이 표지판이 있다. 선유도를 운행하는 카트, 자동차를 위한 표지판이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도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다. 이윤? 힘들어서. -_-;
벤치 앞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선유도의 바다를 찍기 시작했다. 섬이라서 주위가 다 바다지만, 난 그게 더 좋았다. 동서남북 어디를 가더라도 바다, 똑같은 바다지만, 바다의 모습은 달랐다.
그리고, 바다를 찍다가 장난기가 발동해서 내 모습도 찍어보고. 나름의 인증샷!
(아차! 얼굴이 안 나왔네...ㅋㅋㅋ 얼굴 공개는 다음을 기약...ㅎㅎ )
선유도 해수욕장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자전거를 끌고 모래사장으로 들어갔다. 다른 해수욕장과 달리 모래가 단단하고 고왔다. 때문에 자전거를 끌고 들어갈 수가 있었다. 제주도나 다른 곳의 해수욕장과 다른 느낌.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의 느낌이 아니라,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융단 위를 걷는 느낌이랄까.
자전거에게도 모래사장의 부드러움을, 예쁜 바다를 볼 기회를 주고.
나는 바다를 품에 안을 듯이 앞으로 달려갔다. 바다 앞에서 양팔을 뻗어 흔들며 인사를 해보기도 하고.
멀리 장자도가 보이고.. 모래 위에는 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이 찍혀있었다.
그리고 그 모래밭 위를 달렸던 내 자전거의 바퀴자국까지.
고운 모래사장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바람은 피부에 좋지 않다고 하지만, 이런 상쾌함이라면 1년 내내 내 볼을 스쳐가도 좋을 것만 같았다.
어느덧 모래사장을 빠져나갔던 바닷물이 서서히 밀려들어오기 시작하고. 바닷물은 교차하면서 격자 무늬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해는 뉘엿뉘엿 저물어, 집으로 갈 준비를 하고.
나 역시 해수욕장과 인사를 하고 돌아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고운 모래도 서서히 바닷물에 잠기기 시작했고, 해수욕장에 있던 사람들도 서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일몰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서해안을 으뜸으로 친다. 그 중 제일은 고군산군도의 선유낙조를 꼽는데, 선유도 어디에서든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멋진 낙조는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보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황금빛으로 빛나던 바다, 고운 모래사장. 잊을 수 없던 선유도였다.
물론, 자전거 페달을 쉴 새 없이 밟아대서, 아직도 내 다리는 아프다. 아마, 경사를 오르면서 무리를 하지 않았나 싶다-_-;
참참, 그리고 자전거 렌트비는 1시간에 3천원. 하루 빌리는데는 만원. 도로 곳곳에 요철이 있어서 자전거를 탈 때 약간 조심 해야한다. 꼬양의 경우에는 자전거를 타다가... 여러번 넘어질뻔 했다능...ㅠㅠ
카트는 한 시간에 3만원이라고 하는데... 성수기에는 훌쩍 오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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